경로당 없는 마을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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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없는 마을의 비애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4.01.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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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정리 주민들, 설움에 그만 눈물이
▲ 원동정리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사랑방이지만 행정적 재정적으로 소외되면서 시련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수한면 차정리를 지나면 원동정리가 나타난다. 동정리는 애초 4개 마을로 구성되었으나 청원~상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원(상)동정리, 중동정리, 하동정리(전 비림박물관 인근) 등 3개 마을로 축소됐다.
원동정리 11가구 주민들의 겨울나기가 퍽 서글프다. 겨울철 마을의 생활터전이 된 경로당이 없기 때문인데 원동정리 노인 12명은 행정구역이 같은 중동정리와 하동정리의 경로당을 이용하고 싶어도 너무 먼 거리(족히 2㎞ 이상)로 인해 발길 닿기가 사실상 불가하다. 대신 10년 전 이 마을 청년회가 지어준 사랑방을 경로당 겸 마을회관으로 운용하고는 있지만 운영비와 난방비 부담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에게 물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사랑방에 한 달 기름이 어느 정도 들어가느냐고. 어느 누구도 선뜻 대답을 못했다. 어떤 주민은 설움이 복받쳤는지 눈물이 글썽했다. 한 주민은 “동절기 한번 기름을 넣고 지금 약간 남아 있는 정도입니다. 보일러가 얼지 않은 정도로 잠깐 돌리고 있습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5평이 채 안돼 보이는 사랑방. 거실에만 약한 온기가 돌뿐 문을 닫아버린 방은 오랫동안 보일러 작동을 멈춰 곰팡이가 핀 자국이 선명했다. 한 주민은 열악한 환경에 대해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홀로 사시는 노인들이 드나들고 서로를 의지하는 사랑방인데 화장실이 없어 불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쌀도 없고 TV도 남이 쓰던 것을 사용하다보니 MBC채널 한 곳밖에 나오질 않아요. 채널 선택권이 없어 노인들이 적적해 합니다. 장판도 보세요. 오래돼 낡은 것을 테이프를 붙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방 가스시설도 중고로 겨우 장만했어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노인들이 너무 측은합니다. 이곳이 사랑방이 아니고 경로당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경로당에는 매년 난방비 및 운영비, 양곡비 등의 명목으로 약 300만원 상당의 지자체 지원이 따른다. 하지만 이 마을은 거리제한은 충족하지만 노인 수가 15명에 미치지 못해 경로당은 현 제도 하에서는 언감생심 꿈이다. 특히 같은 동정리 행정구역이면서 경로당이 있는 두 마을과 비교되다보니 소외감과 서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기타 도움의 손길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로당이 누리는 지원을 조금이라도 나누기만 한다면 추위에 떨지 않고 겨울을 지낼 수 있을 텐데. 미안해하고 신경을 써 주시는 이장님에게 늘 감사드리면서도 중동정리와 하동정리 마을의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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