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이들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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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이들의 기준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3.08.0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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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1970~80년대쯤이었던 그 시절, 아이들은 무척 행복했다.
하고 싶은 놀이에 심취해 거리에서 놀다 밤이 이슥하도록 집에 돌아가지 않고 아이들과 뜀박질 하며 놀았다.
달이 두둥실 떠오르고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 둘 사라지고 나서야 혼자 남았다는 것을 알고는 바삐 집으로 돌아갔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하루도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책가방을 내팽개친 채 아이들과 함께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으로 들로 내리 쏘다녔다.
그러다 한 놈이 벌에 쏘여 퉁퉁 부은 얼굴로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는 혼내기는커녕 오히려 안쓰럽다며 된장을 발라주던 정이 넘쳤던 행복한 아이들이 있었다.
무언가에 싫증이 나면 무리를 지어 과수원 길로 향했다. 한 놈은 원두막 망을 봐주고 또 한 놈은 밭에 들어가 참외서리나 수박서리에 열을 올려댔다.
그 중 가장 먹음직해 보이는 참외를 골라 골 사이에 내려놓고 하나 둘 들어 주먹으로 내리쳐서 깨뜨려 먹는 그 맛은 실로 어느 꿀맛에 비하랴.
그러나 순간의 기쁨도 잠시 “이노옴”하는 우렁찬 주인의 고함소리가 들리자마자 아이들은 기겁하여 줄행랑을 치고 맛있게 먹던 아이는 그제야 도망치는 아이들의 꼬리를 따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따라가던 행복한 아이들이 있었다.
바로 이맘때쯤,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아이들은 짝을 지어 냇가로 달려가 훌훌 벗고 투명한 물에 몸을 담그고 소리소리 질러가며 시간가는 줄 몰랐던 그런 행복한 아이들이 있었다.
“얘들아 밥 먹어야지” 찾으러 나온 엄마의 손을 못이기는 척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가던 깨소금 맛을 느끼던 행복한 아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2013년 7월말 현재, 이 여름에는 옛날처럼 그렇게 행복하게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여기저기 배울 것도 많고 참가해야 할 단체수업도 많아졌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무리지어 놀기보다는 모자란 과목 공부하기, 숙제하기, 다양한 장르의 학원가기 등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분주해지고 등은 부담 탓에 활처럼 둥그렇게 휘었다.
‘학업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기본이 바로선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한 42년 경력의 한 일선 교육가의 말에서 행복한 아이들의 기준이 떠오른다.
공부만 할 줄 알고 남을 위해 따뜻한 말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외로운 아이들이 살고 있다. 어느덧 웃음이 사라지고 경쟁으로 인한 피곤하고 지친 모습만 역력하다.
남에게 뒤질세라 경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모습만이 눈이 밟힌다.
여름방학이 중반을 넘어가지만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현실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선택이라지만 아이들은 힘들다.
그 옛날 행복했던 아이들은 다 어디 갔을까.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세상은 언제일까.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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