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는 말아야
상태바
잊지는 말아야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3.06.27 0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분을 모임에서 만났다. 그 동안 가끔은 만나게 되어 약간의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는데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마자 하는 말이 아니 내 정신 좀 봐, 왜 김 선생님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지하며 웃는다. 그러기에 나도 웃으면서 내가 여사님께 잊혀 진 사람이 되었기 때문 일 것이라고 하였더니 손을 내저으며 그런 것은 절대 아니라며 더 크게 웃는다. 그래서 나도 하는 말이 나이 드시면 그렇게 깜박 거리는 것이 정상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니 너무 자책 말고 이다음에 만나면 내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달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물망초 꽃말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하였더니 글쎄 뭐더라? “날 잊지 마셔요” 아닌가요? 한다.
강 건너에 있는 아름다운 꽃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주기 위해 강을 헤엄 쳐 갔다 오다가 기진하여 물길에 휩쓸려 가면서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말과 함께 꽃을 던져 주었다는 슬픈 사랑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꽃말이다. 첫 사랑은 이루어지기도 어렵고 잊혀 지지도 않는 다는데 이 여인도 자신을 그토록 사랑하고 간 그 연인을 사는 날 동안 결코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일도 있지만 잊어서도 안 될 일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일들은 희노애락 간 모두가 포함 되어 있지만 잊어서 안 될 일은 대개가 어떤 한이나 의무감이 내포 되어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세월이 흐르면 많은 것을 잊고 살기 마련이고 또 그래야만 사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하지만 그래도 호국 보훈의 달 6월도 며칠 남지 않았고 6.25도 맞이했으니 우리가 잊지 말아야 될 일이 무엇인지를 한번 되새겨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6.25전쟁 당시 국민소득이 백 불도 되지 않던 우리나라가 이제 2만 불을 넘어 세계10위의 경제 강국이 되었다고 해서 그날을 잊어버리거나 젊은 세대들에게도 잊게 하여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난 주 아침 뉴스에서도 한 언론사의 여론 조사 결과 많은 청소년들이 6.25를 모르고 있고 69%는 6.25전쟁을 북침으로 알고 있다 하니 지하의 호국 영렬들께서 통곡 할 일이다.
얼마 전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도전 골든 벨 프로그램 문제의 답 하나가 서애 유성룡이 임진왜란을 되돌아보며 기록한 징비록이였는데 최후의 1인으로 남은 학생이 이를 맞추지 못하여 마지막 문제가 되고 말았다. 징비록이라고 하면 임진왜란을 떠올릴 만큼 역사를 대변하는 책으로 국보로도 지정 되었는데 학교를 대표하는 우수 학생이 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 학생보다도 역사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학교 교육이 더 큰 문제를 기지고 있는 것이 아닌 가라는 생각에서 이런 사실들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잊게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이 땅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3년 동안 수많은 인명 피해는 물론 이 강토를 폐허로 만들어 놓고서야 정전 협정으로 포화소리는 그쳤다 해도 전쟁이 아주 끝난 것은 아니고 휴전 상태일 뿐인데 그 세월이 60년을 넘고 보니 이제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은 얼마 남지 않았고 그들만이 전쟁의 아픔을 안고 있을 뿐 잊혀 져 가는 뒤안길의 역사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 때 내 나이 아홉 살 이었으니 아홉 살의 어린 아이가 전쟁의 아픔을 알았으면 얼마나 알았고 전쟁의 참상을 보았으면 얼마나 보았겠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때 겪은 전쟁의 참혹한 모습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어 가끔은 그 생각을 하게 될 때 나를 전율케 하기도 한다. 피난길을 가고 오면서 어린 아이가 보았던 수많은 죽음도 두려움을 모를 만큼 예사로웠으니 어쩌면 그때는 동심도 망가져 버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어간 영령들,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기다리다가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버린 가슴안고 살다 가신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들, 애가 타도록 임을 기다리면서 어린 자식을 키워 온 미망인들의 한 많은 삶이 그리고 고향을 잃어버린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아픔이 아직도 우리의 곁에 있는데 어찌 그날을 잊어서야 되겠는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평화와 번영은 어느 벌판의 전투에서, 어느 전선의 산골짜기에서 또는 어느 능선에서 고지를 지키다가 쓰러져간 넋이 이 땅의 수호신이 되어 조국을 지켜주고 있음을 생각하면서 그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하는 마음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