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상의 가을을 만끽하며 아침 일찍 도서관에 모여 경북 안동대학을 견학하기 위해 달리는 차창 밖은 오곡이 무르 익어가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내 안동대학에 도착하여 직원이 박물관으로 안내해주었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그 직원은 안동에서 세계인을 울린 450년 전의 사랑의 이야기 등을 일일이 설명해주었다.
45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 세계인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간직한 유물이었다.
병든 남편의 쾌유를 기원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섞어 만든 한 켤레의 미투리와 31살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죽은 남편을 저승으로 떠나보내면서 겪은 애절한 사연을 담아 쓴 한 통의 편지가 그것이다.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에 있던 2기의 무덤에서 조선시대 미라와 함께 당시의 복식이 발견됐다. 미라의 주인공은 고성 이씨 이응태556-1586)와 그의 할머니 일선 문씨였는데 정상동 일대의 택지개발 계획에 따라 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나온 것이다.
일선 문씨의 사망 연대는 알 수 없으나 미라의 형태로 보아 비교적 젊은 나이에 남편보다 먼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응태는 종보에 생물연대가 나오지 않으나 편지에 병술년 31세에 사망한 것으로 적혀있어 1556년에 출생하여 1586년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사람의 목곽 내부는 조금도 상하지 않았고 염습 상태가 잘 유지되어 있어 상장례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복식은 일선 문씨 무덤에서 60연점, 이응태 무덤에서 만시와 한문편지 그리고 애절한 필치로 쓴 원이 엄마의 한글편지와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가 나와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이 이야기는 각종 언론매체 등을 통해 상세히 보도되었고 세계적인 관심을 많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한편 안동대학교 박물관에서는 ‘450년만의 외출’이란 주제로 1998년 9월 25일부터 1999년 2월말까지 특별전시회를 열었으며 이를 상설전시하고 있다.
/이흥섭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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