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딛고 사과나무에 희망·꿈 싣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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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딛고 사과나무에 희망·꿈 싣는 농심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2.10.11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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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농심(農心)은 천심(天心)이라했다. 하늘이 기뻐하면 농사도 잘되고 농사가 잘되면 하늘도 기뻐한다. 그래서 농심은 언제나 하늘이요, 하늘은 농부의 마음이라 했다. 지난 8월 28일 오후 3시 대형 태풍 볼라벤의 강타로 풍요의 결실인 과실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추풍낙엽처럼 땅에 나뒹굴었다. 특히 피해가 극심했던 장안면 일대 개안리에 소재한 강현순(49·장안면 개안리 9-1)씨의 사과밭도 예외일수는 없었다. 말 그대로 태풍의 위력 앞에 그저 사과나무들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휘어지고 끊어지고 쓰러졌다. 수확을 앞두고 따가운 햇살 속에서 그날의 처참했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사과나무에 지주목과 멀칭작업을 하고 있는 열혈농부 그 주인공을 만났다. 〈편집자 주〉

두 차례 몰아친 태풍위력에 사과나무 관리 속수무책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씩이나 태풍을 맞은데 또 맞은 사과나무들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습니까. 태풍에 심하게 두들겨 맞은 나무들은 오금을 못 펴고 지금은 잎사귀들이 주그렁 주그렁 메말라 오그라들고 있다니까요. 그것을 바라볼 때 그저 한숨만 푹푹 나옵니다.”
지난 8월 27, 28일 연이어 불어친 대형태풍 볼라벤에 의해 무참히 쓰러지고 부러져 뿌리가 끊긴 사과농장 주인의 피맺힌 하소연이다.
“히얀 하게 한 번의 태풍은 산위에서 바람이 불어와 나무를 강타하더니, 두 번째는 반대로 나무를 치고 산위로 태풍이 몰아가더군요. 이 때 사과나무가 많이 전복되고 낙과가 수도 없이 굴러 떨어졌지요.”

사과농장 입문 11년째 화물차 몰다가 과수원 전향
장안면 봉비리 출신으로 사과농장을 시작한 지 어언 11년째 되는 중견농부다. 보덕중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를 넘나들면서 대형화물차를 끌었던 이력이 있다.
“너무도 힘들었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최종으로 결정한 것이 도시를 드나드는 생활을 과감히 버리고 농촌에서 내 농토를 만들어 농장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꿈을 이룬 것이죠, 그러나 농업이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됐지요. 초기엔 3305.8㎡(1000평)에서 농장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주변의 땅을 사들여 이젠 9917.4㎡(3000평) 정도에서 사과나무를 심어 어엿한 사과농장이 된 것이죠,”

태풍 볼라벤 피해 당시 군수·도지사보좌관 방문 위로
“농장 운영 하면서 가정 큰 애로점은 영농에 대한 일손부족이죠. 일손을 덜기 위해서는 당연히 영농기계에 의존해야 하죠. 현재 영농기계 조건은 정부보조 50%에 자부담 50%입니다. 과수용 기계는 약치는 기계를 비롯 선별기가 있지요. 선별기의 경우 금액이 1550만 원정도로 자부담이 50%정도 내면 되는데 이젠 그것도 점점 줄어들어 자부담이 40%가 되었어요. 갈수록 힘이 듭니다. 태풍피해로 안절부절 못할 때 군수님이 방문하셨어요. 태풍피해를 대비 할 수 있는 방풍망 지원을 요청 드렸어요, 군수님께서 ”계획 세워오겠다“고 하시더군요. 도지사 보좌관도 다녀갔고 또한 보은농업기술센터, 보은원예농협지소 등에서 지도사가 나와 기술 지도를 해주셨어요. 대개 태풍 전에 농사에 대한 예방 메시지가 들어옵니다.”

농사 집안에 8남매 중 여섯째 홀어머니 봉양 효 실천
농사짓는 집안의 8남매 중 여섯째로 일평생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오신 어머니(90)를 모시며 살고 있다.
“형제가 4남 4녀이다 보니 정말 바람 잘 날이 없지요. 그러나 형제들이 도시에서 흩어져 살다보니 여섯째인 제가 노모를 모시고 살게 되었어요. 건강하신 것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홍로·양광·부사 등 3품종 중 홍로·양광 낙과피해
“현재 저희농장에는 세 가지 사과품종을 기르고 있어요. 그 중에는 겨울용인 부사를 제외하고 홍로, 양광 등이 추석을 맞아 상품성이 가장 좋은 것인데 낙과처리가 되었군요. 이번 태풍 때 가장 피해가 심했던 것으로 거의 낙과로 모두 보은원예농협에 210짝(한 짝은 18㎏, 4800원)의 양을 처분했어요, 판매라기보다는 낙과수매를 해주니 농부의 마음으로서는 다소나마 위로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외 낙과로도 부적절한 것들은 모두 거름 밭에 파묻었어요.”

대전공판장에 판매, 지역공판장은 우량만 수매 난관
“저는 정부의 지원이라고는 영농기계 살 때 받은 것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돼요. 그러나 빚은 있지요, 빚 없는 농부가 어디 있겠어요. 땅 살 때 얻었던 빚은 아직도 갚아 나가고 있어요. 주로 과일판매는 대전공판장으로 하고 있지요. 전에는 보은농협 공판장에다 한 적도 있었는데 우수한 품종만 선별 수매하니 제 입장에서는 낮은 품종 처리가 너무 힘이 들었지요, 그런 이유로 대전공판장에 가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서울로도 낸 적도 있어요.”

태풍·집중호우·냉해 등 자연재해 많아 재해보험 필수
“역대 태풍 중에서 이번 볼라벤과 유사한 태풍피해로는 바로 지난 2003년 불어 닥친 ‘매미’ 때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약간 덜했지만 피해상황이 비슷한 것을 보니까요. 농부들이 이제는 태풍이나 집중 호우, 냉해 같은 자연재난이 많으니 이에 대한 대비책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아요. 그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재해보험인데 이번에도 원예농협에 든 재해보험에서 얼마나 보상이 나올는지 그게 관건 이지요. 1년에 20여만 원의 자부담으로 든 보험입니다. 이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상받을 것이 없지요. 군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농부들에게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재해보험에 더욱 관심을 쏟아주시길 바라고 있어요.”

수종갱신 시에도 장비·묘목대 등 비용 등 만만찮아
“이번 태풍으로 사과나무가 넘어져 부러지고 뿌리가 상한 나무들은 수종갱신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장비나 최하로 1년 짜리 묘목을 심어야 하는데 묘목대가 좋은 것은 1만~1만3천원, 싼 것은 5천 원 정도로 그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듭니다. 좋은 묘목은 뿌리가 수북하고 튼튼하며 나무가 굵은 것이 좋은 것이죠. 제가 지금까지 사과농사를 지어 수매한 돈으로 가장 좋았을 때는 5천500만~6천만 원 정도 올렸지요. 지금은 어림도 없어요. 영양제도 비싸고 퇴비 등도 자가 비율이 30% 정도도 안 되니 사서 쓰려니 힘이 들고요. 작년부터 보은농업기술센터에서 EM미생물을 무료 지원 공급받고 있는데 사용한 이후로 사과를 깎아 놓았을 때 이상하게 색이 변하지 않더라구요.”
젊었을 적부터 도시를 넘나들면서 화물차 운전기사를 해왔던 그가 꾼 유일하게 꾼 꿈인 사과농장을 이뤘지만 그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가족으로 부인 맹홍남(40)씨와 중3아들, 초등6학년 딸을 두고 있다.
그는 뒤늦게 이룬 사과농장의 나무들이 튼실하게 자라 농부가 맛볼 수 있는 수확의 기쁨을 가득 안겨주었으면 하는 것이 매년 그가 바라는 꿈이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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