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기르는 농부의 마음으로 학생 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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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기르는 농부의 마음으로 학생 대해야”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2.07.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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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부적응 학생이 행복해지는 학교 현장을 찾아④
청원군 대안학교 양업고등학교

‘인성교육을 넘어 영성교육을 향한 교육목표로 발돋움 한다’
청원군 대안학교 양업고등학교(교장 윤병훈 신부·청원 옥산면 환희길)는 한국최초 정규 고등학교 형태의 도교육청 인가를 받은 학교이자 한국 가톨릭 최초 대안학교로 지난 1998년 개교했다.
처음 3년 동안에는 ‘공교육을 거부하는 학생‘, ‘학교부적응 학생’ 등 소위 ‘사회문제아’로 불리는 학생들이 입학했다.
윤병훈 교장은 이들 초기 양업고의 학생들의 실태를 하나하나 마음으로 기록한 ‘뭐, 이런 자식들이 있어(생활성서)’, ‘너 맛 좀 볼래(다밋)’, 발소리가 큰 아이들(다밋)‘ 등 3권의 책을 각각 펴냈다.


◇전국최초 정규 고등학교 형태의 가톨릭 대안학교로 개교
‘뭐, 이런 자식들이...’는 초기 입학한 부적응 학생들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입문과정에서 겪는 학생들과의 사투를 묶은 일화로 교사로서의 갈등이 내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수녀와 봉사자들이 ‘청소년 성장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하던 중 학생들이 강사진과 신경전을 벌이다가 ‘우리가 유치원생이냐’며 참여를 거부하고 나가버린 일, 이 뿐인가. 음성 꽃동네 시설방문 봉사활동 중 학생들이 기숙사의 방충망을 뜯고, 담뱃불에 그을린 쓰레기통과 방바닥을 태웠던 일, 학생들이 서로 파트너를 정해 맹세의 표시로 팔에 담뱃불로 지진 후 한 학생이 칼로 자해한 일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사건 등은 교사 전체의 실험무대가 되었으며 죄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일로 기록되고 있다.
초기에는 흡연과 폭력, 패싸움, 거친 언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행들로 점철되고 있었다. 그러나 윤 교장은 온갖 악행을 드러내며 반항하는 학생들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본 순간 그들의 내면세계에 깊이 웅크리고 있는 아픈 상처들을 비로소 바라볼 수 있었으며 이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문제아라고 하는 학생 뒤에는 항상 문제의 어른인 부모가 있었다.”고 술회한다.
또한 ‘자연이 나를 품어주었어요’에서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열아홉 수호가 작사한 노래가사에는 “모든 것을 죽 이겠다”는 섬뜩한 내용이 들어있었는데 그런 그가 2학년이 되면서 점차 따뜻하게 변모해 갔다.
학교에서의 ‘자율’과 ‘관심’이 그를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수호의 마음에 가득 찼던 미움에 찬 엄마 모습도, 언제나 참고 기다려 준 선생님의 모습 속에서 그는 “비로소 내가 칠흑 같은 터널을 지났구나.”라며 기쁨과 안도감을 되찾았던 것이다.

 

◇‘뭐, 이런 자식들이...’ 등 학생들과 겪은 비행일화 3권 출간
양업고의 이러한 15년간의 기적들을 통해 ‘문제아들만 모이는 학교’란 불명예의 인식을 탈피하고 이제는 평균 6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갈 수 있는 명문고로 거듭나게 됐다.
이처럼 대안학교가 추구하는 ‘자유’와 ‘자발성’에서 학생들은 ‘진정한 자아’를 찾고 있다.
양업고는 기본적인 수업일수와 이수학습은 일반학교와 마찬가지다. 교과부로부터 인가받은 학교로서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아도 학력이 인정된다.
또한 국어, 영어, 수학 등 국민공통기본교과를 따르지만, 교과서 위주 교육은 절대 아니다.
이들은 정규교육 외에 특성화 교육을 하고 있다. 3년간 이수해야 하는 210단위 이수학습 가운데 40~60단위는 특성화 교육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공부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현장체험 활동은 주입식 교육보다 더 큰 교육성과를 가져 온다.
이 같은 교육으로 이곳에 입학한 학생 중 75%가 학업성취도가 향상되고 매년 졸업생의 70%이상이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은 물론 호주, 멜버른 의과대학, 일본 주오범대, 일본 동경 순심여자대학, 미국 CIA요리학교, 미국 라로쉬 대학 등에 진학하고 있다.

◇15년간의 기적 통해 6대 1 경쟁률의 명문고로 부상
양업고는 학기당 최소 17주로 운영하며 대부분 현장체험 위주의 활동이 진행된다. 특히 매주 한 시간 씩 고추, 옥수수, 감자 등 채소를 가꾸는 노작수업이 특징적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청소년성장프로그램으로 도예, 목공예, 연극, 참선공예 등이 진행되며 3박 4일간의 양로원, 재활원 등 사회복지시설로 나가는 봉사활동, 2박3일간의 산악등반 등이 진행된다.
또한 학생들에게 학교가 아닌, 전 세계와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 환경, 타인을 이해하고 창조적인 삶을 사는 법을 가르친다. 또 다양한 경험으로 취미와 적성을 계발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가 하나의 생활문화권이 되면서 양업고는 일본, 중국 등 전 세계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고 견문을 넓히는 해외이동수업도 실시하고 있다.

◇현장체험위주 학습 등 일본, 중국 등 해외이동수업 실행
양업고는 격주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 모두를 가정으로 돌려보낸다. 가족과 떨어져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만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단순히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가족들은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수행하며 돈독한 가정을 만들어 나간다.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가 가족 구성원에게 소중한 가족, 친구, 이웃임을 깨닫고 가족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자기 정체성을 발견해 간다. 특히 흡연, 폭력 등은 학생 스스로 자치활동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입학전형 시 ‘학부모교육관’ 평가 등 1,2,3차 면접 실시
치열한 입학경쟁률에 양업고는 학부모까지 면접에 참여시키는 입학전형을 운영 중에 있다.
양업고는 중학교 내신성적(50%), 출·결석(20%), 글쓰기(30%)를 반영한 1차 전형을 통해 모집인원의 2.5배를 선발한 후 교사들의 2차 면접, 교장, 교감의 3차 심층 면접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입학 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2, 3차 면접에는 학생들뿐만 아닌 학부모 2명도 참여시켜 학부모들의 교육관도 평가한다.
이밖에도 지식교육 뿐만 아니라 봉사활동, 현장학습, 청소년성장프로그램 등을 통한 창의 인성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윤 교장은 “우리나라의 교육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치우쳐 교육의 본질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학생을 획일적 기준으로 서열화 해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학부모나 교사가 문제나 부적응 해결만을 학생지도라 보고 학생들의 음주나 흡연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의 길을 찾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이제는 부모와 교사의 역할을 극대화해 노심초사하며 생명을 기르는 농부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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