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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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상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2.07.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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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알람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10분만 더 자야지.’하면서 바로 일어나지 못합니다. 10분이 지났습니다. 또 ‘10분만 더 자면 안될까?’ 하면서 뭉그적거리다 일어납니다. 아침기도를 합니다. ‘오늘 하루도 잘~ 그리고 누구누구의 삶에도 평화가......’하며 감사와 청원기도를 합니다.
남편이 이미 일어나 거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군요. 아침밥을 짓기 위해 주방으로 가는 내게 “옥상에 올라가봐야겠어.”하네요. 옥상에는 우리 집 베란다 화초정원에서 답답해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화초가 있습니다. 천사의 나팔과 귤나무, 감귤(낑깡), 블루베리와 치자, 등이 있고요. 이른 봄부터 몇 번 뜯어 먹은 돈나물이 있고, 고추 몇 포기와 부추도 있습니다.
밥솥에 씻은 쌀을 넣고 취사로 누른 다음 나도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올해 부추를 세 번 정도 잘라 먹었는데, 먹기 좋은 크기로 자라있군요. 그걸 잘라다가 아침 반찬에 넣으렵니다. 그런데요. 지난겨울부터 황금색으로 달려있던 감귤을 얼마 전에 따 주었더니, 그 사이에 하얀 꽃을 피웠군요. 귤 종류의 꽃은 향기가 참 좋죠.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나오는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라는, 아름답고 경쾌한 합창곡이 꽃향기와 함께 내 가슴에 들어오네요. 부추를 적당히 자르고 남편한테 부추 포기가 늘어나 잎이 가늘 해진 것 같으니 뿌리를 나누어 다른 곳에 옮겨 심으라 하고 난 내려옵니다.
밥은 밥솥이 해 줄 테고, 이제 본격적으로 반찬을 만듭니다. 먼저 둥근 호박을 반으로 자르고 다시 반으로 잘라 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칩니다. 적당한 그릇에 찐 마늘과 부추, 진간장, 고춧가루, 깨소금을 잘 섞어 놓은 곳에 부친 호박을 넣고 무칩니다. 우리가족은 호박요리 중에 이렇게 만든 것을 가장 잘 먹고, 감자도 이렇게 잘 만들어 먹습니다. 자 다음은 상추겉절이로, 호박을 부치면서 동시에 상추를 씻었습니다. 잠시 간을 고추장으로 할까 아님 멸치젓갈로 할까 망설입니다. 우린 살면서 이렇게 순간순간 선택해야 할 일이 참 많네요. 남편이 더 좋아하는 고추장으로 결정하고 찐 마늘과 부추 참기름 식초를 넣고 잘 섞어 놓습니다. 양념해 놓은 것에 씻은 상추를 넣고 무친 다음 최종적으로 깨소금을 넣고 커다란 접시에 담습니다. 그런데 겉절이 종류는 상차림 직전에 무쳐야하죠. 채소가 축 쳐지니까요.
자! 두 가지 반찬은 다 만들었는데, 호박과 상추 부추 등의 채소에서 무기질과 비타민류의 영양소는 섭취 할 수 있지만 단백질이 부족하군요. 해서 가장 쉬운 계란찜을 합니다. 계란찜도 중탕과 여러 가지 방법이 있죠. 오늘 아침은 뚝배기에다 찜을 합니다. 뚝배기에 하면 비린내가 덜 나고 고소한 냄새가 나며 시간도 단축 됩니다. 계란찜에도 부추를 썰어 넣습니다. 이제 아침식단 요리는 끝났습니다.
참! 국이 빠진 것 같죠? 멸치로 푹 우려낸 물에 된장 풀어 끓인 아욱국이 있습니다. 멸치조림과 아침에 만든 세 가지 반찬으로 아주 소박한 아침밥상을 차렸습니다. 반찬에는 사랑과 정성이라는 양념도 듬뿍 넣었습니다. 식탁에서 평범한 대화로 소소한 행복을 쏟아 놓습니다.
그런데요. 아침에 새로 만든 반찬 기본양념 중에 파가 들어가지 않고, 부추가 들어간 것을 눈치 채셨군요. 주택에 사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집에는 온통 꽃과 나무가 가득한데요. 이른 봄부터 시작하여 꽃이 피고 집니다. 요즘은 소나무 아래, 커다란 접시꽃이 피어있고, 옆집과의 담 위로 풍성하고 짙푸른 담쟁이넝쿨이 마음과 눈을 편안하게 합니다. 그 친구는 상추와 배추 아욱 케일 고추 등을 심은 채마밭도 잘 가꾸어 놓았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부추 밭입니다. 이유가 있죠. 그 친구는 꽃과 나무 채소 등을 가꾸면서 식물의 특성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파를 심어보니 벌레도 많고 병도 잘 걸리더랍니다. 해서 모든 음식에 농약을 해야 하는 파 대신 부추를 넣고, 부추를 많이 먹고 있습니다. 저도 살짝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참 좋은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또 그 생각에 의해 참 좋은 말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 좋은 생각과 말을 얼마만큼 실행에 옮길까요? 언행일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위선과 가식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요? 아주 작은 것이라도,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라도 한 가지씩 찾아서 실행에 옮겨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풍요롭고 기쁨과 보람에 더 가까운 삶이 될 것이라는 단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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