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기에 푹 빠진 꾸러기들과의 16년 사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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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기에 푹 빠진 꾸러기들과의 16년 사제사랑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2.07.12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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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부적응 학생이 행복해지는 학교 현장을 찾아③
전남 화순군 화순초등학교 관악합주단
전남 화순군의 화순초등학교(교장 최창윤) 관악합주단은 비록 시골학교이지만 저력 있는 연주활동으로 종횡무진하며 대내외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1997년 창단해 그동안 크고 작은 연주 횟수만 해도 180여회에 달할 정도다.
수상경력으로는 대한민국문화부장관상,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 은상 2회 외에 금상 2회,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 최우수상 9회, 법무부 주최 청소년 예능대회 전국대회 대상 수상, 2010제주국제관악제 연주 등 여수, 부산, 수원, 목포, 순천에서 주최한 전국관악제 초청공연, 2012년 6월 18일에는 236주년 미국독립기념일 축하공연 및 한국문화예술축제 일환으로 ‘2012사이판’에 참가, 서던 고등학교 만타밴드, 퍼스픽 윈드 브러스밴드 등 명실상부한 10여 예술단체와 당당히 무대에 서는 등 화려한 공연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한 여수엑스포 기념 여수 관악제 초청 연주를 비롯 화순 군민들을 위한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전국 최초, 화순초→화순중 ‘관악반’ 창설로 연계 시도
2000년에는 전국 최초로 화순초 졸업생이 음악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화순중학교에 관악합주반이 창설됐다.
“화순교육지원청 교육장인 류남규 교육장의 ”인간이 창조한 가장 위대한 유산이 바로 예술“이란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화순초, 화순중 관악합주반은 오늘날 학생들의 사기진작은 물론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통해 습득된 능력을 활용한 재능을 잇게 하는 발판이 되고 있지요.”

◇플루트, 클라리넷, 섹소폰, 튜바, 호른, 유포늄 등 구성
화순초 관악반 학생들은 정규학업이 끝난 방과 후 시간을 통해 4,5,6학년을 대상으로 맹훈련을 하고 있다.
4학년은 연주를 나가기 전 기초학습반으로 연습만을 위주로 가르치고 있으며 5,6학년은 주로 2-3년 연습을 통한 연주를 중심으로 훈련하고 있다.
관악합주반은 플루트, 클라리넷, 알토 색소폰, 테너 섹소폰, 호른, 유포늄, 튜바, 트럼펫, 트럼본, 타악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6년 간 꾸러기들에 관악의 매력 듬뿍 심은 마에스트로
서광렬 방과후 교사는 16년 간 아이들의 유능한 스승이 되어 아이들 하나하나에 관악기의 매력을 심어놓은 마에스트로다. 그는 외국에서 정규음악 과정을 밟은 엘리트 음악가로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정규 시립음악원, 독일 퀠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 유능한 교수를 찾아 방황도 했던 휴머니스트의 전력을 가진 소유자다.
“사춘기 시절, 사고사 했던 친구를 잊지 못해 방황도 많았지요. 방황의 늪에서 헤매던 시절, 형의 권유로 시작한 호른이 나를 잡아주어 전공까지 했습니다. 전남대 예술대 음악학과, 중앙대 예술대 지휘과를 졸업했어요. 외국유학 후 오케스트라 입단을 앞두고 갈등도 있었지요. 재학시절엔 대전시립교향악단 지휘자도 했던 경험도 있어요. 그즈음 우연찮게 함께 수련했던 친구와 광주에 내려오게 되었고 96년 6월, 당시 윤병주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딱 2주 만 아이들을 지도해달라는 부탁이 있었어요. 그로부터 16년이 이렇게 훌쩍 지났습니다.”

 

◇마을 순회연주 30회, ‘목포의 눈물, 여자의 일생’ 등 연주
“시골 특성 상 우리 관악반은 ‘화순군민을 위한 마을순회 연주’를 30회 이상 갖고 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등 동네어르신들을 위해 ‘목포의 눈물’ ‘여자의 일생’ 등 삶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하는 음악을 연주하여 많은 박수갈채를 받곤 합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연주를 나가기 전 충분한 대화를 나눕니다. ‘악기를 연주할 때는 관객이 원하는 음악을 해야 감동을 줄 수 있다’고요. 주로 트로트나 가요 등을 연주할 때가 많아요. 어르신들이 연주를 할 때 좋아하는 모습을 뵈면 절로 보람과 감사가 느껴지곤 합니다. 아이들도 그렇겠지요.”
◇10인10색 꾸러기들의 ‘끝없는 관악기 사랑’ 에피소드 펼쳐
뿌웅-, 부웅-, 쾅. 관악반 교실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하나 둘 모여드나 싶더니 어느새 넓은 교실이 가득 찼다.
“관악반에 들면서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친구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좋아요. 가족에게도 큰 자부심이 느껴진다.” 〈클라리넷의 손서영(4년)양〉
“손가락이 리드 악기를 하나하나 연주할 수 있게 된 것이 신기하고 가르쳐주시는 아빠가 늘 의젓해 보여요.”〈알토 섹소폰의 서 들(4년)군, 서교사의 외아들〉
“엄마가 제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악기 연습하는 시간이 기다려져서 공부가 끝나면 정신없이 달려옵니다.” 〈알토 섹소폰의 임건혁(4년)군〉
4학년 연습 반을 마무리하는 연주곡으로 ‘데킬라’가 웅웅-, 시작되고 있었다. 교실에는 이미 5, 6학년들이 연주를 하기 위해 옹기종기모여 연신 동심을 터뜨리고 있다.
트럼펫을 부는 박금지(5년)양은 “이제 3년 됐어요. 오리엔테이션 때 폐활량이 부족했는데 연습을 하다 보니 잘 불게 됐어요. 그래서 너무 신이 나요.”라고 말했다.
테너 섹소폰을 부는 윤제우(5년)군은 “그냥 좋아서 선택했는데 너무 잘한 것 같고 일단 불기 쉽고 소리가 잘나 저에겐 최고의 악기”라며 칭찬을 했다.
야생마 같았던 김준수(5년)군은 테너 섹소폰을 연주한다. “우선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좋구요. 제 마음과 통하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해요.“
클라리넷으로 화음을 넣는 이지희(6년)양은 “처음엔 트로트를 잘 몰랐는데 마을순회 연주회를 통해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시는 걸 보니 기분이 좋고 커서는 자원봉사를 많이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특히 연주회를 갈 때 친구들의 무거운 물건을 잘 들어준다.”는 최민준(6년)군은 “스피커 등은 무게가 무거워 작은 친구들이 들기 힘들어요. 그래서 제가 많이 들어준다.”고 했다.
이란성 쌍둥이인 오승빈(6년)양, 제석(동생)군은 “악기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유치원교사와 과학자가 되고 싶다.”며 각각의 소망을 말하기도 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로 춤과 연주 멋들어지게 표현
드디어 5,6학년의 연주시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것을 주문한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태진아)노래를 연주하라신다. 거기에다 호명한 세 명의 친구들은 연주에 맞춰 멋들어지게 춤까지 곁들였다.
환호성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밝게 적응해 가며 마음속에 있는 것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 않는 밝고 적극성 있는 동심들로 자라나고 있었다.

◇한 휴머니스트의 지휘 속 믿음·신뢰가 하모니로 연주
마무리 연주시간이 다가왔다. 장엄하고 야생마가 마치 눈앞에서 뛰어노는 듯 광경이 펼쳐진다. ‘아프리칸 심포니’다. 다음 연주는 빠른 템포의 ‘안토니의 뉴 월드’가 연주된다. 와-하는 함성이 그리고 박수가 아이들의 마음에서 흘러나왔다. 아이들은 음악이 주는 감동 속에서 매일 콩나물처럼 바른 인격으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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