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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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중요성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2.04.2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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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30년을 넘게 쓰고 있는 경운기가 있다. 겉모양은 낡고 찌그러지기도 하여서 볼품은 없지만 그래도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은 식량이나 할 만큼 벼농사 만 조금 하고 있기 때문에 경운기 쓸 일도 거의 없지만 그래도 기계의 원리와 구조를 조금은 알고 있어서 그 간 집에서 손 볼 것은 그때그때 손보기도 하고 고쳐 쓸 것은 고쳐 쓰면서 관리를 잘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왜 이처럼 고물이나 다를 바 없는 경운기를 들춰가면서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 같다,
화창한 날씨 탓에 집안 청소며 빨래를 비롯해서 화단 김매기까지 좀 과로하는가 싶었는데 어제 저녁부터 아내가 속이 메스껍고 어지럽다며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소화 불량 쯤으로 생각하고 자고나면 괜찮아 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대수롭지 않아 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열도 나고 더욱 괴로워한다. 마침 토요일이라서 진료를 하는지 몰라 전화로 청주에 있는 전에 다니던 병원에 문의 하였더니 아침 식사 후 두 시간에 맞추어 오라고 한다. 시간에 맞추어 병원엘 가서 소변과 혈액을 채취하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도 아내는 앉아 있지를 못하고 대기석 의자에 누어있어 다른 내원 환자들 보기에 민망스러워도 어쩔 수가 없었다. 원장 선생님은 교회 장로님으로 전부터 알고 지내는 터이기는 하지만 진료 결과를 상세히 설명 해 준다. 혈액이나 요변 검사로는 별 문제가 없고 과로하여 몸살이 좀 심한 것뿐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였다. 처방대로 약을 받아가지고 좀 쉬었다 갈 생각으로 딸아이 에게 들렸더니 쉬는 날이라서 마침 집에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딸아이가 대뜸 하는 소리가 엄마 어디 아파? 왜 그래? 하고 호들갑이다. 병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 대충 주었더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하는 소리가 엄마는 내과 보다는 정신과에라도 가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미부터 고쳐야 다른 병이 나지 않는다고 핀잔을 준다.
아내는 원래가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미다. 할 일이 없으면 뜰에 없는 풀이라도 뽑아야하고 아직은 깨끗한 이불도 뜯어서 빨아야한다. 그러고도 모자라면 무엇을 하는지 주방에서 늘 동당거린다. 그러니 딸아이도 이러한 제 어머니의 성격을 잘 아니까 그 것을 나무라며 이제는 연세도 있고 하니 몸 관리를 좀 잘하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몸 관리 이야기가 거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화살이 내게로 향한다. 아버지는 마나님 관리를 어떻게 하셨기에 이렇게 되도록 두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는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 것만으로 마나님께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지 마시고 평시에 마나님 관리를 잘 하셔서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잘하는 것임을 잊지 말란다. 그리고는 경운기 관리를 잘해서 30년 넘게 쓰고 있으면 무얼 해? 엄마도 앞으로 30년 넘게 더 잘 쓸 수 있도록 관리를 잘 해야지, 하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 한다. 그러고 보니 아내의 아픈 것이 내 탓이 되고 말았지만 딸아이의 말이 잘못 된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40년을 넘게 부부로 살아오면서 아내가 나로 인해 속 썩이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며 살아 왔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프다 소리를 잘 하는 아내의 건강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 했던 것은 사실이기도 하지만 또 내 마음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탓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이 없는 물건들이야 경운기나 자동차와 같이 관리를 잘하면 좀 더 오래도록 잘 쓸 수도 있고 화초 같은 것은 관리하는 대로 모양을 만들고 꽃을 피울 수도 있지만 인격이나 주관 자존심등에 배타적 요소도 내재 되어 있는 사람의 마음이야 어디 내 마음대로 관리가 쉽겠는가 말이다. 그러기에 내 주관적 관리는 아니더라도 좀 더 배려하고 좀 더 관심을 가져 주는 보편적 관리가 필요 하다는 생각에서 아내의 건강을 관리해야 할 것 같다.
같은 날 오후에 마침 지인의 여혼이 있어서 예식장에를 가게 되었다 비를 뿌리는 궂은 날씨이지만 결혼 시즌에 맞게 주차 할 공간이 없을 만큼 그 커다란 주차장이 가득 찼고 예식장 안은 인산인해 그대로였다.
혼주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돌아오면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 할 때나 가난 할 때나 어려울 때나 병들 때나 언제라도 서로 존경하고 위로하고 사랑하며 살겠노라는 결혼 서약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일생을 통하여 언제나 행복이라는 최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부부가 건강하게 함께 해로 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가장 큰 복을 누리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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