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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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바보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2.02.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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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서울에서 공부하는 두 아들이 고양이를 키운다는 연락을 해왔다. 난 펄쩍 뛰며 고양이를 집에서 키울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아이들이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들집에 갔을 때, “엄마 내 동생 마루예요. 구마루!”하며 고양이를 안고 나오는데 회색빛과 눈동자에서 섬뜩함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며 무서워서 쳐다볼 수 없으니 치우라고 했다. 큰아들에게 물었다. 대체 두 놈 중에 누가 먼저 그리고 왜 키우게 됐냐고 했더니, 친구가 원룸에서 키우는 걸 보며 한 번 키워보고 싶었고, 객지생활이 외로워서 동생과 상의해서 동생이 지인한테 분양받아 온 것이라 했다. 난 한숨이 나올 정도로 싫었다.
그 후, 아들집에 들락거리며 아이들이 학교에 간 뒤에, 남겨진 고양이와 나의 생활이 이어졌다. 서서 일을 할 때면 내 곁에 와서 다리를 계속 스치며 왔다 갔다 하고, 큰 아들 방에 있으면 책장위에 올라가 나를 내려 보다가 낮잠을 자면 내 머리에 와서 잠을 잔다. 작은애 방에서 책을 읽을 때면, 내 가슴으로 뛰어 올라와 얼굴을 비비기도 하고 그 애 방에 있는 고양이집에서 잠을 잔다. 고양이와는 절대로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나를 따라 다니는 그 모습에서 차츰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고양이가 예쁘게 느껴졌다. 이제는 고양이를 꼭 껴안게 되었고 그 애 몸에 내 얼굴과 입술을 대기도 하고 그 애 코와 내 코를 부비며 얼굴 양쪽도 함께 부비기도 한다. 아이들 집에 갈 때면, 고양이와의 만남이 그려지며 기다려지고 또 고양이와 헤어질 때는 이별이 아쉬워 고양이를 안았다가 놓았다가를 몇 번 반복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고양이가 보고 싶어진다. 어느 순간부터 고양이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들들의 고양이 사랑은 말할 것도 없다. 저지레 치는 것을 보아도 웃음으로 넘기며 밥 먹을 때조차도 껴안고 얼굴을 비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너희들 장가가서 말도 알아듣고 방긋방긋 웃으며 여러 감정 표정도 짓는 네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예뻐하겠니? 너희들이 고양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마는 너희들을 키운 거 실감나지?” 그 말에 아이들은 긍정적이며 자기들이 얼마나 사랑을 받고 살아왔는지 고양이를 통해 느끼는 것 같았고, 생명에 대한 소중성과 사물에 대한 관대함과 더불어 감성이 더욱 풍성해졌음을 볼 수 있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불편한 점도 많다. 요즘 같은 겨울날에도 방의 문을 모두 열어 놓아야한다. 고양이는 밤중에도 자다가 큰 아들과 작은아들 방을 옮겨 다니며 잠을 자며, 수시로 먹고 배설을 하는데 거실에 고양이 변기와 먹이통, 물이 있기 때문이다. 방의 문이 닫혀 있으면 그 방 문 앞에 가서 문을 드르륵 거리며 야옹거린다. 그런데 아들들은 고양이로 인해 숙면을 취할 수 없는 것과 수시로 고양이 배설물을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도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 고양이 전용변기의 배설물도 서로 미루지 않고 먼저 보는 사람이 치우는 것을 보면, 고양이가 주는 기쁨이 그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 같다.
지난 1월에는 두 아들이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를 하고 정리를 위해 며칠을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고양이가 밤낮없이 현관문 앞에서 큰소리로 우는 것이었다. 전에 살던 집에서는 큰 소리를 내지도 않았는데, 이웃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주 불편했다. 우는 녀석을 데려와 꼭 안아주고 다독여도 소용이 없었다. 전에 살던 집과 달라서 그런 것 같았다. 이사를 하면서 고양이가 침대 밑을 드나들어 제대로 청소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라 서랍장을 넣은 침대로 바꿨고, 장롱에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장롱위에 물건을 얹어 놓았더니 마음을 붙일 곳이 없었나보다. 해서 장롱 위에 공간을 마련해주고 포근한 담요까지 깔아주었다. 고양이를 위해 놀아주기도 했지만 계속 현관문을 향해 오르려고 했고, 아들이 밖에서 들어오는 순간 그대로 밖으로 튀어 나가 계단을 올라 옥상까지 가는 일까지 생겼다. 얼마 후, 아이들 집에 다시 찾았더니, 고양이가 아파서 동물병원에 다녀왔고, 약을 먹고 있었다. 고양이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버거웠나보다. 주인의 사랑으로도 채울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고양이를 들여다보며 애틋한 마음과 함께 사람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생명을 지니고 태어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만, 자신이 극복하기에 어려운 것과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송원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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