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초기와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수압이 약해져 수도꼭지를 틀어도 어린아이 오줌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집안 한쪽에서 변기라도 사용할라치면 물이 다 채워질 때까지 손 놓고 기다려야 한다. 일정한 수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순간온수기 사용도 당연히 할 수 없다. 인근 홀몸 노인은 “답답해서 못 쓰겠다”며 다시 지하수를 사용한단다. “수돗물을 사용하니 펌프 돌아가는 소리 안 들려서 좋고, 전기료도 절약되어 좋고, 오래 살다보니 참 좋은 세상 되었다”던 그 노인은 이제 아예 수돗물 사용을 포기할 듯하다.
왜냐하면 이런 실상을 이장 등 지역주민들이 군청에 하소연을 하여 한 두 차례 누수점검 및 공사를 하는 듯 했으나 상태가 호전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믿는지 관청도 조용히 세월만 보내고 있다.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어도 시간이 가면 인사이동은 있게 마련이다. 다른 부서로 옮겨가면 책임은 전가되고 자신은 벗어날 수 있다. 착하고 순박한 주민들은 ‘이의제기나 항의’따위는 감히 생각조차 않는 듯하다. “관청과 따져 이길 수가 있는가”“답답해도 참아야지”라는 게 이들의 오랜 관념이다.
준공한 지 불과 한 두 달 만에 수돗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또 이를 손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난망한 상태라면 왜 이래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설치 업자에게 지불된 공사비가 관리감독자들의 쌈짓돈은 아니지만 국민의 혈세가 아니던가. 또 이를 위임받아 집행하는 관리감독청으로서 업자들의 당연한 하자관리 의무를 기피하는데도 어찌하지 못하고 오히려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인데 이것이 직무유기 때문인가, 수수방관 때문인가.
그래서 말들이 있다. 갈평리와 유사한 부실 마을상수도 운용실태로 인해 주민들이 속을 썩이는 곳이 몇 군데 더 있다는 항설이 있다. 또 상수도 전문 설치업자에게 공사를 발주한 것이 아니라 일반 배관설치 업자를 활용했기에 누수 등 하자 발생 빈도가 높고 기술적 문제로 인해 보수공사가 어렵다는 말도 들린다. 그리고 설마 이렇지는 않겠지만 마을상수도가 농촌지역의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이 사용하고 있는 설비여서 전시행정상의 예산이 한번 집행된 이후에는 관청에서도 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하기야 마을상수도라는 것이 70~80년대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농어촌의 급수개선을 위해 대대적으로 조성됐던 사업 중 하나였다. 상수도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지역에서 소규모로 운용하는 상대적 비용이 적게 드는 급수시설인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조성마을에서 소외됐다가 30~40년이 지난 2011년에 와서야 마을상수도가 설치됐는데 이마저도 사용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주민들에게 있어 억울함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의견이나 주장이 마이동풍(馬耳東風), 우이독경(牛耳讀經)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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