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장차관 토론회에서 관행적 비리에 젖어 임기 말 무사안일에 빠진 공직사회를 강도 높게 비판한 말이다.
기실 이런 현상이 어제 오늘에 생긴 일만은 아니다. 세상은 위정자들에 의해 늘 그렇게 운용되어 왔다. 힘센 자가 정의를 바로 세운다며 결과적으로 권력을 남용했고, 약자를 돕는 경제권은 강자에게 주어졌다. 사회는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현상이 가중되고 권력과 금력은 유착된다. 아니 요즘 같은 사회상은 네 번째 권력인 언론 일부가 끼어들었으니 권언금(權言金) 유착이라고 해야 맞겠다.
증자의 출호이반호이(出乎爾反乎爾)라는 성어가 있다. 즉 자기가 뿌린 씨는 자기가 거두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라는 뜻이다. 나타나는 결과는 나로서 비롯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력자들은 흔해 빠진 ‘부덕의 소치’라는 자조조차 없이 남 탓만 한다. 이번 정권은 그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 것 같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의 ‘홀로 웃다’(獨笑)를 음미해 본다. 잘 알다시피 다산은 18세기 조선의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대의 실학자이자 개혁가이다.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했다. 이른바 '1표 2서'라 불리는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18년간 전남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그 때 지은 일종의 세평 시다. 다산의 시문집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실려 있다.
‘양식 많은 집엔 자식이 귀하고, 아들 많은 집엔 굶주림이 있으며,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재주 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으며, 집안에 완전한 복을 갖춘 집 드물고, 지극한 도는 늘 상 쇠퇴하기 마련이며, 아비가 절약하면 아들은 방탕하고,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바보이며, 보름달 뜨면 구름 자주 끼고,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대지, 세상일이란 모두 이런 거야, 나 홀로 웃는 까닭 아는 이 없을 걸’
有粟無人食 多男必患飢
達官必?愚 才者無所施
家室少完福 至道常陵遲
翁嗇子每蕩 婦慧郎必癡
月滿頻値雲 花開風誤之
物物盡如此 獨笑無人知
세상일이란 그 시대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손마다 스마트폰을 들었다 해서, 또는 SNS(사회적관계망서비스)가 모든 것을 뒤바꿈 할 것처럼 보여도 세상이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권력자는 더 센 힘을 가지려하고, 돈 많은 자는 조금 더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주변에선 흘린 떡고물을 챙기기 위해 좀비처럼 사는 이들이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추세만을 쫓는다. 세상은 불공평해진다. 그럼에도 다산은 보았다. 나도 보았다. 인위적 공정사회 보다 더 세상이치가 공평함을 말이다. 그래서 자족한다. 홀로 웃는다. 거참 깨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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