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행복 만들기
-최재호, 갈로로 루즈 미민다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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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행복 만들기
-최재호, 갈로로 루즈 미민다 부부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09.10.1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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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필리핀 이사벨라주 카라얀시 아가씨 시집오다 ”

▲ 요즘 아이들은 ‘하이파이브’를 잘한다. 아빠를 닮았지만 엄마를 더 좋아하는 길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오이 줄기 손질작업을 하던 재호, 미민다 부부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찰칵~.
보은읍 풍취리 최재호(50), 갈로로 루즈 미민다(43)부부는 2004년 6월 결혼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다소 늦은 감이 있던 초혼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빨리 갖기 원했고 곧 그렇게 됐다. 외아들 길우는 5살로 벌써 듬직한 사내아이가 됐다.
재호 씨는 아직껏 외국에 나가본 경험이 없다. 필리핀 사람인 미민다 씨가 한국에 입국하여 남편 재호 씨를 만났다. 그래서 이들의 만남은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이들 부부의 만남은 종교가 맺어준 필연이다.
미민다 씨는 필리핀의 전통적 천주교 집안에서 13남매 중 5번째로 태어났다. 위로 언니 4명이 있고 밑으로 남동생 5, 여동생 3명이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천주교가 국교인 필리핀은 국민 97%가 신자들이다. 천주교 교리는 낙태와 자살을 금지한다. 따라서 낙태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고향 의류업체 생산직에 근무했던 미민다 씨는 통일교 신자였던 친구와 같이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당초 일주일 예정의 단순한 일정이었던 여정은 그러나 나비효과에 의한 다양한 변화처럼 그녀의 운명을 바꿔버렸다. 서울에 한 달, 청주에서 2달 한국 생활이 시작됐다. 급기야 재호 씨를 만나 국제결혼을 하게 됐다.

# 다소 늦은 결혼, 다섯 살 난 외 아들 길우, 행복의 원천
충주 최씨 가문의 재호 씨도 5남6녀, 11남매 중 차남이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다보니 혼기를 놓쳤다. 대처로 나가야 하는 형님 부부 대신, 부모님과 함께 살기위해 5년 전 고향에 내려왔다. 인연 이었던지 서로 전혀 알지 못했던 미민다 씨와 곧 혼인하게 됐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결혼 생활 초기 미민다 씨의 고생은 말이 아니었다. 말이 잘 안 통해 의사전달이 잘 안 되는 것은 두 번째였다. 음식과 물이 체질에 잘 맞질 않아 무언가 먹기만 하면 체했다. 한국 생활문화와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할 시어머니 오초구(78)씨는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질환으로 인해 방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분이었다. 다행히 시아버지 최봉주(80)씨는 강건하여 시어머니의 수발을 해주는 등 며느리의 일손을 돕고 있다.
돌이켜 보면 5년 이란 세월은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그런 시간이었다. 그 사이 한국말을 배운 미민다 씨는 가족들과 의사소통이 원만하게 됐다. 그리고 아직은 손맛이 아닌 양념 맛뿐일 터이지만 한국음식도 만들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아빠를 닮았지만 엄마를 더 좋아하는 길우가 영어를 잘해 친구들로 부터 부러움을 받고 있어 마음이 편했다.

# 오이 농사 잔손질 많아 힘들지만 부부가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재호 씨는 시설 오이 재배 전문가다. 처음에는 쉬엄쉬엄 농사지으려고 2동의 비닐하우스만을 만들었다. 그런데 가족이 생기면서, 돈 줄 곳도 생기자(재호 씨의 표현) 어정쩡하게 남아있던 농지에다가 비닐하우스 한 동을 더 짓게 됐다. 그래서 모두 660㎡ (200여평)의 오이재배 하우스가 생겼다.
오이 수확은 봄, 가을 연중 두 차례 한다. 잔손질이 많아 몸은 다소 고되지만 가격은 괜찮은 편이다. 비교적 편한 농사로 호박이 있기는 하나 호박을 재배하고 나면 하우스 내의 토양 전체를 손봐야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날씨 더운 날의 오이 농사는 온 몸을 땀으로 흠뻑 젖게 한다. 웬만한 사람들은 이겨내질 못한다. 재호 씨 부부는 양쪽 다 건강한 체질이다. 늘 부부가 함께 일한다. 이런 점에서 자신을 의지하고 묵묵히 따라와 주는 부인 미민다 씨를 재호 씨는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표현을 겉으로 한 적은 아직 단 한 번도 없다. 멋쩍을 것 같아서다.
재호 씨는 필리핀 처갓집도 아직 한번 못 갔다. 장인, 장모에게 면전에서 아직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다. 솔직히 외국에 나가 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처갓집 방문을 자꾸만 미루게 된다. 올 겨울에도 가보자고 부인과 약속했지만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

# 필리핀 루손섬 북동쪽 이사벨라주 카와얀시가 미민다씨의 고향
사실 재호 씨 입장에서 보면 두려워 할 것은 없다. 부인 미민다 씨가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해에도 부인과 길우는 이미 필리핀을 다녀왔다. 미민다 씨는 자국어인 표준 따갈로그어는 물론 영어도 능통하고, 한국어 통역이 가능하다. 때문에 재호 씨는 그저 부인만 따라다니면 말하고 먹는 모든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고추장과 된장만 갖고 가면 부인이 다 알아서 해줄 터이니 한국 음식도 문제가 없다. 말 그대로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다. 돌아온 뒤 친구들에게 자랑할 얘깃거리만 챙겨오면 된다.
미민다 씨의 고향은 이름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필리핀 수도 메트로폴리탄 마닐라시가 있는 루손섬의 북동쪽 이사벨라주 카라얀시 빌라 플로워다. 마닐라에서 마하리카 고속도로를 통해 8시간 정도 간다.
티크 목재와 사탕수수, 옥수수, 담배를 많이 경작한다. 미민다 씨 친정집도 벼농사와 옥수수를 재배한다. 이 지역은 그러나 관개수로 등 농수로 개발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 건기 때는 물이 다소 부족하다. 그리고 가끔 태풍이 오기도 한다. 그래도 미민다 씨는 고향이 그립다. 올 해는 온 가족이 함께 필리핀을 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글/사진 최동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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