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행복 만들기(21)
-신동우, 응엔티 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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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행복 만들기(21)
-신동우, 응엔티 센 부부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09.10.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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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은대추고을농장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

▲ 잠시 짬을 내어 동우, 센 부부 가족이 사랑과 행복이 걸린 대추나무 앞에 섰다. 아침 햇살이 눈이 부시다. 할머니는 둘째 손녀의 재롱을 보고 환하게 웃는다.
추석 대목을 앞 둔 보은대추고을농장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예년에 비해 시기적으로 추석이 빨리 와 대부분의 대추가 발갛게 고운 물이 아직 들지 않았다. 그런데 주문은 예서제서 한꺼번에 몰려든다. 이런 걸 두고 ‘즐거운 비명’이라고들 한다.
보은대추고을농장의 대표이자 보은황토대추작목반장이기도 한 신동우(41)씨는 밀려오는 주문전화 받으랴, 택배로 보낼 대추 포장하랴 그야말로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집에서 약 1.5km 떨어진 대추농장에서는 응엔티 센(27)씨의 진두지휘로 대추수확이 한창이다. 일손 중에 한 분이 몸이 안 좋아 쉬는 통에 이 날은 더욱 손길이 바빠졌다. 작업 진행 상황을 수시로 묻는 남편 동우 씨의 전화를 받으면서도 한 손은 연신 대추를 딴다.
보은읍 어암리 3만3,000㎡( 1만평) 비닐하우스와 물주는 시설 등 자동화 된 잘 정리된 대추농장이 이들 부부 삶의 터전이다. 그리고 사랑과 행복이 걸린 꿈 속 세상 대추나무이기도 하다.

# 결혼 후 대추농사도 잘되고, 아이들도 잘 크고 만족한다
어암리는 뽕나무와 누에치기 특히 동충하초(冬蟲夏草) 재배가 성업했던 지역이다. 동우씨도 동충하초를 하다 2005년 대추농장으로 전업했다. 그리고 다음 해 3월 베트남으로 건너가 센 씨를 신부로 맞았다.
이 후로는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 ‘바닷바람’을 뜻하는 센 씨의 고향 ‘하이퐁(海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야말로 ‘순풍에 돛단 배’였다. 대추농사는 지금까지 매년 성공적이었고, 수민(4), 수빈(2) 두 딸 역시 커다란 대과없이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
센 씨는 당초 외국인과 결혼할 생각이 꿈에도 없었다고 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제 3의 도시이자 북부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퐁에서 자란 그녀는 원래 의상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집에다 재봉틀 몇 대 갖추고 가내수공업 형식으로 의상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금도 아이들 옷 만들어 입히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런 그녀가 남편 동우 씨를 만나건 정말 인연이 작용해서다.
사촌동생이 한국인과 결혼하기 위해 맞선을 보러간다기에 심심풀이 들러리로 따라 나섰다. 그런데 그만 동우 씨와 맞닥뜨리고 말았다. 평소 드라마 ‘대장금’ 등을 통해 호감을 갖고 있던 한국의 ‘멋진 남자’를 보고 만 것이다. 싱숭생숭하던 차 에 “한국에 같이 가서 살자”는 사촌동생의 애걸복걸도 결심을 굳히는데 일조했다.
# 의상디자이너 되려했던 꿈 접고, 사랑 걸린 대추농사꾼 되다
일이 잘 풀리려고 그랬는지 첫 아이 수민이는 베트남 신혼여행에서 임신이 됐다. ‘첫 딸은 살림밑천’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동우 씨는 형제자매 3남4녀 중 넷째로 장남이다. 평산 신씨 가문으로 시집 온 어머니 김영조(74) 씨도 내리 세 딸을 낳은 뒤에야 장남 동우 씨를 낳았다. 아무튼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 해 보면 센 씨도 아들을 최소한 한 명 이상은 낳아야 할 분위기다.
“멀리서 시집와 한 식구가 됐는데 야단치기는 왜 야단치냐”며 시어머니는 며느리 감싸기에 두 팔 걷고 나섰다. 그러면서 아들이 왜 국제결혼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설명했다.
“머리가 아주 비상해요. 성격도 칼칼(깨끗하거나 산뜻하다는 뜻)하고. 어떤 때는 한 수 앞서 오히려 남편에게 훈수할 때도 있어요. 각종 찌개류 등 웬만한 한국음식도 잘하고, 동네에서는 여장부라고 할 정도로 활동력도 있어요”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얘기는 칭찬일색이다.
정말 센 씨는 한국에 온지 만 3년을 조금 넘겼을 뿐인데 의사소통도 무난하지, 원동기 면허도 취득해 오토바이도 몰고 다니지, 심지어 자동차 운전면허까지 땄다.

# “멀리서 시집와 한 식구 됐는데 왜 야단치냐”는 시어머니 말씀
센 씨가 시어머니의 말마따나 이같이 칼칼한데는 원인이 있기는 하다. 센 씨의 아버지 응엔 딩 쿠아(60)씨는 하이퐁 출신답게 외항선원으로 청춘을 보냈다. 한 번 배를 타고 나가면 1~2년 동안 한국, 중국, 일본 등 외국을 두루 다닌 멋진 마도로스였다. 어머니 도안 티 하(58)씨는 그런 아버지와 4남1녀 를 낳았다. 즉 남자들인 3명의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센 씨는 자랐다. 아무래도 가정 분위기가 남성스러웠을 것이니 칼칼한 성격이 후천적으로 형성되었음직 하다.
이제는 아버지의 연세가 있어 외항선을 타는 대신 국가에서 주는 연금으로 생활한다. 오빠들은 돼지사육 등 농사일을 하기도 하고 구멍가게도 운영한다. 당연히 생활이 풍족한 편은 아니다. 막내 오빠(30)는 한국에 와서 농사일을 하든, 제조업 일을 하든, 취업을 하고 싶어 하지만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

# 오는 19일 베트남 친정 부모들 한국에 오는데 걱정반 기쁨반
센 씨는 오는 19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친정 부모가 한국에 온다. 바르게살기협의회가 주관한 농업인 다문화가정의 친정부모 한국초청 행사에 센 씨 부부 등 보은군에서 두 가정이 선정됐다. 지난 2007년 수민이 출생기념으로 한 달간 베트남을 다녀온 뒤, 재회하는 것이니 2년만이다.
보름일정의 이번 한국 방문은 산업시찰 등 선진지 견학도 포함됐다. 이 후 센 씨의 부모들은 출국 시 까지 사위인 동우 씨 집에서 거주하게 된다. 센 씨의 걱정은 부모의 비자를 연장하여 최소 3개월 정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만큼 머무르면서 바쁜 농장일도 돕고, 한국의 겨울 눈경치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한편 시어머니도 걱정이 있다. 우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돈부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가 근심거리다. 어렵기만 한 것이 사돈지간 아니던가. 며느리가 이젠 통역을 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걱정이 쉬 가시지는 않는다. 아무튼 센 씨는 귀화가 결정되어 현재 서류 수속 중이다. 조만간 정식 한국인이 되는 것이다. 올 해 대추는 유난히 크고 달다. 동우, 센 부부의 노력 결과다. 대추나무 사랑도 걸렸다.

글/사진 최동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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