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행복 만들기(17)
-구종회, 레티 김로안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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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행복 만들기(17)
-구종회, 레티 김로안 부부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09.09.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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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도 이젠 다문화시대!
“ 씨앗 뿌려 한국, 베트남 채소 동시에 가꿔 먹어요”

베트남에서 한국의 구종회(42)씨에게 시집 온 레티 김로안(23)씨는 꽤 인기가 많은 편이다. 그녀가 활동 하는 곳마다 인기다. 보은군다문화가정지원센터는 물론이고 보은농협 다문화대학 내에서도 그렇다. 특유의 친화력을 가진 그녀 주변에는 베트남은 물론 중국계 건, 필리핀계 건 다문화여성들이 친구로 가득하다.
또한 주변에서 그를 아는 사람들은 김로안씨 집안분위기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한다. 가정이 화목하고 특히 시댁 부모님들이 며느리에게 너무 잘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김로안씨의 시댁은 명문가의 오랜 전통을 가진 능성 구씨 집안이다. 능성 구씨의 보은지역 집성촌은 산외면 봉계리다.
시아버지 구양서(72)씨는 이곳서 태어나 72년째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그리고 시어머니 김춘희(73)씨는 옥천군 청산면 태생으로 53년 전 이곳으로 시집와 2남4녀를 두었다. 김로안씨의 남편 종회씨는 셋째이자 맏아들이다.
현재 한국농촌의 실정에서 층층시하 시부모를 모시고 살아야하는 장남으로서는 신붓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서 2007년 3월 모자는 신붓감을 찾아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능성 구씨 맏며느리 된 베트남 레우 터이씨 맏딸
종회씨 어머니는 군대생활을 오래했던 아들보다 오히려 해외여행 할 기회가 많았다. 농촌지역도 요즘은 그렇다. 단체로 하는 해외견문이기는 했지만 태국, 중국 등 외국문화를 부부가 함께 접하곤 했다. 그 덕분에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고 다문화에 대한 이해폭도 넓혔다.
그런 종회씨 어머니에게 수십 명의 신부 후보들 중에서 눈에 번쩍 띈 것이 바로 김로안씨다. 오래된 인연이었을까. 김로안씨의 하얀 피부의 외모와 친화력 있는 인상 등이 맘에 들었다. 손자를 낳아도 이쁠것 같았다. 종회씨도 맘에 들어 했다.
김로안씨의 고향은 호치민에서 서남방향으로 4시간 거리에 있는 빈 롱이다. 메콩 강의 지류인 티엔 강줄기가 감싸며 흐르는 풍요로운 농촌지방이어서 한국의 제일제당 사료공장도 들어서있다. 또 강변의 수상생활과 과일 등을 파는 수상시장 등은 관광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친정에는 아버지 레우 터이(45), 어머니 보티 피(44)씨가 21, 15살의 여동생, 그리고 이제 7살인 남동생과 함께 생활한다. 김로안씨도 레우 터이씨의 맏딸이다.

# 텃밭에 베트남 채소 씨앗 뿌려 가꿔먹는 지혜
김로안씨의 친정은 돼지사육 등 소규모의 양돈 외에 본업이 따로 있다. 바로 ‘술도가’다.
예전엔 우리나라에도 면 단위에 하나정도씩 있었던 양조장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알코올 도수 약 5~15도 정도의 막걸리, 동동주를 즐기나 김로안씨네는 무려 40도 정도의 술을 양조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중국인들의 고량주처럼 높은 도수의 술을 좋아하는 문화다. 이런 류의 술은 확실하게 취하고 술이 깼을 때 머리가 아프지 않다. 이 김로안씨네 술도가 명품 술을 맛보려면 구양서씨 댁을 방문하면 된다. 아들내외가 지난 2월 베트남 처갓집을 다녀오면서 선물로 가져온 술이 딱 한 병 남아있다.
옛말에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이 있다. 이 집안 분위기도 그런 느낌이다. 시어머니도 며느리 김로안씨에게 정말 잘해준다는 소문이지만 시아버지의 말없는 표정을 보면 시어머니에 못지않은 것 같다.
“시아버지는 배추김치, 시어머니는 무김치 종류를 좋아 하신다. 남편은 베트남 식 반찬도 잘 먹는다” 김로안씨는 텃밭에 베트남에서 가져온 채소 씨앗을 뿌려 가꿔 먹는다. 청양고추보다 더 매운 베트남의 작은 고추, 호박, 수세미와 한국인이 도리질 칠 정도의 입맛에 잘 맞지 않는 허브종류다. 하지만 한국인이 당연하다는 듯이 먹는 깻잎, 미나리 등도 알고 보면 독특한 향이 나는 허브다. 동남아 사람들 대부분은 생 깻잎 맛을 보면 얼른 뱉어낸다. 우리는 그 생 깻잎으로 쌈도 해먹고 한다. 같은 종류의 채소라도 품종에 따라 맛과 향이 각각 다르다. 사람들도 문화와 식성에 따라 즐기는 맛과 향은 천차만별이다.

# 군 제대 기념반지 녹여 아내 목걸이 선물
종회씨는 청주로 출퇴근한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김로안씨는 아들 자본(2)을 안고 보은군다문화가정지원센터나 보은농협 다문화대학에 나와 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만난다. 시부모들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고추밭 등을 가꾸는 농사일을 한다. 시아버지는 요즘 들어 무릎 관절이 자주 아프다. 그러면서도 며느리에게는 아직 힘든 농사일을 시키고 싶지 않다. 며느리에 대한 크나큰 배려다.
지난 2월에는 손자 자본이 출산기념으로 며느리를 베트남 친정에 보내 주었다. 종회씨는 회사근무 관계로 일주일 만에 먼저 돌아왔지만, 김로안씨는 아들과 함께 한 달여 있다 왔다. 이 역시 며느리 또는 아내의 심정을 이해하려는 가족들의 배려다.
김로안씨의 금목걸이에도 사연이 있다. 종회씨는 공수부대 출신이다. 5년간이나 복무했다. 제대기념으로 금반지를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었다. 그 금반지를 녹여 아내의 목걸이를 만들어 얼마 전 선물했다. 김로안씨의 기분이 어땠을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구양서씨 집안의 다문화가정은 이렇게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글/사진 최동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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