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내 가슴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시인 오장환이 애절하게 불렀던 '나의 노래'를 그의 후예들은 어떻게 부를까. 궁금해서 지난 2일과 3일 오장환 문학제가 열리는 그의 고향 회인 골을 찾았다.
먼 산에서 부터 내려와 지금 산야를 물들이고 있는 단풍빛깔만큼 초록의 감도 빨갛게 제 빛깔을 찾고 있는 감골 회인 골도 가을 색으로 갈아입고 있었고 문향(聞香)은 진동을 했다.
문학회원들의 작품을 그림으로 표현한 시화가 바람에 흩날리고 오장환의 문학세계를 연구한 자료들이 전시된 현대적 감각의 오장환 문학관. 이와는 사뭇 다르게 짚으로 이엉을 엮어 올린 초가삼간에 '오장환' 이란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문패까지 단 오장환 생가는 감나무와 우물, 장독, 그리고 흙 담벼락 등 그 풍경이 정겨움을 더해줬다.
보은문화원(원장 김건식)과 오장환문학제 추진위원회(위원장 도종환 시인)가 주최한 제 13회 오장환 문학제는 올해 특히 시인의 명성에 걸맞게 전국 문학축제로 발돋움하고 그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붉은 꼬리표를 뗀지 20년 만에 드디어 오장환 문학상이 제정됐고 오장환의 시 중에서 오장환 문학관 명예관장인 도종환 시인이 선정한 '나의 노래'가 시비로 제작돼 설치되는 등 척박한 보은이 문학의 전당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
문학제 첫날 마당 이 곳 저 곳에는 보은문학회가 주관한 시 그림그리기 대회와 백일장에 참가한 아이들이 오장환 시심에 몰입돼 오장환이 부른 것과 또 다른 '나의 노래'를 불렀다.
또 오후에 열린 목소리 시인들이 영혼을 담아 오장환 시 잔치를 벌인 시낭송대회장은 오장환 시에 감화돼 몰아일체가 된 모든 이들이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한동안 적막감마저 돌았다.

이튿날에도 오장환의 발자취를 쫓는 프로그램이 계속됐다. 문화원 시청각 실에서 개최된 '오장환 시의 근대성 연구' 세미나에는 많은 문인과 문학도, 학자, 지역주민 등이 참석해 오장환 시인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읽게 했다.
주제 발제자인 경희대 고봉준 교수는 “오장환 시에서 도시는 배경으로서의 설정이 아닌 도시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설과 태도에 따라 다른 방향성을 띠고 있다”며 “오장환 시인은 1930년대 경성을 매혹의 사계로 형상화 했던 당대의 주류적 경향과는 달리 자본주의와 식민지적 모순이 뒤엉킨 식민지 근대로 이해했다”고 해석, 특히 지역주민들에게 오장환 시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이어 열린 오장환 문학상 시상식은 이번 문학축제의 정점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더욱이 이번 시상식에서는 오장환 문학상뿐만 아니라 국내 권위있는 문학지인 실천문학 신인상 시상식까지 함께 진행돼 문향의 고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행사장인 문화예술회관에는 일찍부터 관객들로 객석이 가득 채워졌고 오장한 문학상 심사위원장인 한국 문단의 거목 신경림 시인도 발걸음을 하고 국내 대표적 문학지인 실천문학 김영현 대표도 자리했다. 그야말로 '오장환'이 주는 선물인 셈이다.
신경림 위원장은 보은문화원과 실천문학사가 공동으로 제정한 오장환 문학상 제 1회 수상자 최금진 시인에게 상패를 수여하고 김영현 대표는 실천문학 신인상 수상자인 시인 박 준과 소설가 이경희씨에게 상패를 전달했다.
식후 공연으로 김중규 보은교육장 등의 시낭송과 가야금, 해금으로 구성된 국악 실내악 연주, 국악가요, 소프라노 하유정씨, 개나리 합창단이 오장환의 시 나의 노래 등을 공연했다.
주옥같은 시와 노래에 심취해 객석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비 보이(B-BOY)가 선보인 춤 공연에도 찬성을 자아냈고 노래하는 음유시인 안치환과 함께 하는 시노래 향연은 군민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했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의 문학축제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만 함께 하는 행사에 그치고 있다는 인상이다.
따라서 오장환 문학제가 국내를 대표할 만한 전국 문학제로 승화시켜야 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그 중심에 오장환 문학관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관과 함께 행정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문학관이 작가의 자료나 유품을 전시, 보관하는 공간이 아닌 지역문학의 거점이자 요람, 그리고 작가의 문학정신을 이 시대까지 연결할 수 있는 매개 역할로 회인골 전체가 오장환 문학촌으로 거듭나는 등 지역문화 창달의 거점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