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들의 따뜻한 목소리 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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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웃들의 따뜻한 목소리 담겠다”
  • 보은신문
  • 승인 2007.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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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해피통신, 세상 속으로 뛰어든 어르신들
세상은 그들을 잘 모른다.
고물을 주워 생계를 꾸리는 노인, 굽은 허리를 부여안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힘든 농사일을 놓을 수가 없는 노인, 그리고 늙고 병드는 것을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노인들의 삶.

우리 지역은 이미 초 고령사회를 가늠하는 척도인 20%선을 넘어서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4.2%에 이르렀다.

전체 인구 대비 노인 인구비율이 24%를 넘어섰지만 면 지역으로 가면 11개 읍면 가운데 절반 이상인 6개 면 지역이 노인인구 비율이 30%를 넘어선 것이다.

이미 초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 지역은 노인들이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주체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대부분이 노인들로 구성된 우리 지역에서 지역 간 노인복지에 대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노인복지에 대한 노인들의 시각과 목소리는 어느 지역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에게 눈과 귀를 열어주지 않고 있다.

그들의 이해와 요구를 그들의 시각과 목소리로 담아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나섰다.
이병탁(68, 내북 이원), 조순희(67, 삼승 선곡1리), 이병석(72, 내속 하판), 이흥섭(80, 보은 종곡).

신바람 해피통신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네 명의 노인들이 ‘노인들도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지역의 현안 문제에 있어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등 노인들이 사회에 참여하는데 중요한 통로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보은신문사와 보은군노인징애인복지관이 마련한 신바람 해피통신 기자단은 지난 4월 한 달 동안 기본적인 언론기초교육을 마친 후 그들이 5월부터 본격적인 기자활동을 시작한다.

#1.
“이제는 노인들도 의식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의 농촌은 점점 고령화되면서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제사 밥만 얻어먹을 생각만 하고, 이제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우리 노인들도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병석-

“이제는 젊은이 한 명이 노인 10명을 돌봐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부양 부담이 커지게 된 것입니다. 출산율은 점점 낮아지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노인 인구는 더 많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노인문제는 이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좋은 제도가 마련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이흥섭-

4일 오전 10시,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에 마련된 신바람 해피통신 기자단 회의실.
노인복지에 대한 기자단의 관심은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고, 이순희 복지관 관장과의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계단은 노인들이 한 발, 한 발 내 딛기에는 너무 높은 장벽이었고, 길가에 마구 주차된 자동차들과 인도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도심은 노인들이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누구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았던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의 억눌린 삶의 표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냥 흘려 지나갈 수 있는 작은 일들조차 그들에게는 상처가 되었고, 세상을 향해 내 딛는 발걸음을 막는 큰 돌부리가 되었던 것이다.

#2
기자단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지간한 소설을 대한 것처럼 옹골차게 긴 인생역정을 마주하게 된다.
평범하게 살아온 부모님들의 또 다른 삶의 단면일 것이다.
이흥섭 기자의 올해 나이는 80살이다.
그는 제대로 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시기였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한글 대신 일본어를 배웠고, 17살의 어린 나이에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이유만으로 일찍 시집을 갔다.
어린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웠던 시집살이는 그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으로 남았고, 그의 한은 한 줄의 글귀로 표현됐다.
그의 삶을 표현한 67편의 시는 ‘소쩍새 우는 언덕’이라는 시집으로 태어났고, ‘혼자 쓰는 편지’로 등단까지 하게 됐다.

조순이 기자도 시로서 삶을 표현해냈다.
삼승면 선곡 1구는 그의 고향이면서 67년을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보수적인 남편과 가난했던 가정환경 속에서 8남매를 키워 온 그였다.
꽃다운 청춘 한 번 누려보지 못한 무정했던 세월들이 한 편의 시로 표현된 것이다.
어렵고도 힘들게 살아온 이들이 이제 자신의 삶을 표현한 시가 아닌, 소외된 이웃들의 억눌린 삶을 표현하기 위해 펜을 든 것이다.

#3
기사 쓰기부터 언론윤리교육, 그리고 지역신문 기자의 역할교육까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4월 한 달 동안 이루어진 교육기간 중에 그들이 보여준 세상을 향한 그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그리고 첫 기사가 나왔다.

[지난 18일 보은읍 종곡리 북실마을에 김교호 하우스 못자리가 주민 십팔명이 모여 성황리에 종곡 못자리가 막음되었다.
이제 모가 잘 자라 종곡리에 모내기가 시작되어 성황리에 끝내고 정해년 풍작이 되기를 바란다.] -이흥섭-

[몸은 늙으면 늙을수록 어린애가 되는 것이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어린애처럼 어려진다. 늙은 몸이라도 젊은 청춘처럼 노래하는 그 모습들. 잘하지는 않는 노래지만 여러사람 앞에서 노래하는 열렬한 용기, 정말 자랑스럽다. 내북면 주민들은 지난 4월13일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한화와 함께하는 장기자랑과 노래자랑 행사에 참가했다.] -조순이-

[지난 4월23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내북면 이원리에 위치한 석성국의사 묘 앞에서 석의사의 애국충정을 기리는 묘전제가 내북면 애향동지회(회장 남준희) 주관으로 엄숙히 거행되었다. 이날 묘 전제에는 초헌관 이향래 보은군수 대행으로 부군수가 하였으며 내북면 애향동지회 회원 33명 전원과 관내 기관장 및 유지 등이 참석하여 석의사의 우국충정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내북면 애향동지회에서는 매년 춘추로 석의사 묘전제(춘)와 봉황리에 있는 이승칠 의사 비 전제(추)를 봉행하고 있는데 이는 후진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데도 도움이 되고자 함이라 한다.] - 이병탁 -

[2007년 5월20일(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재경보은중학교 동문회 제25차 정기총회가 서울 양재2동 언남중학교 교정에서 열린다. 이날 회의 안건으로 회계보고와 결산승인의 건, 기타 운영에 관한 건을 논의 할 예정이다.
보은 발전을 위해 재경 보은중학교 동문회 오태영 회장은 “2007년 5월20일 정기총회에 동문 회원의 많은 참석을 바란다”고 공고했다.] - 이병석 -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기사문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글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묻어난다.
세상을 향한 그들의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류영우 기자

▲지난 4월 27일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 마련된 기자단 회의실에서 충북민언련 이수희 사무국장에게 기자윤리 교육을 받고 있는 노인기자단(왼쪽 사진부터 조순이, 이병석, 이흥섭, 이병탁 기자).

▲4월 한 달 동안 신바람 해피통신 기자단은 다양한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사진은 지난 5월 4일 장애인 편의시설 시민연대에서 제공한 편의시설 점검표를 갖고 우리지역 공공기간의 편의시설 설치현황을 점검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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