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94)-내속리면 중판2리(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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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94)-내속리면 중판2리(문화마을)
  • 보은신문
  • 승인 2007.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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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였던 노재비 들에 새롭게 형성된 마을
나들이가 가고 싶은 계절이다.
노오란 개나리며 진달래, 벚꽃 등 화사한 봄꽃이 자꾸만 손짓을 한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애인과 팔짱을 끼고, 가족들과 손을 잡고 꽃구경을 가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봄꽃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렌다.

중판2리는 마을 뒷산의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 속리산보다도 기온이 낮아 마을의 벚나무에는 아직 벚꽃이 피지 않고 있었다.

이곳은 98년 정주권 개발사업으로 논, 밭이었던 농경지에 택지를 조성해 새롭게 마을을 형성한 문화마을이다.

전체 면적 1만 7000평에 단독 주택용지가 총 65필지로 1세대 1필지를 원칙으로 해 1세대 당 100평에서 120평정도 모두 분양된 상태며 현재 30호가 집을 짓고 거주하고 있다.

문화마을은 중판리에 속해 있다가 2004년 중판2리로 분구가 되었다.
마을을 돌아보면서 도시락을 싸 가지고 산이나 들이 아닌 이곳으로 나들이를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들의 말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주변 경치가 뛰어나 마음 둘 곳이 많아 보였다.
흙 냄새나는 시골 농가가 아닌 다양한 디자인의 현대 가옥들이 들어선 마을은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잘 포장된 마을 안길에는 사방에 벚나무와 은행나무 가로수가 심어져 있고, 공원과 공동 주차장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기와로 지붕을 올린 마을회관만큼 눈길을 끈 건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였다.
마을에 젊은층이 많아 초등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시골에 아기 울음소리며 아이들 뛰노는 웃음소리가 사라진 요즘 그야말로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마을에는 농기계보관 창고 부지에 흙을 채워 만든 400평의 공유지가 있는데 호당 조금씩 분양해 주민들이 채소 등을 심어 먹는다고 한다.

2003년 마을 회관 준공식 때 집집이 기부한 돈으로 마을 기금과 노인회와 부녀회 기금을 조성하고, 매월 1만원씩 각출해 간이상수도 전기세와 마을회관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매월 25일 마을 회관에 모여 반상회를 한다는 주민들.
각처에서 모여 한 고향 사람도 아니고, 한 마을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진 않았어도 그들은 서로에게 다정한 이웃으로 같이 어울리며 한 마을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주택, 슈퍼, 공원, 놀이터, 마을회관, 공동 주차장 등을 갖춘 농촌형 전원도시로 조성된 중판2리 문화마을 봉사자로는 김응철(56) 이장과 김용근(83) 노인회장, 설순옥(56) 부녀회장, 김종천(37) 새마을 지도자가 있다.

# 외부인구 유입, 긍정적인 평가
중판2리 문화마을 분양 우선순위는 토지제공자, 해당마을 주민, 내속리면 거주 주민, 보은군 거주 주민, 기타 지역주민 순이었다.
이곳으로 이주한 해당 마을 주민은 김응철 이장과 김용근 노인회장, 설순옥 부녀회장으로 3가구에 불과하다고 한다.

당초 문화마을조성사업은 내속 하판리 마을부지가 하천보다 낮아 장마철 등 우기에는 침수가 잦아 해결책으로 마을이주 등 대책을 요구해왔는데 군이 농어촌발전특별법에 의거한 문화마을을 조성해 하판리 집단이주를 계획했었다. 그러나 택지분양비와 건축비 등이 부담스러운 하판리 주민들로서는 새로 조성되는 문화마을로의 이주를 엄두도 못 내 문화마을 택지는 내속 사내리를 비롯한 외지인들에게 분양하게 되었다.

당초 사업의도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외부 인구가 많이 유입됐다는 점에서 문화마을 조성은 한편으로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보은군의 인구감소는 관계당국이 발벗고 나서서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야할 중요한 현안이 된 지 오래다. 인구 감소로 인한 세입이 줄어 군은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지역 경제는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주민들은 중판2리 문화마을 외부 인구 유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이곳은 농촌주거 환경의 새로운 모델로도 등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이 더욱더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군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마을은 전업농, 자영업, 현직 공직자, 퇴직 공직자 등 다양한 생활기반을 가진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중 전업농은 2가구라고 한다.

집안에 온실을 만들어 풍난을 키우는 서홍복 전 교장은 보은읍에 소재한 동광 초등학교에서 43년 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을 했으며 난을 키우는 일 외에 그림이나 서예 실력도 뛰어나 마을의 자랑이 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공직 또는 교직에서 은퇴한 이들이 많아 노인회 회원들 다수가 서예를 취미로 삼고 있다고 한다.

서홍복 전 교장의 온실 안에는 다양한 풍난이 자라고 있다. 난을 좋아하는 이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일반인들도 온실 속을 가득 채운 풍난을 본다면 발길을 쉽게 돌릴 수 없을 것이다.
 
# 각처에서 모여 이제는 한 마을 주민으로
김응철 이장과 마을을 둘러보며 취재를 하는 동안 밖에 나온 주민들을 한 사람, 두 사람 만나게 되었다.

서로 허물없이 편하게 대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아주 오래된 이웃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문화마을에는 올해 재부천 군민회장으로 취임한 김종식(55)회장의 부모인 김용근 노인회장과 전남분(73)씨가 생활하고 있다.

특히 전남분씨는 다른 주민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마을에서도 알아주는 모범 주민이다. 마을일을 내일처럼, 이웃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살아온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수줍게 웃는 얼굴에는 마음씨 좋은 어머니다운 인정이 따뜻하게 배어 있었다.

요즘같이 사람 살기 각박한 세상, 우리는 남을 칭찬하는 데마저 인색하게 군다. 돈이 드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

칭찬을 받는 사람 못지 않게 칭찬을 하는 사람 또한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까지는 아직 다 모르겠지만 문화마을에 정착해 10년 세월을 함께 살다 보니 가족 같은 이웃이 되었고 좋은 말벗이 되었다.
 
마을 안에는 벚나무와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데 곧 있으면 만개할 화사한 벚꽃이 주민들에게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듯하다.

인도에 심어져 있는 벚나무는 주택과 거리가 가까워 너무 커버린 나ant가지가 집 안으로 넘어오는가 하면 꽃이 질 때는 땅에 떨어진 꽃들로 거리가 지저분해져 미관을 많이 해친다고 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55주의 벚나무 전부와 은행나무 가로수 일부를 대추나무로 교체해 줄 것을 희망했다. 대추나무를 심게 되면 내 집 앞 나무는 스스로 관리하도록 해 대추나무를 키우는 재미도 맛보고, 가을이면 대추도 따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며 주민들이 목소리를 모았다.

이 외에 간이상수도 플라스틱 물탱크를 물이끼가 잘 안 끼는 스텐레스로 교체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속리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을로 들어와 공원에 앉아 싸온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마을 옆 속리천 변에 놀러온 피서객들이 마을에서 먹을 물을 떠가기도 한다.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진짜 이곳에 와서 살고 싶다"이다.
백로가 앉았다가 일어나는 자세를 한 중판리 노재비에 새롭게 형성된 중판2리 문화 마을의 역사는 10년 전에 시작되었다.

주민들은 문화마을을 누구에게나 부러움을 사는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자신의 삶을 뿌리내린 소중한 터전이기에.

김춘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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