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알프스 종주 길에서 만난 봄 아직 꽃이 피기는 이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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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알프스 종주 길에서 만난 봄 아직 꽃이 피기는 이른가
  • 송진선
  • 승인 2007.03.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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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와 달리 진달래 한 송이가 고작
충북알프스 2구간 종주는 지난 25일 이뤄졌다. 본사 후원으로 속리산악회와 함께 하는 이번 알프스 구간 답사 길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참석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전국의 이름난 산, 남도의 꽃구경 길에는 관광버스 한 차를 빼곡하게 채울 정도로 인파가 몰리는 것과 비교돼 많이 아쉬웠다.

충북알프스가 어떤 구간인가. 산이라고 해봐야 고작 속리산, 구병산에 불과했던 보은을 단박에 전국의 산꾼들에게 알려졌고 대한산악연맹 소속 산악회 등에 정보가 뿌려졌고 그래서 백두대간, 한남금북정맥 종주 등과 같이 종주 코스로 잡혀지고 있다.

그렇게 보은에서는 속리산, 구병산과 함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산행구간인데 우리 보은인들만 충북 알프스를 가벼이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아쉬움이 컸다.

첫 날 답사 길에는 충북알프스 등산로를 개척하고 충북알프스라고 명명했던 창시자인 정중환 전 부군수가 함께 했지만 이날은 참석하지 못했다.

자신이 등산구간을 개척했으니 오죽 많이 답사했으랴마는 보은인들의 답사 길에 꼭 참석하겠노라고 다짐을 했던 터라 산행에 나선 이들이 모두 아쉬워했다.

이번 답사는 내속리면 구병리 알프스 3코스∼안부∼헬기장∼장고개∼형제봉(803.3m)∼피앗재∼만수리까지 도상거리 12㎞에 달하는 거리다.

지도에서 보면 그리 멀다란 느낌이 없지만 평지를 걷는 것도 아니고 높은 산봉우리 정상을 올랐다가 다시 산 아래까지 한참을 내려가고 다시 또 올라가고 내려가길 반복해야 하는 산행길이니 도상거리 12㎞의 2배가 넘는 거리인 셈이다.

전 날 억수같이 봄비가 쏟아져 혹시 산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등산길도 질척거리지 않고 오히려 물기를 가득 머금은 나무들이 신선해 보인다.

해발 500m가 넘는 내속리면 구병리 윗구병을 출발해 이날 산행의 목표지점인 만수리까지 가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충북알프스 등산로는 이름난 국립공원의 등산로같이 정비되지 않았는데 그들의 발길로 이미 등산로로 잘 다져져 있었다. 많은 산꾼들이 찾았으리란 짐작을 하고도 남았다.

구병리가 충북도와 경북간의 도계인 것은 다 아는 사실. 구병리를 지나 등산로 양쪽으로 산철쭉나무가 늘어서 있는 경북 땅을 얼마나 갔을까 산 아래에서 울리는 스님의 청아한 독경소리에 무겁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산 정상에서 느껴지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최윤태 회장은 오랫동안 산행을 해온 전문 산악인이라 그런지 산행을 시작한지 30분이나 지났을까 한여름 패션으로 변신했다.

도상거리 12㎞를 걷는 도중 발견된 꽃이라고는 생강나무 꽃에 버들가지, 진달래는 단 한송이만 피었을 정도로 아직 추위가 남아 있는데 말이다.

갈 길을 재촉해 갈골을 지나 장고개를 넘고 보은군 내속리면 수정초등학교 삼가분교를 학구로 하고 있는 동관리도 지났다. 사실은 표현을 이렇게 하지만 마을, 도로의 고개를 넘는 것이 아니고 산 정상의 능선을 따라 걸으니 행정구역으로만 동관리이다.

얼마쯤 걸었을까 능선 내리막길에서 작은 오두막을 만났다. 고갯마루였는데 현판도 있었다. 율령산왕각(栗嶺山王閣). 아마도 무속인들이 정성을 들이는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 아래까지 죽어라 하고 내려와서 다시 올라가기를 얼마나 했는지 벌써 등줄기에서는 땀이 흘러 옷이 축축하게 젖었고 가끔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함마저 느끼게 했다.

◆ 갈령삼거리가 교차점
충북 알프스 구간이 백두대간 구간과 겹치는 갈령 삼거리에는 전국에 있는 각종 산악회 시그널이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백두대간과 충북알프스가 만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갔을까.

영락없이 손가락 세 개를 편 것 같은 모양의 바위, 다섯 손가락은 아니지만 야구 글러브처럼 생긴 바위도 만나고 군계(도계)와 충북알프스, 백두대간이 겹치는 형제봉까지 눈앞에 들어온다. 아찔하지만 암벽등반도 서슴없이 해내면서 호연지기도 기른다.

형제봉을 등정한 후 피앗재까지 이어지는 하산 길은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능선을 타고 넘으며 위력이 더해졌다. 능선에 쌓여있던 낙엽들이 산 아래로 힘없이 날아간다.

이날도 여지없이 쉼없는 강행군으로 진이 다 빠진 후에 목표지점인 만수리에서 떨어지는 해를 보며 모두가 무사 산행에 감사해 했다.

◆ 이런 것은
이름은 충북알프스 인데 경북 땅을 밟고 가야 하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

누구 맘대로 경북 땅을 충북알프스로 포함시킨 것이야 하고 생각이라도 했는지 경북 구간에서는 충북알프스 이정표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겨우 발견한 충북 알프스 이정표가 땅에 떨어져 있는가 하면 아예 버려져 있다시피 한 곳도 있었다.

또 형제봉, 갈령재, 구병산이 함께 있는 이정표에는 경북구간인 형제봉과 갈령제는 제대로 붙어 있는데 구병산 방향 안내판은 용접부분을 일부러 떼어놓기까지 했다.

동관리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이정표는 잘못 설치돼 이정표대로 산행을 할 경우 마을로 내려가게 표시됐는가 하면 백두대간과 만나는 갈령 삼거리에는 충북 알프스 방향 표지판조차 없어 형제봉에서 구병산 방향으로 충북 알프스 구간을 산행하는 사람들이 당황할 수 있어 보였다.

다행히 이번 충북알프스 종주를 하면서 갈령 삼거리 위 쪽 헬기장에서 버려져 있는 충북 알프스 이정표를 주워 갈령 삼거리 나무에 임시로 매달아 장고개 쪽으로 충북알프스 구간을 등정하는 산꾼들이 방향을 제대로 찾아가도록 했다.

일부 이정표에는 거리 표시를 하지 않아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궁금증을 갖게 했고 이 구간에도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게 스테인레스 재질로 이정표를 설치한 것이 있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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