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대란 논농업 붕괴 조짐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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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대란 논농업 붕괴 조짐 일어
  • 보은신문
  • 승인 200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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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농사지으면 뭐하나 팔지도 못하는데… 한숨 소리에 땅 꺼질 듯
최근 산지 쌀값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양곡 판매상 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쌀전업농가들이 임차한 땅을 내놓고 농사를 짓지 않겠다는 등 논농업 붕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쌀전업농가가 아니더라도 농기계를 갖고 마을에서 고령의 농가의 땅을 병작하는 젊은 농민들도 농사를 지어도 벼를 제 가격에 팔지도 못할 뿐더러 벼를 팔 곳도 없는데 어떻게 농사를 짓겠느냐며 한숨을 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주 RPC 수매현장을 다니며 만난 농민들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쌀 전업농인 탄부면 고승리 김홍각(46)씨는 남의 땅까지 포함해 1만4000평을 경작해 평균 40㎏ 포대로 1000개 정도를 수확하는데 현재 공공비축미로 계약된 물량이 겨우 80개에 불과하다며 도대체 1년동안 땀흘려 농사를 지었는데 이젠 팔 곳이 없으니 이런 비참한 꼴이 어디 있느냐며 비통해 했다.

더욱이 김홍각씨는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만 해도 1억이상이 되는데 기름값도 너무 많이 올라 유지비도 많이 나오는데 1만4000평 농사짓느라 농기계를 운행해봐야 기름 값이나 나오겠느냐며 내년에는 임차한 땅은 모두 안 짓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한 명씩 있어 지금 한 창 돈이 들어갈 시기인데 자식들을 어떻게 공부를 시킬 지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임동오씨의 걱정도 마찬가지였다.
1500포대 정도 벼를 생산해 연간 5, 6000만원 조수입 올려 기름값, 비료대, 농약대, 등 생산비 빼고 나면 어느 정도 소득이 돼서 남의 땅도 임차해서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 쌀 가격대로 하면 완전 적자라며 남의 땅은 농사를 짓고 싶어도 못짓는다고 말했다.

■ 쌀 전업농, 농지 내놓겠다 - 상당 수 논 인삼포로 전환 중
수매현장을 다니면서 들은 현장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농사를 못짓겠다는 것이다.
2, 3000평 경작해 자식들 먹을 양식 주고 얼마간은 수매하는 소규모 경작 농민들보다는 내 땅보다 더 많은 남의 땅을 임차해 대규모 경작을 하는 쌀 전업농들이 문제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쌀값도 떨어지고 팔아먹을 때도 없는데 무슨 수로 벼농사를 짓겠느냐며 한숨을 쉬고 있다.

현재 농업기반공사의 경영이양 직불사업으로 고령의 농민들이 젊은이들에게 농지를 위탁 경작하도록 하는 농지 임대 계약 체결 현황을 보면 2000년 45만4520㎡, 2001년 37만1474㎡, 2002년 26만5958㎡, 2003년 46만5844㎡, 2004년 51만2580㎡, 2005년 71만7728㎡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기반공사가 고령의 농민과 임대계약을 체결해 일시불로 5년치 임대료를 일시불로 지불하고 기반공사는 위탁받은 이 땅을 쌀 전업농과 무이자로 매년 상환하는 조건으로 임차계약을 체결, 농지의 규모화 및 후계농업 구도를 수립해가고 있는 중이다.

또한 농민들로 부터 농지를 임대한 위탁영농회사에서도 문제다.  현재 군내에는 6개의 위탁영농회사 중 4개만 운영되고 있는데 이번 쌀 대란으로 인해 위탁영농회사들도 모두 영농회사를 폐업하겠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고령의 농업인들은 농업에서 은퇴시키고 대신 젊은이들이 대규모로 경작하는 농지의 규모화로 생산비는 절감하고 소득을 높이는 정책이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쌀 값 하락으로 내년에 농사를 못지을 농지가 대규모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자 벌써부터 시골에는 논 인삼포 경작지를 구하는 업자들의 발길이 잦다.

농사를 지을 기력이 안돼 그동안 전업농들이 지었던 농지를 내년이면 그마저도 안될 것이라는 말들이 무수하자 논의 경우 밭보다 경지정리가 잘 돼 있어 인삼포 조성을 위한 임차인들이 관심을 가질만 하다.

마로면 갈평리의 경우 쌀 값이 하락되고 내년에는 수입쌀이 더 많이 들어와 쌀을 팔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돌면서 논을 인삼포로 내놓고 있다.

■ 80kg 13만원선 큰 폭 하락
이같은 원인 제공은 쌀값의 급격한 하락 때문이다.
특히 쌀값 추락이 심상치 않다. 산지 쌀값이 13만5000원선까지 떨어졌다.
쌀값 하락은 급격히 이뤄져 올해 8월경까지만 해도 쌀 80kg 기준 평균 15만원선을 유지했으나 추석 전 주 가격이 14만원선을 기록하다 13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하락 속도가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또한 조생종 햅쌀의 가격도 14만원선에서 거래되는 등 묵은쌀과 햅쌀의 가격차도 없어졌다.

쌀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80kg 가마에 13만원을 받는 일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한탄했다.

현재의 쌀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만원선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것으로 쌀값 하락요인으로 꼽는 것은 추곡수매제 폐지와 중국산 찐살 수입량의 증가에 따른 가격경쟁력 취약 등 쌀 시장 개방 확대에 대한 우려가 가격 하락을 부축이고 결국은 수확기 대란으로 치닫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 1월경이면 미국산 쌀이 수입될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 쌀 값 하락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RPC에서도 쌀사기를 겁내 민간업체는 매입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성 RPC의 경우 군과 계약재배한 물량과 공공비축용 외에는 건조저장시설의 여유분이 없다며 농민들이 요구하는 물량을 모두 수매할 수가 없다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한성 RPC에서는 지난해 산 쌀을 80㎏가마당 13만5000원선에 공급하고 있다.

■ 농협 잠정 4만원 추후 정산 - 한성 1등 4만2000원
정부 수매 1등가격이 5만7000원이었던 지난해 농협 자체수매가는 1등 5만4000원이었다.
2등가격이 5만2000원이었다.
올해는 추곡수매제도가 폐지되고 공공비축물량으로 전환되면서 수매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건조벼는 수매가격을 결정해 주고 산물벼 가격은 RPC업체가 지역 사정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어 농민들이 불만을 사고 있다.
더욱이 “같은 벼인데 산물 벼냐 건조 벼냐에 따라 값이 결정되면 산물벼 수매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누가 산물 벼 수매에 응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산물 벼로 수매할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PC업체가 수매값을 높게 책정할 경우 내년 초 정부로부터 당초 수매값으로 인수를 해야하기 때문에 내년도 쌀값이 하락하면 산물벼를 수매한 RPC업체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로인해 RPC업체는 내년도 쌀값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손해를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값을 내려 수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렇게 되면 농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매우 짙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고령의 농민들이 대다수인 점을 볼 때 건조 벼가 아닌 산물 벼를 권장해야 하는데 이는 오히려 건조 벼를 권장하는 꼴이 되었고 사실상 산물 벼 수매가격의 하락을 가져온 셈이다.

현재 한성 RPC가 밝힌 수매방침을 보면 1등 4만2000원, 2등 4만원이며 이외에는 수매치 않겠다고 공지하고 있다.

또한 농협은 보은농협이 잠정 4만원에 일단 수매하고 추후 이사회에서 가격이 결정되면 정산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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