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외면 가고리 한창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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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외면 가고리 한창남씨
  • 보은신문
  • 승인 1993.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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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의 삶」사는 도시토박이
도시 토박이에게 있어 농촌은 낭만 그자체로 비춰져 있지만 실제 농촌사람이 되어 살기란 매우 힘들다. 그러나 지금 도시토박이로 자라 농촌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롤 열심히 살아 주위 농민을 놀라게 만든 농촌속의 도시인이 있다. 한창남씨(41. 산외 가고)는 이제 일을 겨우 익혀가는 즐거움으로 비록 모은 피곤해도 별탈없이 잘 자라고 있는 2백여두의 돼지를 보살핀 뒤 숙소롤 돌아와 손에 묻은 돼지분뇨를 털어낼 겨를도 없이 축산관련 서적과 한뭉치 노트를 꺼내 일과를 옮겨적는다.

"어려움이 굉장히 많죠. 서울에서 나고 자라 농사일이란 생가 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지금 농군이 되었으니 어쩌겠어요. 그러나 내가 하고있는 이일에 만족을 느끼고 내 미래 설계상이 실천되고 있으니가 재미있어요" 아직 도시 냄새가 많이 배어 있는 그이지만 '농군 한창남'으로 불려지는 것을 좋아한다는 한창남씨.

아직은 돼지치는 모습이 서툰 한씨가 낯설고 물설은 산외면 가고리를 찾아 1천4백여평의 땅을 사서 축사를 짓고 양돈업을 시작한 것은 2년전인 ’91년부터이다. 4남1녀중 막내로 태어나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썩 잘한 모범생으로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하고 건실한 무역업체에 입사한 그는 구내는 물론 해외출장까지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모범직장인으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었다.

외가가 서울 근교 농촌에 있어 농촌에서 살고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시내버스도 다니지않고 도로포장도 되지않은 오지에서 돼지를 기르며 산다는 것은 사실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더구나 한국 외국어대하교 동시통역 대학원에서 1년간 영어통역 공부를 했던 이력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가 도산하면서 여러 회사에서 호조건을 제시하며 입사를 권유했으나 농촌에서 살겠다는 일념으로 아는 사람으로부터 양돈을 배우고 실제로 2개월간 돼지농장에서 생활하며 자신감을 키운 뒤 아무런 연고도 없던 충청북도 보은군 산외면 가고리까지 찾아온 것이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으로부터 땅투기를 하러왔다는 등의 의심을 받았으나 내가 먼저 준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트럭을 이용, 교통불편을 겪는 주민들의 발이 되어 곡식을 실어 나르고 시장까지 데려다 주는 등 주민들과 친분을 쌓아 이젠 쌀, 채소도 서로 갖다줄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농촌에 대한 환산은 애초부터 갖고있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고 지난해 서울 백병원 수간호사로 있는 부인 이애숙씨를 만나 늦장가를 가 41세인 지금 7개월된 아들을 얻었는데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 가장 겪기 힘든 어려움이라고. 그러나 앞으로 그에게는 대규모 농장으로 발전시킬 계획과 불쌍하게 자라는 고아들을 위해 고아원을 설립할 계획이 있어 충분히 이겨나갈 자신이 있으며 농사만큼 전망밝은 직업도 없다고 확신한다.


<금주에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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