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11곳 중 5곳 예산편성 불발
보은군 일정대로 오는 10월 대회 진행

소싸움(소힘겨루기) 폐지를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당장 오는 10월 예정된 보은군 전국 민속 소힘겨루기대회를 볼 수 있을지 이목을 끈다. 최근 ‘소싸움 전면 금지 및 관련 법·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에 약 5만 명 이상의 동의가 모였다. 이 청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회부됐다. 동물권 단체와 일부 정치권은 국민청원 요건 충족을 계기로 법 개정 논의를 촉구하고 있어 실제 입법 움직임으로 접어들고 있다.
동물학대소싸움폐지전국행동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손솔 진보당 국회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싸움 폐지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소싸움은 단순한 전통놀이가 아니라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비판하며 “동물보호법 제10조의 동물학대 예외 조항을 삭제하고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 및 지자체 조례까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10조에는 도박, 오락, 유흥 등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한 민속경기는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전통 소싸움대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최휘영 장관 후보자는 “아무리 전통이라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재고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국가유산청은 “소싸움은 인류 보편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검토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자체별 상황 들쑥날쑥
지방자치단체별 상황도 들쑥날쑥하다. 소싸움대회는 전국 11개 지역에서 열리는데 김해시와 함안군, 전북 정읍시와 완주군, 경북 청도군 등 5개 지자체는 올해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반면 보은군을 비롯해 대구 달성군, 창녕군, 진주시, 창원시, 의령군 등 6개 지자체는 예산을 편성해 행사를 유지하고 있다.
진주시의 경우 (사)진주소힘겨루기협회와 함께 지난 3월부터 오는 9월까지 매주 토요일 진주민속소힘겨루기경기장에서 총 20회의 소힘겨루기 대회를 열고 있다. 진주시는 “소힘겨루기 발상지로서의 전통을 계승하고, 지역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진주시는 상설 경기 운영에 연간 3억1900만 원, 매년 10월 개최하는 ‘전국소힘겨루기 대회’에는 도비 1500만 원을 포함한 2억2580만 원 등 총 5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은 지난 5월 초 예산 1억7000만 원을 들여 23년째 소싸움대회를 이어갔다. 아울러 소싸움협회가 대회에 출전하는 소의 사료비 2000여만 원을 편성해 6년째 지원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보은군 올해 대회 일정대로
관련 법률에 따라 중부권에서는 유일하게 보은군만이 민속 소힘겨루기 대회가 운영되고 있다. 매년 10월 열리는 보은대추축제 기간 부대행사로 전국 소힘겨루기 대회가 펼쳐진다. 2007년 시작된 이 대회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3년간 열리지 않다가 2023년 재개했다. 지난해의 경우 총상금 1억 원을 걸고 태백, 한강, 백두 등 총 170두의 전국의 내로라하는 소들이 참가해 호응을 받았다.
보은군은 올해도 소힘겨루기대회 예산으로 도비 1800만원 포함 2억2800만원을 편성했다. 이 예산은 경기장 설치와 시상금, 공연, 한우 시식회 등으로 쓰인다. 군 관계자는 “지금 중단 논의를 하기엔 시기상조다”라고 소힘겨루기 대회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국회 논의 등 상황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국회와 문체부와 농림부가 협의가 돼 고시 변경이 나오면 그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vs 동물권 충돌
소힘겨루기는 오랜 전통과 지역 문화 관광 콘텐츠로 자리해 왔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 가치는 동물학대라는 비판과 충돌하고 있다. 동물권 단체들은 소싸움을 도박.오락.흥행 등을 위한 동물 학대로 지칭하며, 법적으로도 동물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여론조사에서도 ‘소싸움은 동물학대다’라는 응답이 과반을 넘어서는 등 일반 국민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현재는 완전 폐지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분기점에 있다. 전통 보존과 동물권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국회 심의와 각 지자체의 예산편성, 법 개정 여부가 결정적인 향방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