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흘려 얻는 보람의 진가
청진기를 귀에 꽂고 몸 구석구석을 살피며 어디가 아픈가를 짚어내는 의사처럼, 자동차의 구석구석을 눈여겨 보며 어디가 고장인가 진단하는 사람. 그리고 언제 고장이 났었는가 싶게 금새 자동차가 굴러가게 만드는 사람. 지저분하고 어려워 남들은 하기 싫어 하는 일을 선택한 보은공업사 이승호 정비과장(37. 보은교사)-그는 자동차 정비분야에서 잔뼈가 굵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수한면 거현리에서 태어나 보은농고를 졸업한 이승호 과장이 자동차 정비를 직업으로 갖게 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입대까지의 공백기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78년 자동차 정비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부터이다. 그리고 군 제대 후 '81년 보은공업사에 입사해 하체부에서 1년 간 일을 했으나 평생직장으로 정하는데는 확신이 서지 않아 도중하차, 자동차 보험회사에 입사했다가 '86년 다시 보은공업사 정비공으로 입사, 그의 자동차 정비인생이 본궤도에 오른 것. 고급 승용차에서부터 무지막지하게 큰 트럭까지 하루에도 수십대 이상의 차가 그의 손을 거쳐가지만 어느 하나라도 '이 차는 내차다. 최선을 다해 고쳐 새것으로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관한다. 더욱이 말단 사원에서 정비주임을 처져 지난해 정비과장으로 승진, 자동차정비의 베테랑이 되기까지 그의 작업복은 항상 기름때로 범벅이 되는 노력이 있었고, 또 그 옷을 빨아주며 묵묵히 그를 따르는 아내의 내조가 무엇보다도 컸으며, 크게 망가진 자동차를 말끔하게 고쳐 차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얻는 쾌감은 이 일을 잘 선택했구나 하는 성취욕을 맛볼 수 있게 했다고.
그러다가도 부품공급이 잘 안될 때 어렵게 부품을 구해 수리를 해놓았는데 정비를 맡긴 자동차 주인이 그동안의 어려움은 이해해주지도 않고 수리한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무리한 요구를 할 때, 내가 왜 이 일을 선택해 사서 공생을 하는가 하는 마음이 든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그를 형님으로 알고 따르는 현장 직원들에게 믿음을 주고 나약함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그리고 하루를 마감한 후 직원들과 함께 걸죽한 막걸리 한 잔이나 혀끝을 톡 쏘는 소주 한 잔을 나누면서 어려움을 서로 독려하고 애로사항을 의논하며 하루의 피로를 삭히고 자동차 주인과 겪었던 불편함도 한 잔 술로 실어 보낸다고.
고등학교 때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가 자동차 부속품을 갖고 다시 끼우고 고치며 살아온 인생은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도 많았다. 평생 자동차 정비업에 종사하고, 앞으로 기회가 많으면 자동차 구입부터 폐차까지 완벽하게 관리해주는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소망이라는 이승호씨. 언제나 땀흘려야만 얻는 보람의 진가를 깨닫는다는 이승호 과장은 부인 김종원씨와 두 아들과 함께 이 불볕 더위를 청량하게 만들고 있다.
<금주에 만난 사람>
저작권자 © 보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