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사에 참여하는 주민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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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행사에 참여하는 주민 수준
  • 송진선
  • 승인 2003.04.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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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되었던 삶결 마당 아사달과 보은 민예총, 전교조 보은지회 등에서 주관한 동학 굿 행사는 보은 군민보다는 외지인들의 참여가 훨씬 많았다. 행사를 구경온 사람들의 숫자로 행사의 성공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기는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적은 것이 행사의 질적 수준으로 보아서는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도 우리떡 인절미 만들기에는 삼산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과 자모들도 참가해 문화체험의 성과를 거뒀으며 솟대 만들기, 가훈쓰기, 판화찍기 등과 같은 체험행사에 학생들의 참여가 많았던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다 해도 어른들의 참여의식은 땅바닥 수준이다. 동학 굿의 화두는 쌀이었다. 동학 농민혁명인 점으로 비춰볼 때 혁명군의 대부분이 농민이고 농민에게 닥친 현재적 상황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할 것은 쌀이기 때문이다.

쌀 농사를 지어야 하느냐 마느냐, 쌀 생산 조정제까지 시행하고 있는 지금 농민들에게는 닥친 당장 시급한 문제임에도 농민들의 참여가 적은 것은 행사를 바라보는 시각차이 때문일까. 아니면 거창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시행하는 행사에 양복을 차려입고 기관단체장과 눈인사를 하거나 악수를 나누며 그들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는 것을 과시해야 하는데 알지도 못하는 문화단체에서 시행하는 하찮은 행사라 여겼기 때문일까.

어차피 한국 전체 농업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아주 작은 시골 보은 땅의 몇몇 농민들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당장 해결될 것도 아니라며 남의 일 처럼 생각했다면 당연한 결과이다. 관 주도의 행사에 읍·면을 통하고 이장이 마을 방송을 하고 일일이 초청장을 보내서 참여를 독려하면 그것에 의해서 참여하는 것이 몸에 배인 주민들에게 초청장도 보내지 않고 마을마다 방송을 한 것도 아니고 자발적 참여를 바랬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를 보더라도 주민들이 얼마나 방관자적이고 현실 도피적이고 기회주의적인가를 알 수 있다. 문제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런 주민 의식 수준이 사람살기 어려운 고장으로 변해가는 보은군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어찌됐든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성이 있어야 한다. 누가 해주는 것도 아니다. 내일에 내가 관심을 갖지 않는데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아마도 여기에는 주최하는 측의 문제도 한 몫 작용했다. 주관하거나 주최하는 단체의 회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이름만 걸어놓은 것이 상당했다. 이름을 걸어놓은 단체는 거창했지만 정작 회원들의 모습은 없었다. 이런저런 단체의 이름을 걸어놓는다고 해서 행사가 빛나고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양반은 비가 오더라도 뛰지 않는다는 식으로 형식과 명분만 중시하다 실리를 놓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좀더 공개적이고 혼자가 아닌 다수가 함께 진행하고 보은인들이 보다 많이 참여하는 동학굿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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