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장 경매보조원협회장 김홍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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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장 경매보조원협회장 김홍찬씨
  • 송진선
  • 승인 199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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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매매에 빠져선 안될 감초역
동녘하늘아 뿌옇게 터올 무렵인 6시부터 성시를 이루는 우시장에는 황금들녘 만큰이나 넉넉한 웃음을 짓는 농민들과 쌍꺼풀진 두눈을 껌벅이는 소들 사이에서 적정한 가격을 부르며 거래를 트고있는 노락색 조끼의 경매보조원 김홍찬씨(57. 삼승 달산, 경매보조원 협회장)를 만날 수 있다.

매 장마다 10마리 정도의 소를 중개하는 김홍찬씨는 자신에게 소를 맡기기 위해 찾아오는 농민들을 위해 온힘을 기울이는 열성 경매보조원으로 정편이 나있다. 그가 중개업무를 시작한 것은 결혼하고 분가해서 어렵게 살던 중 당시 농협 조합장의 권유에서 비로소디었다. 논 6백평을 받아 분가한 후 송아지를 기르며 열심히 살았지만 생계유지도 곤란할 처지인데다 소중개일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처음엔 소를 팔아달라고 주문하는 농민도 없었고 정작 있어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라 동료 중개인과 조합 직원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야만 겨우 소를 매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도 소를 기르는 농민이었기 때문에 절대로 농민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신용의 원칙을 늘 가슴에 새기고 소를 중개해 어느덧 농민들 사이에서 '김홍찬씨에게 소를 맡기면 손해보지 않고 팔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장날이면 가장 바쁜 중개인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경매보조원으로서 걸어온 30년의 경력이 결코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다" 고 말하는 김홍찬씨는 "소의 발톱, 몸의 색깔, 뿔의 생김새만 보고도 소의 가격을 점칠 수 있고 저울로 달아보지 않아도 소의 몸무게를 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베테랑이 되었다.

더우기 보은 우시장 소속 18명의 경매보조원협회 회장이기도 한 김홍찬씨는 회원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기위해, 그리고 소값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청주는 물론 옥천, 영동, 상주 등지를 둘러보느라 바쁜 시간을 쪼개면서도 자신이 중개한 소가 제대로 크고 있나 송아지는 낳았나 확인할 정도로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 농민들은 물론 동료 경매보조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예전에 나무말뚝채 뽑아 달아나던 황소를 붙잡던 일, 겨울에 소를 몰고오다 넘어져 사람과 소가 같이 절뚝거리며 오는 풍경, 우시장이 늦게 서 밤에 귀가하다 소 판돈을 몽땅 잃어버리는 농민 등 마음아픈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소를 차로 운반하고 우시장에 와서 어느 소를 사겠다고 값만 치루면 되니까 얼마나 편해졌는지 모른다"는 김홍찬씨는 "한 권의 책으로 엮어도 될만큼 중개업무를 오래 해와 이젠 좀 쉬고 싶기도 하다"고- 그래서 논 6백평을 6천평으로 늘리고 송아지 한마리를 10여마리 이상으로 늘리기까지 내조에 힘써온 부인 염종석씨(59)와 2남3녀의 자식중 아직 미혼인 아들 둘과 함께 남은 세월을 오손도손 살고싶다고.


(금주에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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