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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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 보은신문
  • 승인 1992.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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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섭(보은 삼산, 서울총판 대표)
작년 여름 방학에 삼승면에 살고 있는 동생이 찾아와 "관형이를 보은 삼산국민학교로 전학을 시켰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왜냐고 물으니, 원남중학교 보다는 보은중학교가 학생들도 많고 공부도 더 잘하니 이왕 버스타고 통학하기는 마찬가지이니 보은으로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글쎄" 하면서도 딱 뿌리칠수가 없어 관형이하고 상의를 해보라고 했더니, 본인은 극구 싫다는 것이었다. 제수씨는 바보같은 녀석이라고 짜증을 내기까지 하였지만, 전학건은 그것으로 끝나버렸고 금년 봄에 삼승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원남중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삼산국민학교에서 일년동안에 전학을 가는 학생이 150여명, 전학을 오는 학생이 50여명이라 한다.

그런데 생활 근거지는 보은에 두고 전학을 하는 학생이 많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 많은 학생들이 저희들이 원해서, 또는 동의를 해서 전학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의심스럽다. 우리 한국인은 무엇이든 최고, 제일, 일등만을 치고 차선은 생각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에 무리가 생기고 살기가 고달파진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선망하는 한편,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고 자위하려고 한다. 이 둘은 모두가 병폐이다. 나 자신 있는 그대로를 만족하지 못하는 이 허기진 마음이 아이들 공부로 전이된 것이 아닌가 하여 그 대상이 되는 학생들이 가련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 한다.

그런데 우리 성인들은 삶을 결과로 생각하며 평생을 뛰다가 중도에서 세상을 하직해 버리고 마는 경우가 너무 많은 듯 하다. 그래서 "한 많은 이 세상∼"하는 노랫가락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자식들까지 결과만을 위해서 키울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보통 "어릴 때가 좋았고, 젊을 때가 좋았다"고 말한다. 적어도 우리 기성인들은 국민학교때 억지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지금 크고 있는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서 공부하라는 짜증섞인 부모님의 말씀과 학교에서 숙제 검사때 맞은 기억이 제일 생상하게 떠오르고 공부라면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어른으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어린이를 똑똑하고 현명하게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삶이 행복하고 보람찬 나날이 되도록 해주는 것은 더 큰 부모의 책임이 아닌가 한다. 행복은 지위의 고하, 재산의 다과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전학을 시킬 때 얻는 것은 무엇이며 잃는 것은 무엇인가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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