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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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
  • 보은신문
  • 승인 199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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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농산물검사소 소장)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이나 같다'는 이 말은 논어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말인데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사(師=子張)와 상(商=子夏)은 누가 더 어집니까"라고 묻자 "사(師)는 지나치고(過), 상(商)은 미치지 못한다(不及)"고 대답했다. "그럼 사(師)가 더 어질다는 얘깁니까" 하고 다시 묻자 공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이나 같다(過猶不及)" 고 말한 데서 유래된 말이다. 지나치면 오히려 부족(不足)한 것보다 못한 것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모두 새해를 맞이하여 조용히 내 생활이나 생각이 지나친 것은 없는가 한번쯤 생각해볼 때이다.

능력보다 더 큰 자리를 원하지는 않았는지, 아래 사람이나 동료들 보다 윗사람을 더 의식하고 생활하지는 않았는지, 내실보다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사치, 낭비, 과소비, 허세는 없었는지! 내 이웃의 어려움이야 어떻든 나만 편하고 돈 벌면 된다는 생각은 않았는지. 일년에 한번만이라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요즘 사람들은 회의나 행사, 계모임 등 여러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자주 참석하게 된다. 그 중에는 예외없이 잘난 체, 아는 체, 많이 가진 체 말이 많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사람에게 주도되어 의사를 결정하고 만다.

예로부터 앞자리에 앉기를 주저하고 남앞에 나서서 자기의 의견을 서슴없이 개진하며 주장하기를 싫어하는 미덕 아닌 미덕을 지닌 국민성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 과연 그 결정이 전체다수의 뜻이라 할 수 있을까? 작은 집단이나 직장, 단체, 나아가서 사회적인 모든 문제나 갈등이 이런 방법의 결정에서부터 발생된다고 하면 과언일까? 지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것이 중용(中庸)이다. 요즘 선거철을 맞아 불안한 경제문제나 농산물 수입자유화에 따른 농촌의 극히 어려운 이 시기에 많이 가진 자, 많이 아는 자,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의 사고(思考)와 행동(行動)에 있어서 중용이 절실히 요망되는 때인 것 같다. 모든 사회적인 문제해결이나 정책 결정 등이 모두 중용에 의해서 결정되고 시행된다면 얼마나 민주적이겠는가, 또 사회적인 갈등은 얼마나 많이 해소되겠는가?

그러나 공자는 "천하도 바로잡을 수 있고 벼슬도 버릴 수 있고 칼날도 밟을 수 있지만 중용(中庸)을 지키기란 참으로 어렵다"고 했다. 우리 삶에 있어서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사고와 행동, 자기 분수에 맞는 생활과 항상 어려운 처지의 상대방과 침묵하는 다수의 마음을 이해하는 생활이 아름답고 행복(行福)한 삶이 아닐까? 새해를 맞이하여 다시한번 조용히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중용(中庸)의 참뜻을 되새겨보고, 중용을 지키기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꼭 그길로 가고자 노력하는 마음을 생활의 지혜로 삼아보자.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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