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송 김만철 선생의 이타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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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송 김만철 선생의 이타적 삶
  • 보은신문
  • 승인 199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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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사회발전을 위한 한평생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한평생을 사는 동안 손가락질 받는 행동보다는 나를 희생해 남을 편하게 해준 의인. 그러고도 결코 자랑하지 않는 숭고함. 보은지역 사회의 어른으로 추앙받던 거송 김만철 옹(78. 보은 종곡)이 타계하던 날 이를 애통해 한 사람이 어찌 가족 뿐이랴. 평생 각고의 노력 끝에 수집한 분신같은 문화재를 조건없이 학교에 기증했고 공부를 하고싶어하는 사람이 돈이 없어 학업을 계속할 수 없을 때 후견인이 되어 큰 인물로 키워내는 등 눈앞의 이익만 쫓는 범인(凡人)으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거송 김만철 옹의 족적은 군내 곳곳에 새겨져 있다.

그런 거송 김만철선생이 1월22일 경주김씨 집성촌인 종곡리 생가에서 지병으로 타계, 26일 종곡리 선영에 안장되었다. 5일장(葬) 동안 김동기 군수를 비롯한 기관장은 물론 지역유지, 국회의원 박준병 민자당 보은 옥천 영동지구당 위원장, 어준선 안국약품(주) 대표이사회장, 충북대 이의택 전 총장, 임상묵 박물관장, 이융조 교수 등 평소 거송 선생과 친분이 두터웠거나 거송 선생을 존경해온 조문객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추모 했다. 고인이 쌓아놓은 훌륭한 업적에 비하면 오히려 장례식은 조용하고 검소하게 치뤄져 평소 고인의 근검하고 절약하는 생활철학을 반추시키기도 했다.

장손자인 김홍균 군이 고인의 영정을 모신 가운데 결코 화려하지 않은 상여가 종곡리 생가를 떠나 장지로 향할 때 가족들의 애통한 울음소리가 하늘을 울렸고 참석한 조문객들도 눈시울을 적시는 등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장지가 도착해 안북실과 바깥북실이 한눈에 보이고 멀리 읍내 시가지가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탁트인 광경을 보며 지기였던 조문객 이융조 교수가 "남의 허물을 감싸주고 모든 사람들에게 이롭게 하려는 고인의 성경과 아주 똑같은 곳인 것 같다"고 평한 그곳에 거송선생은 전교 경주김공 거송 만철지구(典校 慶州金公 巨松 萬哲之柩)라는 표석만 남긴채 자연으로 돌아갔다.

1914년 1월19일 보은 종곡에서 태어난 거송 선생은 삼산 보통학교를 졸업한 것밖에 달리 학력은 없지만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양반가풍을 이어받아 조부와 부친으로부터 예의범번과 한문학을 배워 학식을 쌓았고 23세때 서울역 역무원으로 근무를 시작, 어느 때 어느 곳에 있던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소신으로 6년간의 근무동안 타의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일제시대 때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들이 일본인들에 의해 악랄하게 갈취당하고 민족문화를 말살시키는 것에 격분, 한국민의 정서가 담겨있는 유물을 수집하여 민족운동을 벌였고 해방후에도 이범석 장군과 함께 민족 청년단을 조직하고 반민특위에서 활동하며 구국활동을 펼치기도 했으며, 34세때는 보은에서 무소속으로 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67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회사를 설립할 당시 거송선생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많은 가르침을 받기도 했으며, 재경 보은인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주기도 한 거송선생은 생전 근검절약을 생활화 해 담배갑 안쪽의 은박지를 모아 메모지로 활용, 자손들에게 모범을 보였었다.

그리고 지역문화발전이 민족문화 발전의 기초라는 생활신념으로 역사적인 일이나 훌륭한 인물을 다룬 신문, 책 등을 모아 자료로 보관, 틈틈이 연구에 몰두했던 거송선생은 그간 수집한 것이나 집안 대대호 이어온 것 등 각종 문화재급 유물 1백4점을 85년 충북대에 기증해 학계에서 연구자료로 쓸 수 있도록 배려, 충북대 박물관 전시실에서 '김만철선생 기증품 전'을 열기도 했으며, 얼마 전에는 장학금으로 모아놓은 2천2백여만원의 기금을 재단법인 보은장학회에 기증하는 등 인재양성을 위해 힘썼고, 타계직전까지 재단법인 보은장학회의 고문으로 활동하였다.

남의 험담을 절대 들추지 않고 남에게 싫은 소리한번 안했던 거송 김만철 옹은 숨을 거두기 전 자손들에게 "남에게 신세질 생각 말고 자력으로 열심히 일하면서 성실하게 생활하라" 고 유언을 남겼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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