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의 미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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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의 미덕을
  • 보은신문
  • 승인 199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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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보은 지산, 경기상고 교사)
맹자는 예(禮)를 말하는 가운데 '사양지심(辭讓之心)은 예(禮)의 단서(端緖)'라고 하였다. 이는 곧 사양하는 마음이 예(禮)의 실마리라는 뜻이며, 다시 말하면 양보하는 마음이 예(禮)의 시작이요 끝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TV선전광고이긴 하지만 '형님 먼저, 아우 먼저'하고 양보하는 모습은 예(禮)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흘러간 얘기 가운데 건국초기 민족 지도자로 쌍벽을 이루었던 우남 이승만 박사와 백범 김구선생은 어떤 모임에서 서로 상석(上席)을 양보하였다고 한다.

우남은 백범이 상해 임시정부에서의 주석(主席)으로 있었기 때문에 배려하였으며, 백범은 우남이 연장자였기 때문에 예우하여 윗자리를 양보하였다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이었겠는가. 그런 겸양의 마음으로 두분이 국사(國事)를 논의하였더라면 한국의 정치사는 양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우남이 현실을 중요시하는 입장을 취한 반면, 백범은 현실을 극복하고 이상(理想)을 추구하는 입장이었기에 말이다.

그러면 이제 우리 생활주변의 경우를 보자. 버스에서 좌석양보 때문에 일어난 촌극(寸劇)이 있었다. 얘기인즉 어떤 중년 신사가 할아버지에게 좌석을 양보하게 되었는데, 그 할아버지는 이같은 호의(好意)를 사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년신사 역시 할아버지에게 좌석을 권하는 보기 흐뭇한 광경이 이어졌다. 그러는 가운데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버스가 멈추자 내리는 손님과 오르는 손님이 바뀌고, 버스는 다시 움직이기 식자하였다. 이때 할아버지와 중년신사가 좌석을 서로 양보하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새 손님이 된 할머니 한 분이 좌석을 찾다가 손쉽게 행운(?)을 차지하였다.

이쯤되니 좌석을 양보하던 할아버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공을 응시하다가 할머니를 질책(叱責)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왈 '누구는 편한 것을 모르고 좌석에 앉을 지 몰라서 자리가 비어 있는지 아느냐'며 '늙어도 곱게 늙어야지 저렇게 늙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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