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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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 보은신문
  • 승인 1991.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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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재(동광국교 교사)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란 두 개의 축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던 오랜 세월이 지나 하루 아침에 공산주의의 종주국 소련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1917년 볼세비키 혁명이후 세계를 지배해 오던 공산축이 무너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세계는 민주·자유의 종주국 미국의 힘만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인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는 불확실한 세계속에 살아가고 있다니 현기증이 날 정도여서, 정치 경제 사회에 불안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런지도 모르겠다.

세계를 움직이던 거대한 축 소련의 공산당은 74년간의 오랜 독재정권으로 정치 경제 사회 모든면에서의 불안한 변혁 속에서 이제 무너지고 만 것이다. 그들은 당장 빵 문제로 서방 여러나라에 미소작전을 펴고 있으며 오늘날 백억달러 무역적자가 예견되는 우리나라에도 미소를 보내고 있다. 급격히 가까워진 우리나라는 앞으로 소련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 것인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나는 여기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생각하게 된다. 역사에는 공짜가 없기 마련이며,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나라는 망하거나 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속에, 더불어 사는 사회, 인류공동체의 역사의식으로 정신 차려 보자는 마음이다. 7∼80년대 우리나라는 다행히 역사의 줄을 바르게 찾아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발맞춰 경제개발에 일단은 성공, GNP 6천달러를 넘으며 신흥공업국임을 자랑하던 80년대 후반기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찌하여 이렇게 수출적자국으로 곤두박질하게 되었는지 반성해 보자.

그렇다고 정책 부재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교훈을 찾아보자.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교훈도 충고로 받아들여 보자. 지난 9월 17일-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지구촌 한가족이 되었다. 통일로 가는 과정이라고만 자만하지 말고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힘차게 돌려 나아가자. 동서독이 가입된 후 17년만에 통일독일을 이루며 겪은 몇가지 시행착오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겠다. 짧은 기간 내에 통일조국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무엇을 해 줄 것인가'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국민의식'을 고양하여 나보다는 사회와 국가를 위한 국민정신을 발휘할 때가 왔다고 하겠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팽배된 이기주의에서 해방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공익의식을 추스리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생명의 일부를 기증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것이며, 헌혈하는 사람이 있어야 남의 귀한 생명도 구할 수 있다. 이는 정반의 원리이며, 공익사회를 지탱하는 청량제가 될 것이다. 산전수전 고생 끝에 모은 50억원 상당의 전 재산을 충남대에 기증했다는 김밥할머니 얘기며 40대 사장이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 아파트 수백동을 지어 희사 하였다는 보도는 메마른 이 땅에 정녕 오아시스가 아닐 수 없다.

그늘진 곳에서 사회와 국가를 위해, 그리고 공익을 위해 봉사하며 평생을 희생하는, 따뜻한 손길들이 오가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 그리하면 통일 같은 숙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지구촌을 밝게 비추는 등불로서 우리나라가 설 수 있으리라. '우주의 정력이 지구촌의 조그만 땅 한반도의 남녘에 서리고 있다'는 슈펭글러의 예언을 믿게 하자.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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