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을 찾아 떠나는 선비 체험, 전북 김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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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찾아 떠나는 선비 체험, 전북 김제로
  • 김수현(삼산초2, 전선오 어머니)
  • 승인 2025.03.0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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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의 기개(氣槪)에 재차 문턱을 서성이는 2월의 봄날, 우리 보은향교 꼬마선비단은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배우고자 먼 길을 나섰다. 

도착지는 전북 김제.
처음으로 발길이 닿은 곳은 '학성서원'.
고(故) 화석(和石) 김수연 선생께서 생전에 세운 곳으로 국내 최대 서당이라고 한다.
성인을 배운다는 뜻을 담은 '학성(學聖)'.
우리 꼬마선비들은 선생의 위패를 배향한 곳으로 가서 절을 올리며 선비 체험 일정의 첫 단추를 꿰었다.
지난 입단식 때의 어색하고 서투르던  모습과 달리, 이제 제법 늠름하게 예를 갖추는 모습에 흐뭇한 마음이 일었다.
그곳에서 잠시 머무르며 고(故) 화석선생의 자제분과의 다과 시간을 가진 후,문하의 제자 박근 교수님을 뵈었다.
" 사람과 짐승의 차이란 무엇일까? "
교수님께서 쏘아올린 질문으로 시작하여 우리 꼬마선비들과 학부모님들의 열띤 담론 시간이 이어졌다.
꼬마선비들이 골똘히 생각하며 천진난만하게 표현하는 순간들은 참으로 흥미진진하여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짐승'이란 다소 자극적인 단어에 꺄르르 웃으며 이야기 나누었지만, 실로 그 질문에 대하여 생각한다는 것은 본질에 대하여 궁리해보는 것으로 무척 심오한 질문이었다.
- 사람과 짐승의 차이 : <맹자>에 나오는 오륜(五倫) =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저리 쉽게 어린 아이들의 입장에서 풀어나갈 수 있다니, 새삼 스승의 중요성과 이리 가르침을 찾아온 자리의 소중함이 절로 와닿았다.
탐방 첫 날의 '배움'을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인 우리 꼬마선비단.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서서히 스며들듯 익히는 선비정신을 우리 꼬마 선비단은 아마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훗날 삶을 이끌어 갈 주춧돌이 되리란 것도. 

탐방 둘째 날은 벽골제 내 명인(明仁)학당에서 경덕 훈장님을 찾아 뵈었다.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상투와 한복을 갖추신 훈장님 앞에서 우리 꼬마선비단은 절로 숙연해지는 모습이었다.
" 우리 공부 안 할 거야, 놀거야. "
이어지는 훈장님의 말씀에 꼬마선비단은 뒷모습까지도 개구쟁이 미소가 번지는 듯 했다.
- 예(禮).악(樂).사(射).어(御).서(書).수(數) : <소학>에 나오는 육예(六藝) -
직접 피리를 불어보고 거문고와 가야금, 단소와 퉁소의 소리를 들으며 '악(樂)'을 배우고,
활시위를 당기며 '사(射)'를 배우며, 이 모든 과정에서 배움의 바른 자세를 가짐으로 '참을성' 과&#160; '지知. 덕德. 체體' 인재상을 몸소 익히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놀이인 듯, 대화인 듯, 그 안에서 이뤄지는 '배움'에서 스승님들의 가르침에 대한 혜안이 있음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엄마다. 대다수의 엄마들은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갖고 고민한다.
경쟁, 입시, 성공을 떠나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마땅히 전해 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중국의 딥시크(DeepSeek) 등 나날이 발전하는 AI 시대에... 부모의 세대와는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이 시점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결국 기본(基本)으로의 회귀.
사람으로서의 사람다움, 오직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역량에 자녀 교육의 중점을 두었다.
그리하여 그 해답을 '유학'에서 찾고자 하였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선비 정신을 기리고, 성현의 발자취를 따라 스승께 배움을 청하며 정진하고자 한다.
폭넓은 경험과 공부로 식견을 넓히고, 올바른 뜻과 마음으로 자신을 세우기를. 

선비 체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여전히 찬바람이 불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우리 꼬마선비단에게 가르침을 전해주신 스승들께 못다한 감사함을 바람결에 전하며. 나는 아들의 온기 어린 손을 꼬옥 잡은 채 그렇게 한 자락 배움의 여정에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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