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가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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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가결의 의미
  • 박평선(성균관대학교 유교철학 박사)
  • 승인 2024.12.1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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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민주주의 헌정질서가 붕괴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대통령의 12,3 계엄선포로 인해서 국회를 봉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방송을 통해서 실시간 생중계되는 일이 최근에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유혈사태가 벌어지지 않았고, 6시간 만에 국회의 해제 요구에 따라 종료되었다. 해제 이후에 밝혀졌만 현명한 선택을 했던 지휘관들이 있었기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 분들에게 진심으로 격려와 지지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계엄 소식을 듣고 한밤중에 국회로 달려 나와 국회를 지켰던 국민들에게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결국 계엄선포 이후에 국민들은 대통령을 탄핵하라고 거리로 몰려나왔다. 엄동설한에 200만명 이상이 여의도 국회 앞으로 나와서 1차에 부결되고,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 되기를 응원했다.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젊은이들의 응원이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응원봉을 들고 나와서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국회를 응원했다. 1차 탄핵 때는 불참했던 대부분의 여당 의원들도 이 소리에 두려웠는지 2차 투표 때는 전원이 참석해서 투표를 했고, 결국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연일 방송에서 보도되고 있어서 아마도 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울하고 슬픈 마음이 밀려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을 국민들이 탄핵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국회에서는 적어도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되어 참담하고 슬픈 일이 일어났다. 국민 앞에서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말이 앞장서야 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수의 국민들은 탄핵 반대 집회를 동시에 열었고, 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그들에게서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성과 화합의 목소리는 없었다. 무엇보다 1차 탄핵이 부결된 후에 야당 대변인이 나와서 국민을 대상으로 담화문을 발표할 때도 그러했고, 2차 탄핵이 가결된 후에도 그러했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국가의 위협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에서 탄핵이 가결된 것을 축하하고, 기뻐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계엄선포가 있을 때부터 탄핵이 가결될 때까지 마음 졸이며 국회의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주기를 응원하고 바랬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야 조금은 안도감이 들 것이다. 이제는 일련의 사태를 돌이켜 보면서 반성과 용서의 눈물이 필요한 때이다. 그래서 더욱 참담하고, 마음이 아픈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유교의 경전 중에 하나인 <대학(大學)>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시경(詩經)의 말을 인용해서 “임금이 가져야 할 덕목은 인(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仁)이란 ‘살리는 마음’이다. 곧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물을 살리는 행동이 인의 참모습이다. 그런데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들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것은 바로 인(仁)을 심하게 헤치는 불인(不仁)이라고 할 수 있다. 맹자(孟子)는 “임금이 되어 인(仁)을 잃어버리면 촌부에 지나지 않으며, 임금의 자리를 바꿀 수 있다”고 하는 역성혁명을 주장하였다. 순자(荀子)는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아서 평상시에는 배가 물 위에 있지만 때로는 성난 물이 배를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이 지금으로부터 2,400여 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적용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불인(不仁)을 하게 되면 더 이상 대통령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것은 당연한 이치에서 비롯된 결과이며, 인(仁)을 실천하고자 하는 선한 본성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탄핵 가결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인(仁)의 단서는 측은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이 국민을 측은하게 여겼다면 어떻게 계엄을 선포할 것이며, 국민들이 대통령을 측은하게 여겼다면 어떻게 탄핵 후에 마냥 기뻐할 수만 있겠는가?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인 것이다.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실정(實情)을 밝혀내야 한다. 공자(孔子)께서는 “실정이 밝은 세상에서는 욕심 많고 어리석은 소인배들이 감히 나쁜 짓을 못한다.”고 하셨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은 상황에서 국가 지도층과 국민들이 반성과 화합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시는 이 땅에서 어리석은 소인배들이 사라지고, 도덕군자들이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고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백범 김구 선생님이 그토록 원했던 문화국가, 문화국민이 되는 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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