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제한으로 면 지역 사용처 찾기 힘들어
올해 농민수당까지 포함하면 250억 원 발행
농민 ‘어디에 쓸까’, 농협사업 위축 목소리도


보은군에서만 유통할 수 있는 지역화폐(결초보은상품권) 발행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9년 초창기 10억 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210억 원(국비 5 도비 1.5 군비 3.5 비율)을 발행했던 보은군이 올해는 182억 원(전년 대비 86%) 찍는데 그쳤다.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범위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역화폐 발행액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가맹점 축소가 꼽힌다. 행정안전부의 ‘연 매출액 30억 이상 사업장 가맹 제한’ 지침(영세 소상공인 보호 목적)에 따라 보은군은 작년 25개 가맹점에 대해 상품권 이용을 제한한 데 이어 올해도 12개 가맹점 등록을 해지(총 37개)했다.
가맹점에서 제외되면 그 점포는 더 이상 지역화폐를 받지 못한다. 특히 주민 의존도가 큰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와 영농자재 점포에서의 지역화폐 제한은 농민과 농협에 큰 불편으로 작용하고 있다. 쓸 곳 찾기 어려운 주민에게는 지역화폐 무용론까지 나온다. 지역농협도 지역화폐를 받지 못하는 민망함과 함께 구매·판매 등 사업 위축 등을 우려하며 가맹점으로 재등록되길 바라고 있다.
지역화폐는 보은군 내 지정된 1600여 개 가맹점에서마 사용할 수 있다. 카드형은 구내 한도가 50만 원, 지류형(종이) 상품권은 15만 원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지역화폐 구매 시 할인율 10%의 혜택이 주어지는 게 강점이다. 쉽게 결초보은상품권 50만 원을 구입할 시 10%(5만 원)가 할인된 45만 원으로 50만 원의 가치를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상품권 구매 후 ‘환불’도 할 수 있다.
군은 올 추석을 앞두고는 지역 내 소비 촉진을 위해 한시적으로 구매 한도를 100만 원까지 올림과 동시에 할인율 또한 15%까지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지역화폐 할인율과 구매 한도는 지자체 규모와 재정 여건에 따라 상이하다. 보은 옆 지역의 경우 할인율 20%(70만 원 한도)를 적용 중이다.
보은군과 충북도가 지급하는 농업인공익수당(도비 6대 군비 4)도 지역화폐로 지급된다. 군은 지난 10월까지 5393명의 농업인에게 농가당 60만 원씩 결초보은상품권으로 32.3억 원을 지급했다. 따라서 올 한 해 보은군 지역화폐 발행액은 농업인수당 60~70억원과 지역상품권 182억원을 더하면 약 250억 원에 달한다.
보은군이 지역화폐 사용처 제한을 도입한 것은 2023년 7월부터다. “행안부의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종합지침에 따른 것으로 상대적으로 영세한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한다는 지역화폐의 취지를 살리기 위함”이라는 게 도입 배경이 됐다.
시행 첫해 30억 이상 상품권 이용 제한에 해당하는 25개 업체는 이렇다. △보은농협 보은지점 △보은농협 장안지점(주유소) △보은농협 장안지점(하나로마트) △보은농협 장안지점(농약·자재) △보은농협(대청대로) △보은농협 내북지점 △보은농협 내속지점 △보은농협 산외지점 △보은옥천영동축협 한우이야기 △보은농협 하나로마트 △보은옥천영동축협 보은읍 뱃들로 △보은농협 속리산지점 △(주)에스피씨 삼립 속리산 주유소 △보은레미콘(주) △(주)풀그린 △의료법인 아인의료재단 내북면 남부로 △대바위주유소 △남보은농협 탄부지점 △남보은농협 본점 △남보은농협 회남지점 △남보은농협 회인지점 △남보은농협 마로지점 하나로마트 △남보은농협 수한지점 △보은성모병원.
올해도 이어졌다. 2023년 연 매출액이 30억 원을 초과한 가맹점 12곳이 대상이 됐다. △㈜씨네큐 보은지점 △주식회사 보은우리마트 △주식회사 보은마트(식자재마트) △대광(자) △보은주류합동(자) △보은농협장례식장 △정민의료재단 보은한양병원 △보은군산림조합 △에스제이산림조합주유소 △(주)보은현대충전주유소 △죽전주유소가 명단에 올랐다.
가맹점 제한에 따른 풍선효과로 희비가 교차한다. 보은군산림조합 주요소와 인근의 마트 관계자는 가맹점 때보다 15% 정도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고 이야기한다. 대신 누군가에 그만큼이 돌아간다.
보은농협이 올 1월 열린 총회에서 공개한 보고서(가맹점 제한 5개월 경과 시점)를 보면 전년 대비 농약, 유류 등 영농자재를 공급하는 구매사업은 129억원으로 4.8% 감소했다. 마트사업은 예상과 달리 218.8억 원으로 5.5% 증가했다. 올해는 연말까지 211억원의 매출(잠점)이 예상된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매출액이 꽤 줄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내북, 산외, 장안 지점 등 면 소재지 마트와 주유소 그리고 자재에서 고전하고 있다.
남보은농협 마트사업의 경우 10월 기준으로 작년 23.4억 원, 금년 24.2억 원으로 3% 상승했고 자재 사업은 작년 110억 원, 금년 100억 원(잠정 집계)으로 5% 하락했다. 관계자는 남보은 마트 사업에 대해 “탄부.마로.회인.회남 지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장안면에 소재한 우진프라임 직원들이 온누리상품권을 많이 이용해 영향이 미미하다. 수한지역은 보은읍 생활권이라서 보은읍으로 나간다”고 했다.
축협은 골프장과 속리산을 다녀가는 관광객들이 다녀가 한우이야기 매출이 약간 올랐다고. 대신 정육의 매출은 조금 떨어졌다. 관계자는 “가맹점 제외 전후 차이를 못 느낀다”고 했다.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지역화폐를 구입하면 10%의 할인율을 적용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역화폐 필요성을 못 느껴 지역화폐 구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인구와 상가가 밀집한 보은읍은 그렇다 하더라도 작은 면 단위에서는 농협 말고는 실상 지역화폐를 쓸 만한 곳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지역화폐에 대한 이런저런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