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속 서원리 황해동 강판중 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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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속 서원리 황해동 강판중 옹
  • 보은신문
  • 승인 1991.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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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기 가득한 송이인생 송이채취 35년
툇마루에 걸터앉아서 동네 앞으로 펼쳐져 있는 큰으뎅이(산이름)의 산등성이를 보고도 어디쯤에서 송이버섯이 자라고 있을지 눈에 훤히 보인다는 강판중 옹(70) 음력 8월이 들어서면서부터 송이버섯을 따기 시작하는데 어스름한 새벽녘에 산길을 오르다 보면 멀리서도 싸한 송이냄새가 느껴진다는 강판중 옹은 송이버섯 채취를 전업으로 하며 35년을 살아온 송이인생이다.

강판중 옹은 새벽에 일어나 맑고 깨끗한 서원계곡물에 몸을 담가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한 후 새벽 4시에 산에 올랐다고 오전 11시경에 돌아와서야 아침을 먹는 등 송이를 따기전부터도 매사에 세심한 신경을 쓴다. 사람의 손이 가면 3년을 송이가 나지 않는다 하여 송이버섯 하나를 채취하는데도 그가 쏟는 정성은 진지하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하다. "요즈음 들어서는 소문을 듣고 외지에서 많이 들어와 송이버섯을 따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송이버섯 따는 방법을 몰라 곧잘 송이의 생육을 망쳐놓을 때는 정말 아쉽다."며 그래서 송이버섯 농사를 마구 망치는 사람을 보면 한동네 사람일지라도 호통을 치기가 일쑤라고.

송이는 대가 굵고 갓이 피지않은 것이 좋다는 강판중 옹은 "송이를 따서 생으로 먹으면 그 진한 솔내가 입안 가득 퍼져 온몸에 전해지는 듯 하다."며 송이벗서의 참맛과 진가를 설명한다. 예전엔 네부자가 함께 송이버섯을 채취하여 7∼8년전 당시 하루 30여만원의 수익을 올렸었다고도 하는데 지금은 그의 아들들도 모두 직장을 따라 떠나서 어려운 도시 생활을 하고 있고, 허연 백발위로 찬이슬을 맞으며 홀로 오르는 강판중 옹의 산길은 힘들기만 하다.

세월이 가져온 노구의 탓만은 아니고, 오래전 넷째 아들과 함께 버섯을 따러갔다가 길을 잃어 비내리고 안개낀 산속을 헤매고 헤매가 지쳐 쓰러졌을 때에도 어린아들에게서 얻은 위안 때문에 힘든 것을 몰랐을 정도였던 만큼, 홀로 오르내리는 산행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커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요즈음 산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이 송이버섯 채취법을 제대로 알아 송이 서식지를 망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만이 그의 바램일 뿐, 산에서 그가 기대하는 것은 없다고 한다.

강판중 옹은 김순임씨(65)와의 사이에 5남을 두고 외속리면 서원리 황해동에서 송이채취의 삶을 꾸준히 엮고 있다. "올해는 송이버섯 채취시기가 좀 늦고 흉년인 것 같어……"라며 하얀 담배연기를 내뿜는 주름진 얼굴에서 문득 솔내가 느껴진다.


(금주에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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