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친구 최재철 교수가 『日本近現代知識人文學者の韓國認識(일본 근현대 지식인 문학자의 한국인식)』(2022.8, 勉誠/벤세이출판) 이라는 훌륭한 책을 출판하였기 때문에 축하와 서평을 겸하여 동료 세 명과 함께 지난 8월 25일(일)부터 28일까지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코로나감염증 유행으로 1년이 지연된 방한이었다.
세미나 장소는 인천공항에서 3시간 정도 남쪽 최 교수의 고향집 거현산방 한일문화도서관이었다.
서울 이외는 별로 몰랐기에 한국의 농촌은 신선했다. 멋진 마당 정원 한 켠에 정자가 있었고, 우리들을 환영이라도 하듯이 봉선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그날 밤은 근처 통나무 펜션에서 묵었는데, 야트막한 산에 둘러싸인 녹음 짙은 마을의 광경도 인상 깊었다.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향의 원형과 같은 풍경이었다.
이튿날(8월 26일) 오전에 거현산방 정자에서, 한국 측은 정재정 명예교수(서울시립대) 등 세 명이, 일본 측은 나를 포함한 세 명이 서평을 하는 ‘합평회’ 형식의 세미나가 열렸다. 보은에 살고 계신 일본인 여성 3명이 참가하여 청강하신 것도 기뻤다. 세미나는 온화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고, 최 교수가 지적 받으신 중요한 과제에 대하여 의견도 개진하셨다. 24년이라는 긴 교제에서 오는 신뢰가 우리들에게 있었기 때문에 기탄없는 의견도 나왔는데, 최 교수의 지적은 대개 받아들여진 것으로 생각한다.
야외여서 장수잠자리가 날아 들어와 우리들을 놀라게 했다. 일본도 시골에 가면 볼 수 있는 것이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가나자와 교외에서는 볼 수 없게 된 곤충이다.
오후에는 속리산 법주사와 갑오농민전쟁 기념비(동학공원)에 안내 받은 것이 강하게 인상에 남았다. 한국의 불교유적을 관람하는 것은 처음이며, 일본의 아스카(飛鳥) 불교유적에 가까운 친근감을 갖게 되었다. 국보 팔상전 등에서 신라나 백제를 거쳐 일본에 도래한 불교의 원점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임진왜란으로 파괴된 것이 아쉽다. 한국 분들에게 있어서도 혼의 고향과 같은 의미가 있는 스폿(중심 장소)인 것이리라. 아스카지방은 지금도 일본인의 원풍경(原風景)이다.
동학농민전쟁은 청일전쟁(日淸戰爭)과 겹쳐서 이쪽도 생각하게 하는 것이 많았다. 양국 근대사의 원점과 같은 장소이며, 새로이 이 전쟁과 마주할 필요를 느낀 여정이었다.
건강에 좋다는 보은 특산품인 대추를 선물 받고 매일 서너 알씩 먹고 있다. 달고 맛이 있다.
마지막으로, 마을회관에서 차회를 열어 대접해 주신 거현1리 여러분들에게 환대받은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충청북도/ 내려가니 긴/ 여름날 저녁(忠淸北道下(くだ)れば長き夏の宵) 담화 중에 낀/ 사람 세상 그리운/ 장수잠자리(語らひに人懷かしきオニヤンマ). 여름 가을이/ 교차하는 마을아/ 사람들 조용(夏秋行き交ふ鄕(さと)や人靜か) 무릉도원의/ 마을에 그윽한/ 봉선화 꽃(桃源の里に床しき鳳仙花) 이라고보은 거현리의 여름을 노래했다.
(번역: 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