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의 먹거리
상태바
사람 사는 세상의 먹거리
  • 양승윤 (회남면 산수리 )
  • 승인 2024.08.29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억 4300만(2024년 추계)의 인구를 가진 인도는 유엔인구기금(UNFPA)에 의해서 중국을 제치고 2023년 공식적으로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으로 등극하였다. 영국 전임 수상 수낙 (Rishi Sunak)이나 미국 차기 대통령 후보 해리스(Kamala Harris)가 인도계다. 수낙은 성공회(영국 기독교) 나라의 0.5% 소수 종교인 힌두교 신자이기도 하다. 인도는 전체 인구의 80%가 힌두교를 신봉하는 나라다. 이슬람교도도 14%나 된다. 파키스탄 접경 푼잡 지방에는 힌두교와 이슬람을 융합한 시크(Sikh)교가 대종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힌두교는 기독교, 이슬람교와 더불어 세계의 3대 종교다. 힌두교에서는 불교도 힌두교의 한 갈래라고 말한다. 실제로 힌두교나 불교의 발상지는 모두 인도다. 신라의 혜초 스님이 다녀오신 다섯 천축국(天竺國)이 이곳이다. 힌두교는 다신교 신앙이다. 소를 숭상한다. 소똥과 오줌, 우유와 우유제품이 힌두문화의 상징이다. 우물물을 정화한다며 소 오줌을 붓기도 하고, 소 떼가 도심 한복판을 차지하고 누워서 되색임질하는 것은 아주 흔한 광경이다. 소 중에서도 흰색 암소가 으뜸인데, 난디(nandi)라 하며 ‘파괴의 신’ 시바(Siva)가 타고 다니는 동물이다. 시바는 브라마나(창조의 신), 비슈누(번영의 신)와 더불어 힌두교의 3대 주신이다. 
   세상에서 채식주의자가 가장 많은 나라도 인도다. 힌두교도 절반은 육류를 전혀 섭취하지 않는다. 이들을 베간(vegan)이라 칭하는데, 인도에는 참으로 다양한 부류의 베간들이 있다. 완전무결한 베간으로부터 닭고기까지는 ‘허용’되는 베간도 있다. 달걀흰자는 되고 노른자는 안되는 경계도 있다. 흰자에는 지방(脂肪)이 없지만, 노른자에는 소량의 포화지방이 포함되어 있어서다. 같은 땅에 사는 무슬림들은 쇠고기를 상식하고, 소 사육과 도축, 쇠고기 생산과 수출 등 쇠고기 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2015년 미국 CNN 방송은 2014년 한 해 동안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출한 나라로 인도, 브라질, 호주, 미국 순으로 네 나라를 꼽았다. 소를 숭상하는 나라, 육류 섭취를 거부하는 베간들의 나라,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 바로 인도다.
   무슬림들은 소와 양, 염소 같은 되새김질하는 초식동물 고기만 먹는다. 돼지고기는 먹지 않는다. 돼지는 불결하고 잡식성이어서 인간과 먹거리 경쟁을 할 가능성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그래서 개고기도 먹지 않는다. 생선도 비늘이 있는 생선만 먹을 수 있다. 이들에게는 ‘할랄(halal)’이라는 의식이 있는데, 짐승을 도축할 때 허가받은 신실한 무슬림이 식도와 기도를 순식간에 자르는 행위를 말한다. 모든 식재료에 할랄 표시가 부착된다. 할랄을 행한 깨끗한 먹거리라는 확인이다. 
   재직 시 연구 분야를 잠시 맡아 볼 때 교내에서 세계이슬람학자대회를 연 적이 있었다. 예산이 넉넉하지 못하여 기숙사와 교수식당 등 학교시설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동남아 학자들 위주로 모였는데, 멀리 카자흐스탄에서 국립대학 부총장 일행 네 분이 참석하였다. 중앙아시아 카스피해 연안에 위치한 이 나라는 청정 이슬람국가로 통한다. 오랜 세월을 소비에트연방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세미나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참석자 모두가 배가 고팠다. 주최자인 필자는 몇몇 내방객들의 질문을 받느라고 만찬 시간에 맞출 수가 없어서 식당에 도착하는 대로 식사를 하시라고 알렸다. 사전에 주방장을 불러서 멀리서 온 손님들이고 하니 예산 범위 내에서 잘 좀 차려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허겁지겁 만찬장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돼지수육 보쌈, 제육볶음, 쭈꾸미 초장에 갈치 조림까지 무슬림들이 절대 입에 대지 않는 음식들으로 테이블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게 아닌가. 눈앞이 캄캄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섭취한 음식이 어떤 것인가를 알고 귀국한 후 요로를 통해서 무슬림들을 모욕했다고 엄중하게 항의를 해 올 것이 분명했다. 납작 엎드려서 사죄했다. 주방장에게 사전에 주지시키지 못한 잘못을 고백했다. 그러자 카자흐스탄대학 부총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는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먹습니다. 다만, 카스피해에서 잡은 1.8m 이상 되는 물고기는 할랄 의식을 해야 합니다.” 고려인 10만이 사는 동토(凍土)의 땅 카자흐스탄에서는 그 옛날 겨울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