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에 들려주는 전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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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에 들려주는 전설 1
  • 오괄수(소리세상 유튜버) 
  • 승인 2024.08.08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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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복 더위에다 가뭄까지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한여름 밤에 마당에 펼쳐진 평상에 누워 여름 하늘의 상현달을 바라보노라니, 어디선가 일성 호가 대신에 일성 새 울음이 밤의 정적을 깨트린다. 요즘에는 여름꽃들이 봄에 피는가 하면 가을 코스모스가 벌써 피어나서 흔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내 귀가 노화한 것인지 몰라도 어릴 적 힘든 보릿고개에 들리던 뻐꾸기 소리가 이 한여름 밤에 들려오다니 ~ 아니다! 뻐꾹새가 아니라 떡국새 울음이 분명하렸다. 문득 일제강점기 힘든 시대에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보릿고개와 어디선가 계절도 없이 울어대는 뻐꾸기 사연이 새록거리며 이 글을 쓰게 하는 여름밤이다.   (실화가 전설이 된 뻐꾹새 이야기 :본명 떡국새)
  멀리 달아난 저만큼의 세월 속에 뻐꾹새(본명 떡국새)의 전설은 이러하다. 산 좋고  물 좋은 두메산골 한 마을에 사랑으로 이룬 한 가정이 있었으나, 한 끼 정도로 하루를 보내는가 하면 굶는 날이 다반사처럼 이어지며, 안타깝게도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런 삭막함 속에서 누구나 피할 수 없었던 두려운 고비로 보릿고개가 있었다. 마을마다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 들려오던 어느 날, 고개 넘어 부자 마을에 사는 한 아주머니가 이 가난한 집에 찾아왔다. ‘어려운 시절에 밥 숟갈 하나라도 줄이는 게 어떻겠냐?’고 하면서, 5남매 중 맏이인 열네살 먹은 큰딸을 고개 넘어 부잣집으로 시집 보내라고 청혼을 하였다.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며칠을 고심 끝에 혼인 결정을 하고서, 큰딸은 남자 측에서 원하는 날에 입던 옷 한 벌만 보자기에 싸서 중매한 아주머니를 따라나섰다. 낯선 마을 낯선 집에 시집이라고 가서는 모진 시집살이에 참을 수 없는 서러움 참고 견디며 반년을 넘게 살았다. 하루는 시아버님이 시골 장에 가시고 저녁때가 되자, 시어머님이 저녁에는 떡국을 끓여 먹자고 하셨다. 며느리는 떡국을 끓여서 온 식구에게 저녁을 차려준 뒤에, 얼마 남지 않은 떡국으로 시장기만 간신히 면하였다. 그리고 시아버님 떡국은 빨리 식지 말라고 부뚜막에 놓고 바가지로 덮어놓았다. 늦은 시간에 시아버님이 장에서 돌아오시자 저녁상을 차려 드리려고 부엌에 들어가 보니, 떡국을 덮어 놓았던 바가지가 바닥에 나뒹굴고, 떡국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 시어머님께 아버님 떡국이 깨끗이 없어졌다고 말씀드리니 나와 보시고는, 대뜸 하시는 말씀이 ‘네가 처먹고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 하시며, 그날부터 모진 핍박에 모진 서러움이 며느리에게 겹겹으로 쏟아졌다. ’없는 집에서 시집온 년이 이제는 시아버지 저녁까지 뺏아 먹는 년‘이라고 누명을 씌우며, 옷 보따리를 마당에 내던지곤 당장 친정으로 돌아가라며 며느리를 쫓아내었다. 며느리는 옷 보따리를 들고 고개 넘어 친정집으로 달려가 삽짝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마당에 계시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한번 시집갔으면 죽어도 그 집에서 죽고, 귀신이 돼도 그집 귀신이 돼야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며, 옷보따리를 빼앗아 길거리로 내동댕이치시곤, 당장 시댁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다. 며느리는 친정에서도 다시 ㅤㅉㅗㅈ겨나자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며 거렁뱅이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엎치고 덮친 격으로 뱃속의 아기가 점점 자라나서 나날이 배가 만삭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봄날 밤은 깊고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찾아와서, 삽짝문 없는 어느 집 헛간으로 몰래 숨어 들어갔다. 며느리는 짚 더미가 수북이 쌓인 곳에서 혼비백산 아기를 낳았는데, 천진스런 아기는 세상 구경 나왔다고 마구 울어대기 시작하였다. 며느리는 집주인에게 들키면 맞아 죽을 까봐서, 아기는 덤불 속에 재워두고 엉금엉금 기어 나와 어디론가 절룩절룩 달아나다가, 그만 머지않은 산길 입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하늘이 이런 한 맺힌 기막힌 죽음을 알았는지~ 며느리의 죽은 영혼은 한 마리 떡국새로 환생하여 산속으로 날아갔다는 이야기이다. 
   매년 4월 말경에 와서 한없이 서럽게 울다가 6월 말경에 떠나는 뻐꾹새는 원래가 떡국에 한이 맺힌 며느리의 혼인 떡국새였다고 한다. 뻐꾸기가 제 둥지가 없어서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것은 남의 헛간에 아기를 낳은 증표이고, 뻐꾹새의 발이 빨간것은 아기를 낳고 피가 흘러내린 채 기어다녔다는 증표라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내 이름을 뻐국새라 부르지 말고, 떡국새라고 불러 주세요.” 해마다 보릿고개 오뉴월이 되면 내 귀에는 뻐꾹뻐꾹이 아니라, 떡국떡국으로 들리고 있으니, 뻐꾹새의 원명은 떡국새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해마다 찾아오는 보릿고개 오뉴월을 한 맺힌 떡국새의 하소연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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