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과 6월을 보내면서 전국 곳곳에서 보리 밀 축제가 펼쳐진다.
영광 찰보리 어울마당, 고창 보리축제, 김제 보리축제, 양평 밀축제, 구례 밀 한마당 축제 등이 대표적 축제다.
우리 보은은 논 밭에 보리와 밀이 사라진지 오래다. 심는다 해도 농과 밭에 심어 소 사료로 사용하기 위함이지 보리와 밀을 생산해 유통 판매하기 위해서는 아닌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밀과 보리를 가꿔 우리 것을 지켜가는 이가 우리 보은에도 있어 위안이 되고 있다.
질구지라 부르는 수한면 질신2구에 살고 있는 한보동(78)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씨가 살고 있는 질신리 앞들 곳곳에 잘 익어 노란빛을 발하는 밀과 보리가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이 아름다운 정취를 풍기고 있다.
올해 이 마을 인근에 심은 늘보리, 우리밀, 검정찰 보리의 식재 면적은 대략 33,000㎡(10,000평) 가량이다.
여기에 농사를 지어 김씨가 해마다 생산하는 양은 밀이 4,800~6,000㎏, 늘보리가 8,000㎏, 검정찰보리 4,800㎏가량이다.
김씨는 땀흘려 농사짓고 수확한 우리밀과 늘보리, 검정찰보리를 집에서 직접 도정해 보리쌀은 2㎏와 4㎏로 소포장하고, 우리밀가루는 1㎏들이와 2㎏으로 소포장하며, 검정찰보리는 3㎏짜리 하나만 만든다.
“이렇게 소포장한 보리쌀, 검정찰보리쌀, 밀가루는 전국 곳곳의 직거래장터와 오랜 단골손님들에게 공급하고 있어 판매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한보동씨의 말이다.
한씨가 이렇게 우리밀과 보리를 키우고 수확해 가공해 팔면 얻어지는 연간 조수익은 4,000~5,000만원 가량이다. 일체의 경영비를 빼고 나면 2,500~3,000만원의 순수익에 불과하지만. 4,000여평의 논 농사도 짓고 있어 적어도 1200여만 원은 더 벌고 있어 만족해 하고 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땀 흘려 수확한 밀을 김씨는 밀가루로 만들어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있다.
수한면 지역 저소득 어르신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해마다 직접 농사를 지어 빻은 밀가루를 적게는 30kg(30포/1kg) 많게는 50kg(50포/1kg)을 기탁해 오고 있다.
한보동씨가 이처럼 직접 지은 보리와 밀을 가공해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농업법인토종우리밀생산조합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법인의 사업목적에 따라 조합원들이 함께 우리밀과 보리 등을 농사지어 가공해 판매함으로써, 농가소득을 증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초창기 참여했던 고령의 조합원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났고, 그 자녀들 중 그 누구도 이를 승계해 함께 농사에 뛰어드는 이가 없었다.
한씨가 보리와 밀 재배면적을 넓히지 못하는 결정적 원인이다.
한씨는 “전남 영광, 전북 고창, 전북 김제, 경기도 양평 등의 보리 밀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쓰고 먹고, 사서 가지고 가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면서 “나도 나이만 젊다면 정말 우리 마을에다 그렇게 해보고 싶지만 체력에 한계를 느낄 뿐”이라고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건강관리를 잘해서 체력이 허락하는 동안은 앞으로도 보리와 밀 농사를 계속 지어 우리의 전통을 지켜나가고 싶다”면서 “누군가 들어와 우리밀을 생산한다면 보은군과 구체적 협의를 통해 우리밀 축제, 보리축제를 못 할 것도 없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한편, 옥천군이 고향인 한보동 김옥화씨 부부가 현재 살고 있는 수한면 질신리와 인연이 된 것은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담수를 할 당시로 부친께서 당시 구입해 둔 논과 밭이 있어 부친 사망한 후인 1983년부터 이 마을에서 본격적으로 살아왔고 슬하에 모두가 1남 3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