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향토문화를 찾아서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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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향토문화를 찾아서⑷
  • 보은신문
  • 승인 1991.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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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제일경(俗離山 第一景) 문장대(文藏臺)
한반도의 길게 드리운 허리에서 서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내려오면 소백산맥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인다. 천산만봉(千山萬峯)을 거느린 '속리산 제일경(俗離山 第一景)'으로 유명한 문장대이다.

본래 거대한 바위가 하늘 높이 솟구쳐 구름이 쉬어간다고하여 '운장대(雲藏臺)'라 하였으나, 일찍이 이조 제7대 왕인 세조(世租)가 복천암(福泉庵)의 약수로 몸의 무수한 난치병을 치료하고 이곳 속리산 산신(山伸)께 감사를 드리고자 올랐다가 빼어난 산세와 기막히게 아름다운 경관(景觀)에 감탄하여 절로 나오는 한수의 시(時)로 그 마음을 표했다 하여 문장대 라고 일컬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이조명기(李朝明妓) 옥매향(玉梅香)과의 애끓는 사랑 이야기로 유명한 당대의 재상 임백령이 이곳에 머리를 식히려 오는 도중 보은현령의 어질지못한 정사로 백성들로 하여금 원성이 높다는 소리를 듣고, 훈계하려는 마음으로 말오줌을 항아리에 담아 마침 이곳 문장대에 올라 보은 현령을 불러 말하기를 "본시 옛부터 산신께서 내려주신 정수(情水)가 있는데 그맛이 참으로 기막히다 들었소, 현령은 그 물맛을 아오? 내 듣기로는 정사를 잘하고 어진 이들을 잘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맛 또한 일품이라 들었소만"하고 말하며 한잔을 권하니. 보은 현령은 당대의 덕망있는 재상이 주는 것이라 감히 거절치 못하여 받아마시고보니 이는 틀림없는 말의 오줌이다.

보은 현령은 등골이 오싹하고 정신이 번쩍드는 것이, 이는 필경 탐관오리로서 여지껏 정사를 잘못하여 임재상 자기를 혼내주려는 계략임을 깨닫고 엎드려 사죄하며 용서를 빌어, 이후부터 착한 마음으로 백성들을 잘 다스려 태평한 고을로 이끌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앞으로는 관음봉과 묘봉이 잇고 뒤로는 만물상이 첨범대와 문수봉을 거느린 문장대는 정녕 산 사람들의 희망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의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도 아름답지 않은 산이 없겠는가만은, 신께서 천하의 금강산에 일만이천봉을 쌓으시다가 못내 아쉬워 속리산에 아홉봉을 더했다 하여 제2금강산 또는 구봉산이라고 불리운다.

지도상으로도 문장대는 남한의 한가운데에 위치하며 동으로는 경상북도 상주군이 속하여 문경세재와 박달재가 한눈에 보이고, 서쪽으로는 충남 공주의 계룡산을 볼 수 있으며, 남으로는 멀리 전북 무주의 덕유산이 보이는 남한제일의 전망을 자랑하고 있다.

깎아지른 듯이 높게 보이는 문장대는 바위의 넓이가 대략 30여평은 족히 되는고로 바위위에는 약 1백여명이 올라가 발밑의 수많은 봉우리를 살필 수 있다.

봄에는 그윽한 향기의 철쭉과 진달래, 여름 장마가 걷힐 즈음이면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 바위 섬에 올라가 있는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의 운해(雲海)가 펼쳐진다. 가을이면 유난히도 높고 푸른 하늘에 불게 물든 각종 나무의 단풍이 사람이 넋을 빼놓고, 겨울이면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설경에 그만 무릉도원속에 온 것 같은 무아지경에 도달하게 된다.

특히 문장대에서 보는 일출(日出)비경과 저녁무렵 서산으로 넘어가는 석양(夕陽)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유발시키고 만다. 옛날에는 이곳에 커다란 웅덩이가 있어 물이 가득 고여있었는데 이름하여 감로천(甘露川)이다.

비가 와도 넘어치지 않으며 가물어도 마르지 않아 신선(神仙)들이 목마를 대 들러 마셨던 신선수(神仙水)로서 만병에 효험이 있었다고 전해지나, 지금은 흔적만이 있을뿐이다.

임진왜란 때 왜병 일부가 법주사와 여러 암자의 수많은 문화재를 파헤치고 문장대를 넘어 상주로해서 충주로 갔었다고 전하나 확실한 근거는 없고, 다만 문장대와 관음봉 사이에 철못을 박아 웅장한 산세의 정기를 끊었다는 못터만이 남아있다. 다시한번 그들의 행위에 분노를 느낄뿐이다. 인간이 자연을 잃어버리면 순수한 인간성을 상실한다고 한다. 대자연(大自然)이 신비로움에 순응하면서 다시금 마음을 정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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