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일은 과감한 추진을, 그릇된 일은 대담한 지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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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일은 과감한 추진을, 그릇된 일은 대담한 지적을
  • 보은신문
  • 승인 1991.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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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의 깨달음 박미림(보은삼산국민학교 교사)
문정약시(門庭若市) 또는 문전성시(門前成市)라는 말이 있다. 전자는 겸손하게 충고를 받아 들일 때, 그리고 후자는 많은 사람이 찾아올 때 보통 이런 말을 쓰는데, 이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새겨 봄직한 성어이다. 중국 제나라 때 대부 벼슬을 가진 추기라는 아주 미남이 있었다. 어느날 의관을 차려 입고 아내에게 물었다.

"성북에 사는 서생이 미남이라던데 당신은 누가 더 미남이라 생각하오?" "서생이 어찌 당신을 따를 수 있겠소, 당신이 훨씬 미남이지요." 추기는 아주 기뻤고 우쭐한 나머지 다시 애첩(愛妾)과 친구에게 물었다.

그러자 역시 추기가 훨씬 미남이며 비교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서생이 찾아 왔다. 그는 이제야 견주어 볼 날이 왔음을 기뻐하며 재빨리 거울을 보니, 아뿔사! 자신이 지금까지 들어온 바는 모두 거짓이었으며, 서생은 천하에 빼어난 인물임을 알았다.

'사람들은 왜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까' 며칠을 잠 못이루며 슬퍼하던 추기는 드디어 결론으 내렸다. '내 아내는 날 아끼느라 그렇고, 첩은 두려운 마음의 아부이고, 침구는 언젠가 도움을 구하고자 함이니, 모두가 아첨이며 환심을 사려고 한 일이구나.' 깨달음을 얻은 추기는 왕에게 과오를 지적하는 충신이 되었다.

그리고 아첨과 눈가림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 사실대로 잘못을 말하는 용감한 백성에게 상을 내리니, 조정 앞은 마치 시장처럼 붐볐다고 한다. 요즘 지자제 선거로 정치에 관심이 고조된 이때 문전성시의 의미를 되새겨 볼 일이다.

그리하여 이 사회가 눈가림으로 가리워진 채 '빛 좋은 개살구'여선 안되겠고, 사회 제도의 모순으로 고통 받는 이들도 당연히 대접받을 수 있으며 오랫동안 관심밖에 그늘져 온 농심(農心)에도 밝은 빛이 들기를 소망한다. 떳떳하게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제나라의 추기같은 깨달은 자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한다.


(생각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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