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또 하나의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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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교육(또 하나의 설)    
  • 김종예 (문학인)
  • 승인 2024.03.1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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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내 감나무 빈 가지마다 지절대던 텃새들도 봄을 맞이하러 갔는지 잠잠하다.
선물처럼 와르르 쏟아지는 봄 햇살을 걸쳐 입고 정원을 배회하노라니, 어느새 새싹들이 나왔는지‘나 여기 있어요. 올해도 잘 부탁해요. 예쁘게 피어나서 웃음을 드릴게요.’여기저기서 봄 인사를 보낸다. 튜울립. 원츄리, 작약, 양귀비, 접시의 물오른 촉들이 생환의 기별을 알려주는 요즘이다. 산수유 가지에 슬쩍 걸터앉은 봄바람도 그네를 타며 손짓을 해댄다. 나도 뒤질세라 서랍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꽃씨들을 거풍시키며 덩달아 신바람이 났다. 첫 꽃잎 매화가 얼릉 피었으면 좋겠다는 망발의 기원을 하면서, 작년에 그려 놓았던 24년 꽃자리 배치도를 활짝 펼쳐든다. 
23년 도면과 비교하며 꽃자리를 적절히 배치함은, 원예 기본 지식은 물론 내 판단력까지 총 동원되는 작업이다. 이제 흙과 뿌리의 상생의 만남이 시작되는 작은 정원에도 꿈 잔치가 벌어질 모양이다. 
  문득 어디선가 고향의 봄 풍경이 봄바람 등에 업혀서 제비처럼 날아든다. 생기롭게 물오르던 냇가의 버들강아지며, 냉이, 달래, 씀바귀를 캐던 동무들도 보고나 싶다. 허리춤에 잡아맨 책보 속의 새 책, 새 공책, 그리고 필통 속에서 새 연필이 정겹게 달그락대던 소리도 들려온다. 땅거미가 질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호롱불 들고 마중 나가던 동구길. 호롱불을 꺼트렸다고 꾸지람을 들었어도 말대꾸는 상상도 못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핀잔 면역력이 강했던 아이들은 적응력 또한 강해져서, 어디서나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철 인성이 되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사고력이나 판단력 또한 최점단 IC 시대답게 디지털화 되어가며, 감성적이고 윤리적인 인성덕목은 찾아보기가 가뭄에 콩 나듯이 어렵지 않은가. 
  우리 애들이 어렸을 적에는 3월 1일은 또 하나의 설이었다. 온 민족에게 희망의 등대가 되었던 삼일절과 접목하여 꿈꾸는 영웅이 되라는 뜻으로 무지개떡을 해 주었었다. 지난해 책거리를 마치는 봄방학이 끝나면 다시 한해의 공부살이가 시작되는 첫날이기 때문이다. 다부진 꿈을 꾸면서 시작을 잘 해야 한다고 나름대로 신경을 썼던 3월이었다. 이 무렵에‘인생을 잘 살고 있는가? 라는 물음은 바로 뇌를 잘 사용하고 있는가? 에 대한 물음이다’라는 뇌교육이 등장하였고, 학교 현장에서는 단답식 위주의 수업을 탈피하기 위하여 열린교육이 도입되었으며, 가정에서도 대화식 위주로 인성교육을 신장시키는 밥상머리 교육이 관심을 모았었다. 
  세월의 강물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유치원생 애 아빠가 된 아들에게 늘 하는 말버릇이 있다.‘지금 우리 아기에게는 꿈과 소망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람의 뇌는 꿈이 있을 때 반짝 불이 켜지나 희망을 잃어버린 뇌는 무기력해지기 일쑤다. 어릴 적부터 꿈과 희망을 찾는 뜨거운 열정의 뇌로 만들어 주거라. 뇌가 깨어나면 감성이 살아나고 가슴이 뜨거우며, 미래를 아름답게 만들려고 하는 원동력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아기의 뇌에 불이 켜질 수 있도록 창의적인 질문을 많이 하거라. 아기가 천천히 생각하며 제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기다리면서 말이다. 꿈과 희망을 품고 감성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줌이 진정한 양육이다.’라고 일러준다. 인생의 뜨거운 열정을 생산하는 용광로는 바로 사람의 뇌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변화무쌍할 작은 정원의 꽃자리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3월이 왔다. 색채와 형상만을 따지고 자리를 배치할 것인지? 아니면 꽃의 그림자까지 살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할 시점이다. 저마다의 품고 있는 빛깔과 꽃말 이야기가 참으로 다채로운 정원에서, 꽃씨마다의 꿈 이야기를 들어주며 초로의 꿈도 살피게 되는 요즘이다. ‘세상의 모든 희망은 오늘 이 순간부터이다.’라는 한 구절에, 내리막길 초로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리는 봄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교육이란 꽃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는 일과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인생을 터득한 자산을 자식에게 주고만 싶은 부모와, 좋은 뿌리를 내고 잎과 꽃을 피우고자 하는 아이의 꿈이 있다면, 올해도 밥상머리에서 아름다운 인성의 꽃은  분명 피어날 것이다. 설령 훗날에 씨앗을 뿌려준 이를 잊는다고 하여도, 뿌리 깊은 나무가 되거나 아름다운 꽃그늘을 지어 좋은 쉼터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3월은 공식화 된 아이의 일상에 새 스타일의 옷 한 벌을 선물하는 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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