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양성을 가진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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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양성을 가진 사람도 있다
  •  양승윤(회남면 산수리)
  • 승인 2024.03.0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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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농경 사회라도 60년대 이전의 우리나라처럼 겨울이 춥고 길며 척박한 토양 위에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억센 돌멩이 땅을 갈아엎고 가파른 산에서 나무를 베어 내리는 일은 당연하게 어깨 힘이 박혀있는 남자들의 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동남아처럼 일 년 내내 햇볕이 내려쬐고 비가 흠뻑 내리며 게다가 화산토로 토양이 기름진 지역에서는 여인네들이 호미와 낫 한 자루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농사일과 땔감 구하는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쪽에는 남성 위주의 문화가 정착되었고, 다른 쪽에는 여성 우위의 사회가 형성되었다.
   이슬람 국가라고는 하지만 중동과는 토착 문화와 생활 저변이 많이 다른 인도네시아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의 연애가 대체로 자유롭다. 결혼하여 아이가 생기고부터 부부는 우리네 한국인들처럼 외면적으로는 일정한 간격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부부 관계가 적극적이며, 이혼도 흔한 것 같고 혼외정사도 자주 신문에 보도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 나라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이들의 능동적인 역할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나라 최대 일간지 꼼빠스(Kompas)는 가톨릭계 조간이다. 이 신문도 제1면이 정치면인 것이 분명하지만, 언제나 여성·연예·스포츠 기사가 빠지지 않고 실린다. 
   인구 2억 8천만(2023년)의 인도네시아는 와리아(waria)라 칭하는 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다. 2010년의 한 자료는 220만 명이 넘는 LGBT(레스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가 있다고 했고, 2016년에는 이 숫자가 800만이라고 보도되었다. 2021년 유엔 통계는 세계 인구의 1.7%가 양성자라며 인도네시아의 경우를 뒷받침했다. 와리아는 성적으로 남성이면서 여성적 성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양성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 모계사회로부터 와리아가 많이 산출된다고 본다. 여타의 이슬람국가처럼 이 나라도 남성과 여성의 역할과 기능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와리아에 대한 시각은 당연하게 비우호적이다. 국가적 인식도 비슷하여 ‘이들도 신의 창조물인데 어쩌겠느냐’는 정도다. 
   와리아들도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서 집단으로 움직인다. 이들의 화장법은 매스컴에도 자주 등장한다. 성공한 와리아도 더러 있다. 이들은 여성과 남성의 양성적인 감각을 필요로 하는 분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가수나 무용가 또는 패션 디자이너 같은 예능 분야에 많고, 광고나 이벤트 회사의 기획이나 연출 담당으로 자리를 잡은 경우다. 미용실의 미용사나 결혼식장의 사진사들도 대부분이 와리아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섬세하고 율동적인 여성스러움과 적극적이고 충동적인 남성다움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분야의 직업인들이다. 
   취업 기회가 적고 직업 선택의 자유마저 제한당하는 와리아들은 자연히 향락 산업 쪽으로 몰리게 된다. 홍등가나 술집, 마사지 팔러 같은 업소에서는 이들을 내치지 않는다. 야간업소의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이들 와리아들은 거의 완벽하게 여성 역할을 해낸다. 술도 조금 마실 줄 알고, 노래도 미성으로 잘 부르며, 손님들의 취향도 금세 파악한다. 야간업소에서 일하는 적극적인 매너의 여종업원들은 거의 전부가 와리아라고 보면 된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마사지 팔러의 경우도 비슷하다. 한국인들은 이곳에서 삐짓(pijit)이라는 인도네시아 전통 안마를 선호한다. 마사지와는 달리 어깨 힘을 많이 필요로 하는 삐짓을 객실에서 즐기기 위해서 서비스를 청하면 대개 와리아들이 나타난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이를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
   와리아가 모두 여성스럽게 아담하고 예쁘게 생긴 것은 아니다. 많은 와리아들은 누가 보아도 남성과 다름없는 외형을 가지고 있다. 발이 유난히 크고 목걸이를 요란스럽게 하여 돌출된 목젖을 가리려고 애쓰는 사람은 영락없이 와리아다. 그래서 이들은 화장에 열중한다. 동남아에는 유난히 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태국에서는 까터이(cathay)라고 하고 베트남에서는 베데(bede)라고 부른다. 싱가포르에는 양성자가 여성으로 성전환한 사람들만 참가하는 미인대회도 있다. 동남아는 어느 나라나 과일 천국이다. 이곳에도 아주 작지만 제 모양을 갖춘 사과와 배가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동남아 사람들은 한국산 사과 배의 크기에 ‘화들짝’ 놀라고, 달고 맛있고 과즙까지 풍부함에 거듭거듭 감탄한다. 태국주재 전임 대사 한 분은 재임 중 태국 시장에 한국산 배를 많이 수출하였다. 토양과 기후가 참 많은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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