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정심판을 청구한 이유 “어차피 망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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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정심판을 청구한 이유 “어차피 망하는 거”
  • 김인호 기자
  • 승인 2024.02.22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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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읍의 A씨는 7년째 삼산리에서 24시간 문을 여는 체인화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알바생에게 맡기고 밤에 일한다. 하루 12시간에서 많게는 15시간씩 야간 근무하며 편의점주가 가져가는 돈은 알바비.수수료 등 제하고 한 달 150만원에서 200만원 안팎이다. 더 서러운 것은 몸이 고달프고 아파도, 야간에 문을 닫고 싶어도, 영업장을 포기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계약구조이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영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때는 장사가 안돼 적자 영업도 감수하며 버텼다. 위약금을 생각하면 점포를 쉽게 접을 수도 없는 처지다. 돈을 벌자고 장사에 발을 들였지만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자신의 돈으로 매출 감소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며 어렵게 이겨냈다. 
이런 그가 작년 12월 말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것도 법무법인. 변호사 선임에는 부가세 포함 440만원의 비용이 지출됐다. 승소 보장도 없는 행정심판에 그간 절약해 모은 돈을 탈탈 털어 변호사비를 마련했다. 이 비용 외에도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청주를 오가며 쓴 비용만도 150만원이 들었다. 어렵게 번 돈 큰맘 먹고 자신의 인건비 3개월분 600만원을 행정심판을 위해 지출했다. 앞으로 또 이런저런 출혈을 생각하면 속이 쓰라리다.
A씨가 행정심판을 청구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점포 도로 건너 맞은편에 상호만 다를 뿐 동종 업종의 체인화 편의점(B)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A씨는 “편의점의 주력 상품이 담배(담배 사러 왔다 이것저것 구입)인데 바로 앞 가게에 담배소매인을 지정해주는 행정은 두 점포를 죽이는 일, 영업을 지속할수록 손해”라고 불만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작년 12월경 오픈한 B편의점은 자신의 점포와 거리상 50미터가 되지 않는다. 군은 임의의 잣대가 아닌 보은군 담배소매인 지정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담배소매인을 지정해주고 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소매인 영업소간 거리는 50미터 이상(보행자 통행로를 따라 최단거리 측정)을 유지하게끔 되어 있다. 군은 A씨의 요청에 따라 거리를 측정했다. 그 결과 B점포는 50미터란 지정기준을 충족했다.
하지만 A씨는 “점포와 점포의 거리를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따라 거리가 달라진다. 최단 거리로 재면 B편의점은 50미터가 나오지 않고 31미터가 나온다. 가장 먼 거리로 재단해 담배소매인 지정기준 50미터를 넘긴 것”이라며 “거리측정 방식을 현실에 맞게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유동인구가 적은 이곳은 거리제한이 100미터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6m 도로폭, 그것도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는 이용자 없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통행로기 때문에 보행자 통행로 기준의 거리측정은 실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하고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A점포는 B편의점 입점 후 매출이 30~40% 줄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 하락세는 불 보듯 뻔하다. 그나마 자신을 어여삐 봐주고 와주는 단골손님들 덕분에 이 정도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A씨는 “나뿐 아니라 막대한 투자비용 들인 B점포도 편의점을 낸 것에 대해 후회막심할 거다. B점포가 들어서기 전에도 겨우 최저 인건비 건져가기 급급했었는데 두 점포가 나눠먹기 하려니 서로 못 할 일이고 상심이 꽤 클 거다. 타지역은 보통 소매인 지정 거리를 100미터 하고 있다. 우리 지역도 시장 규모로 봐 100미터는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A씨는 “어차피 망하는 것 무리해서라도 행정소송을 밟아보고 싶었고 오기도 생겼다. 이것이 행정심판을 청구한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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