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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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대이동
  • 최동철
  • 승인 2024.02.0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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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낼모레 설을 앞두고 귀성과 역귀성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귀성은 부모를 뵙기 위하여 객지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역귀성은 부모 또는 조부모가 거꾸로 객지에 있는 자식이나 손주를 보기 위해 찾아가는 것을 이른다. 어쨌든 서로 오가는 대이동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가진 고유풍속은 아니다. 음력의 설과 추석을 쇠는 중국, 베트남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리비아 같은 이슬람국가에서도 명절을 앞둔 귀성 행렬로 교통대란이 벌어진다.

 미국 등 서구에서도 한해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ㆍ크리스마스 기간에 고향 가는 인파가 적지 않다. 미국에서도 역시 버스와 기차표 구하기 경쟁이 벌어지고 비행기 표 품귀현상이 나타난다.

 뉴욕 JFK 국제공항 같은 큰 공항에서는 고향을 찾아가려는 사람이나, 고향에 도착한 사람, 취소 표를 기다리기 위해 노숙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귀성 행렬이 이어진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버스, 지하철, 도시 간 철도, 국내선 항공기 등 모든 교통수단 운행이 완전히 정지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고향에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다. 프랑스나 독일도 매년 반복되는 귀성길 정체에 지친 나머지 자식을 보러 부모가 찾아오는 ‘역귀성’이 흔하다.

 이웃 일본은 신년 설과 여름 오봉이 한해 최대 명절인데, 특히 오봉 시작 때는 기차역, 버스터미널, 고속도로가 귀성객들로, 끝날 무렵에는 귀경객으로 늘 대란이다.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튀르키예 등도 귀성 전쟁이 벌어진다.

 이슬람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난 후 맞는 ‘이드 알피트르’를 가족과 보내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차편을 미리 예매해야 겨우 갈 수 있다. 심지어 기차나 버스의 지붕, 트럭 뒤 칸에 간신히 몸을 싣고 보통 2, 3일 걸리는 이동 거리를 견뎌내야 겨우 고향에 도착하는 때도 흔하다.

 사실 문명 가진 인류만이 대이동을 하는 것 아니다. 서대구, 참다랑어, 연어, 거북, 왕 메뚜기, 나비 등은 번식을 위해 수천, 수백만 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한다. 바다오리, 백로, 왕개미, 제비, 황새 등도 먹고살고자 따뜻한 지역으로 집단 대이동을 한다.

 얼룩말, 가젤, 물소 등 네발짐승도 먹이와 번식, 포식자로부터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이동을 한다. 무리 지어 이동하면 포식자가 공격하기 어렵고 공격을 받더라도 희생 개체 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즉, 질서정연한 대이동은 오히려 대형사건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설 연휴 대이동 때는 더욱더 질서를 잘 지켜 대형교통사고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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