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와 주먹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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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쟁이와 주먹값
  • 이장열(한국전통문화진흥원장)
  • 승인 2024.01.2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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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깝고 친한 사람일수록 돈거래나, 빚보증은 해주지 말라는 당부를 경험 많은 어른들로부터 많이 듣게 된다. 야박하지만 친척 간에도 돈거래를 하지 말라고 한다. 그 결과 마지막에는 거친 말이 오가며 싸우고 원수지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속담에 “처남에게 100달러를 빌려주면 두 번 다시 그를 볼 일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다.
 어째서 그럴까? 급할 때 친한 사람에게 돈을 빌린후 갚으면서 고맙다는 선물을 주고받으면 정이 쌓이고 가까워질 것 같은데 왜 사람 간에 인정을 끊는 이런 경고의 말들이 무성할까? 바로 돈과 관련한 인심의 변이 때문이다.
 현행법에는 남의 돈을 빌려서 갚지 않는 것은 단순히 민사사건일 뿐이다. 채무자에게 채권을 회수하려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말이 쉽지 민사소송은 오랜 기간 동안 상대방과 피를 말리는 싸움을 해야 한다. 이때쯤이면 서로 간에는 원수처럼 변해버린다. 그리고 안면몰수하고 독하게 달려들어서 민사소송에서 이겼다 해도 빌려준 돈을 받기는 쉽지가 않다. 판결은 빚쟁이가 채권자로부터 그 돈을 빌렸고 또 갚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채무자에게 빚을 갚으라는 내용뿐이다.
 확정판결 후에도 돈을 돌려받지 못할 때는 원고인 채권자는 판결문을 가지고 집달리를 시켜서 채무자의 재산을 확인하고 압류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별 재산이 없는 경우는 채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개 악질적인 채무자는 자기 재산을 미리 빼돌려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판에서는 이겨도 빚을 받지는 못하는 경우다. 설령 채무자에게 얼마간 재산이 있다고 하드라도 소위 ‘빚잔치’라는 파산선고를 했을 경우에는 나머지 채권은 결국 돌려받지 못하고 끝난다. 순진한 채권자는 그때 화가 머리끝까지 나고 분통이 터진 나머지 빚쟁이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대며 코피주먹을 날린다. 노회한 빚쟁이가 이 기회를 노칠 리가 없다. 한 대 맞은 빚쟁이는 바로 길바닥에 드러누워서 땅바닥에다 상처난 부위를 더 긁고 부딛처서 병원에 입원한다. 그리고 진단서를 끊어서 가해자를 형사고소 한다. 두 사람은 채권채무 관계와는 상관없는 새로운 제2라운드 싸움이 시작된다. 때린 자는 이유야 어떻든 간에 폭행죄로 입건되고 심한 경우는 구속이 되기도 한다. 형사사건의 경우 법은 돈을 갚지 않은 원인제공자의 채권채무관계에는 관심이 없다. “설사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하드라도 사람을 때리면 되느냐?”고 질책하면서 오직 폭행이라는 형사사건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채권채무 관계는 사인(私人)간 관계이고 폭행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저해하는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다. 돈도 못받고 구속이 된 채권자는 결국 중재자의 회유로 빚쟁이와 적당한 합의를 하고 빚을 포기해 버리게 된다. 남의 돈을 떼먹은 빚쟁이는 얼마 후 버젓하게 허리 펴고 잘 사는 것이다. 악인의의 승리고 이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법의 현실을 모르면 누구나 당하기 마련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빌려갈 때 마음과 갚을 때 빚쟁이의 마음이 다르기 마련이다. 돈이 급할 때와 일단 급한 불을 끈 후 한숨 돌리고 생각해보면 돈을 갚는 일은 그렇게 급할 것도 없는 것이다. 빌릴 때의 고마움은 채권자의 빚 독촉에 의해 섭섭한 마음만 남게 된다. 그래서 가깝고 친한 사이일수록 돈거래나 빚보증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홧김에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코피주먹을 한방 날리고 채권을 포기한다고 했는데 그 주먹 한 대 값은 21세기형 매품 값(주먹값)이었다. 좌우간 빌려준 돈을 받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요즈음 대중탕에 가보면 전신에 흉악한 문신을 한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아! 바로 저것이다. 저런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 채권회수도 가능할 것 같다. 다만, 돈이 있으면서도 고의로 갚지 않는 악질 채무자 에게만 써먹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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