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국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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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국의 추억
  • 최동철
  • 승인 2024.01.1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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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충무로에 맛집으로 소문난 개장국 식당이 있었다. 점심때는 줄 서야 하는 그야말로 문전성시였다. 양복에 넥타이를 맨 신사가 대부분이었다. 개고기를 썩 탐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유달리 좋아하는 직장 상사에 이끌려 매주 2회 정도 마지못해 먹곤 했다.

 당시는 그랬다. 사회생활 하는 남성이라면 당연히 위스키와 맥주 섞은 폭탄주를 마실 줄 알아야 했고, 개장국을 먹어야 했다. 왜냐면 개장국은 삼복(三伏) 때 또는 남성의 정기와 보신을 위하여 먹는 풍습이 당연시했기 때문이다. 의사가 수술 후 환자에게 권했던 ‘보신탕’이었다.

 농촌 지역 보은군에 정착해서도 이러한 풍속은 여전했다. 여러 약초를 넣어 개장국을 푹 삶았다며 먹으러 오라는 이웃들의 초청도 흔했다. 특별한 농업 재능 없이 귀농 귀촌한 노인들에게 식용 개는 투자비에 비례해 돈 만들기 쉬운 유일한 가축사육 분야이기도 했다.

 실제로 개는 대한민국 법의 가축이다. 축산법이나 가축전염병 예방법,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개는 가축으로 정의하고 있다. 1천만 명에 이르는 많은 사람이 애완견, 반려견을 가족이라며 개와 생활하지만, 아직은 법적으로 개는 가축에 해당한다.

 다만 식품위생법상 개고기는 축산물 식육류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엄격히 개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적용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법적으로 가축이지만 식용 가축으로는 분류되지 않았다. 모순투성이다.

 현행법의 이러한 논쟁거리 속에 지난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88올림픽’을 앞두고 촉발했던 개 식용 논쟁이 30여 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제정안은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이 법안은 공포 3년이 지난 뒤부터 시행한다.

 즉, 유예기간인 3년 후, 2027년부터는 대한민국에서 개고기를 먹지 못한다.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 현재 전국 개 사육 농가는 1150여 곳에 52만여 마리 이상의 식육견이 있다. 정부는 일단 농장주가 책임지고 3년 안에 개들을 판매하거나 입양시키라는 태도다.

 이는 결국 입양시키지 못한 나머지 개들은 3년 안에 모두 먹어 치우라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특별법엔 정부는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한 개의 보호와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돼 있기는 하다. 정부는 사육 농가들의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단군 이래 수천 년간 오랜 풍습이었던 ‘개장국’ 식도락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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