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의 원주민과 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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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의 원주민과 이주민
  • 박진수 기자
  • 승인 2024.01.11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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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곳곳의 시골 마을에서는 원주민과 이주민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언제부터인지 보은에서도 원주민과 이주민 간 좋은 일 나쁜 일이 사회의 이슈가 되기도 한다.
 ‘원주민’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어떤 지역에서 본디 살던 사람”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럼 ‘본디’ 는 무슨 뜻일까? 본디는 “사물의 맨 처음, 바탕”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를 보면 보은의 원주민이라면 보은에서 태어난 정도를 넘어 최소한 2~3대가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야 원주민 소리를 들을 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30~40년 전만 해도 본적이라고 해서 아버지나 자신이 태어난 곳을 현주소와는 별개로 게재한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 본적을 묻고 성씨를 따지면 옛날 사람 취급을 당한다.
 보은군은 7~80년대 이후 급격한 이농현상으로 지금은 인구소멸의 위기속에서 지역경제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보은 사회 전반에 거쳐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농지는 이제 임대농으로 전락하고 면단위 소재 학교는 분교를 넘어 폐교로 향하고 있다. 마을마다 마을 평균연령이 65세를 웃돌는 7~80대의 노년층이 대부분을 차지해 청년들이 넘쳐나던 농촌의 모습은 옛날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은군에는 근자에 들어 눈에 뛸 정도로 이주민, 귀농 귀촌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근로를 목적으로 보은에 살고 있는 외국인까지 가세하면서 보은읍 거리풍경은 이주민의 거리로 변화된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다. 
 또 국제결혼으로 다문화가정으로 들어와 외국인으로 불리던 이들이 이제는 자녀들을 다 키우고 세월이 흘러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면서 보은군민으로 되어 다정한 이웃, 마을의 원주민으로 살아가는지 오래다.
 반면 귀농, 아니면 퇴직 후 행복한 농촌 생활을 꿈꾸고 귀촌한 이들이 보은에 정착하지 못하고 원주민과의 갈등을 빚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 간간이 눈에 뛴다.
 우리는 예전부터 텃세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정서, 좋든 나쁘든 텃세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이러한 텃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 지역의 정서,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에 대한 근본은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러한 텃세가 주민간의 갈등을 만들고 결국 지역의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지역색이라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지역갈등속에서도 결국 지역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국가의 정체성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원주민과 이주민의 문제는 보은군만이 문제는 분명 아니다. 누구나 태어난 곳과 살아가고 있는 곳이 다를 수 있고 그 시간이 길고 짧다고 해서 보은사람, 보은의 원주민이 아니라는 시각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좀 더 오래 이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이라면 자신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이곳에 살던 그 시절을 생각해 마을의 고유성과 마을이 가지고 있는 관습, 생활방식을 좀 더 빨리 습득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주민 역시 지난날 살아본 타지에서의 습성을 버리고 마을을 알아가는 시간이 분명 필요하다.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지역, 마을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함을 생각해 오래전부터 살아 온 주민을 사랑과 존중으로 대하며 화합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한다.
인구소멸위기를 맞고 있는 보은군의 현실에서 이제 원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의 소지는 단순한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 첫 번째 과제는 원주민이든 이주민이든 지역에 대한 자긍심,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는 보은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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