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이야기
상태바
용 이야기
  • 최동철
  • 승인 2024.01.04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02>

 서기 2024년, 단기 4357년 갑진(甲辰)년에 들어섰다. 민속에서 갑은 청색, 진은 용 또는 새벽녘 샛별을 의미한다. 즉, 올해는 ‘파란 용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용은 십이지 동물 가운데 다섯 번째로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예부터 용은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과 같으며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에 매의 발톱을 가진 잉어 비늘로 몸을 감싼 형상’이라고 전해진다. 이런 모습으로 용은 큰 못이나 강, 바다에 살면서 비와 바람을 일으켜 자연을 다스리는 ‘물의 신’으로 여겨져 왔다.

 옛 농부들은 가물 때는 비가 오게 해달라고 용신에게 기우제를 지냈고, 어민들은 바다로 출어하기 전에 용왕에게 풍어와 무사 안녕을 기원했다. 또한, 용은 옛날부터 줄곧 최고 권력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됐다.

 임금이 입던 정복 곤룡포에는 가슴과 등, 어깨에 용의 무늬를 수놓았다. 왕과 왕세자, 왕세손은 용무늬를 쓰더라도 용의 발톱 수를 5, 4, 3개 등으로 차등을 두어 수놓았다. 한옥의 지붕 가장 높은 곳을 ‘용마루’라 부르며 용머리 모양 기와 장식으로 액운을 막으려 했다.

 이처럼 동양의 용은 인간 친화적인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반면 서양의 용은 동양과는 달랐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를 보면 용은 인간을 잡아먹거나 마을을 불태우는 등, 해악 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유럽의 용은 악마적이거나 파괴적인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에, 용의 이미지는 매우 사납고 위협적이다. 용의 몸은 거대하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용의 입은 불을 내뿜거나 독을 뿌리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용 ‘라돈’은 지혜의 신 아테나가 보낸 아르고호의 선원들을 처참하게 모두 죽인다. ‘피톤’ 역시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델파이의 신탁소를 지키는 사악한 용이다. 두 용은 결국 라돈은 헤라클레스에게, 피톤은 아폴론에 의해 죽임당한다.

 물론,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의 용은 모두 힘과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용이 등장하는 동서양의 최근 드라마나 영화, 만화, 게임 등을 보면 그렇다. 인간이 용에게 지혜를 구하기도 하고, 힘을 빌리거나 소원을 성취하는 모습으로 대부분 그려진다.

 올 청룡의 해에 가장 중요한 대사는 아마도 나라의 미래가 걸린 ‘4·10총선’일 것이다. 불세출이라 자찬하는 많은 이들이 등용문을 향해 불나방처럼 뛰어들 것이다. 등용문은 용문(龍門)에 오른다는 뜻이다. 즉, 잉어가 용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부디 화룡점정처럼 ‘4·10총선’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하는 지혜의 선택이 되길 기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