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 옹의 집안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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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구 옹의 집안 사람들
  • 송진선
  • 승인 1991.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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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잇는 사도(師道)의 삶
전문화시대에 따라 직업의 종류도 다양해진 탓인지 사업이나 상업이 아니고는 좀처럼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 받으려는 사람들이 드물다. 그런 가운데 한집안에서 6명이 모두 국민학교 교사로 있는 가족이 있어 찾아가 모았다. 보은읍 삼산리 김선구 옹(86) 김선구 옹의 집안은 6남1녀의 자녀와 그 가족들 중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장남 김홍팔씨(60. 청원군 상야국민학교 교장)와 차남 김홍남씨(58. 관기국민학교 교사), 5남인 김홍명씨(48. 괴산군 제월국민학교 교사), 다섯째 며느리 서병희씨(44. 증평 국민학교 교사), 여섯째인 외동딸 김홍숙씨(동광국민학교 교사)로 한 가족중에 6명이 모두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보기드문 집안이다.

특히 이들외에도 긴선구옹의 형님 집안에선 김홍원씨(62)가 동광국민학교 교장으로, 김홍갑씨(56)가 청주 청남국민학교 교사로, 김홍균씨(49)가 옥천군 청동국민학교 교감으로 있어, 형님의 아들들까지 포함하면 교육계에 재직하고 있는 사람이 모두 열명이나 된다. 2세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계에 아버지, 형님, 동생 등 한 집안에 1대를 비롯 2대까지 몇수명이 있다는 것은 투철한 사도정신이 깃들어 있고 인간을 길러낸다는 의무감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일제시대 때 꿋꿋이 태극기를 가르쳐온 1대 김선구 옹,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그저 좋아서 들어섰던 교육의 길이지만, 자식들까지도 모두 만족하면서 별 어려움 없이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는 모습이 그저 미더울 따름이다. "가족들이 전부 국민학교에 재직하고 있는데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사와는 또 다른 것 같다." 면서 "인간의 성격 및 자세등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국민학교 교사들은 특히 그들의 자질과 책임이 크다." 고 말하는 김선구옹은 교육계의 원로로서 후배 교사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래서 장남인 김홍팔 교장은 "제가 삼산국민학교 1학년때와 6학년때 아버지한테서 수업을 받았는데 매우 엄하셨지요. 다른 아리들보다 더 심하게 꾸지람을 듣고 더 호되게 혼났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한번도 원망해본 적이 없어요. 그 때문에 더욱 다른 아이들보다 올바른 생활을 하여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않게 되었지요." 라면서 아버지인 선생님의 인간교육은 현직에 있는 김홍팔 교장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한학자였던 대쪽같은 성격의 할아버지. 거 많던 땅을 팔아 독립운동 자금을 대면서 독립운동에 몸바친 큰 아버지, 고집스런 일념으로 평생을 교육계에 헌신한 아버지 등 웃어른들의 생활속에서 배웠던 교훈이, 인간을 길러내는 교사의 길을 걷게된 동기라고 김홍팔 교장의 형제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아버지와 교육문제를 제일 많이의논하고 있다는 관기국민학교 김홍남 교사는 "아버지께서는 항상 '너희들은 근면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아이들 눈에 비쳐져야 하고, 아이들도 곧은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고 다짐을 받으시기 때문에 오늘도 아이들을 잘 가르쳤나 하는 반성을 늘 하게 된다."고 한다.

토론하기를 좋아하고 잘못된 점은 서로 지적해주는 이들 교사가족은 늘 반성하는 생활을 한다. 그들이 반성하고 고친 것 중에 특이할 만한 것이 있다면 '편지쓰는 생활'이다. 문화생활에 젖어버린 탓인지 현대인들은 전화로만 몇마디 안부를 묻고 편지쓰기를 싫어해 아이 어른할 것 없이 이젠 점점 문장력 감퇴는 물론 편지쓰는 법도 모르고, 1년내내 쓰는 것이 있다면 고작 연하장에 두어줄 쓰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다같이 인식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 가족들은 전화 대신 편지로 안부를 묻고 있고, 김선구옹은 자녀들이 찾아올 때마다 전화를 이제 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하며 학생들에게도 편지쓰는 습관을 길러주도록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것들 하나하나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당연하면서도 잊고 살아왔던 또 다른 가르침이 되고있는 것일 것이다. 이들 교사가족은 항상 '돈과 멀어져야 하고, 진실된 책임감으로 내가 가르친 학생은 내눈에 흙이 들어갈 때가지 책임을 져야한다는 사명의식을 가져야 하며, 가정에서 부모가 스승을 지식의 전달자로만 여겨 자녀들을 높은 학교에 보내는 데에만 급급해서 안되고 부모가 스승을 존경해야 한다'는 일련의 생각들을 늘 서로 의논하고 있다.

다섯째 며느리 서병희 교사는 제일 큰 기쁨이 바로 많은 가족들이 교육계 선배로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학생이 스승을 구타하고, 스승이 학생을 고소하고, 학생체벌 때문에 학부모가 스승을 때리는 등 인간이 지켜야 될 최소한의 도리마저도 무너진 지금, 풀어야 할 많은 숙제들을 같이 고민해 주는 가족, 항상 배우는 자세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 올 곧은 인간육성을 위해 한 베에 오른 이들 교사가족들은 교육계에 밀려오는 험난한 파도를 잠재우는 바른 사도(師道)의 삶으로 이기주의에 익숙한 우리들을 늘 반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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