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인 의지처가 가장 필요
"학교에 갔다와서 밭일도 해야하고 밥이나 빨래등 살림을 도맡아 해야해요. 다른 친구들은 모두 부모가 있어서 다해주는데, 피곤하고 힘이 들어 일하기 싫을때면 부모가 없는 것이 정말 원망스러워요."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마저 가출한 후 중학교에 다니는 오빠와 팔순이 넘은 조부모와 함께 살고있는 박은경 양(11. 마로 갈평, 관기국교 6)의 말이다. 부모의 사망, 질병, 심신장애, 가출, 이혼 등으로 부모가 없어 자녀끼리 가정을 이루며 성장기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역할까지 감내해야 하는 소년소녀가장들은 이렇게 힘겨운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청소년의 달 5월을 맞아 소년소녀가장들이 함께 사는 사회에 도참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활의 현장을 찾아가 어려움, 고민, 문제점 등을 들어보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우리군내 소년소녀 가장세대는 모두 26세대로 파악되고 있는데 부모가 모두 사망한 경우가 12세대, 아버지 사망 어머니 가출이 6세대, 아버지 사망 어머니 재혼이 4세대이며, 아버지 사망 어머니 정신질환, 사생자, 아버지의 유기, 어머니사망 아버지 가출이 각 1세대씩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거택보호대상자로 정부 생할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최저생계 유지 정도의 생활을 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거형태는 친척집이나 부모의 유산으로 자기집에서 살고있는 세대가 대부분이지만 무료임대주택이나 월세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소년소녀가장의 생계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렇게 소년소녀가장들은 주택 및 경제적인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외에도 참고서나 문제집 등 학습교재 부족으로 학업에 지장을 받고 있고, 부모부재에 따른 부모에 대한 그리움, 따스한 보살핌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어려운 살림을 도맡아 할 때나 형제나 본인, 또는 현재 의지하고있는 조부모의 건강이 나빠졌을 대 가장 힘들고 어렵다고 대답했으며, 이로 인한 때문인지 장래 직업에 대해 의사와 간호사가 되고싶다는 답변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제삿날, 명절, 어버이날, 생일, 소풍, 운동회, 졸업식 등 특별한 행사 때, 형제나 자신의 몸이 아프거나 괴로울 때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고 친구들의 단란한 가족 모습을 보았을 때 부모생각이 가장 간절하다고 한다.
부모가 없어 하지못하는 일 중 하나로 학원이나 대학에 진학하고싶지만 희망대로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많은 답변으로 나왔으며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떠났으면 하는 바램을 여러명이 대답하고 있다. 부모에 대해서는 예전의 즐거웠던 생활, 장래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이나 당부의 말, 또는 아팠을 때 간호해주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반면에 부모가 가출한 경우 부모가 부부싸움한 것을 오래도록 기억해 현재 자기의 처지가 부모탓이라고 하는 강한 원망을 하고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부모부재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며 열심히 생활하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어느 한 소녀가장은 "학교나 사회에서 지나친 관심이나 배려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아이들과 같이 동등하게 기회를 주고,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격려의말 한마다가 더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 물질적으로 너무 많은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혼자힘으로 살고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 주는 선도가 더 필요하며, 물질적인 것에 앞서 자주 가정을 방문하거나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정신적인 도움을 바라고 있다.
즉, 이들은 부모의정에 많은 갈증을 느끼고 있으며, 부모부재에 따른 가정내 대화 단절로 파생되는 문제들 때문인지 경제적 지원 못지않게 부모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제도와 사회의 관심을 요구한다. 정부는 지난 '85년부터 소년소녀가장의 범위를 부모의 사망, 질병, 복역 등으로 20세 이하의 소년소녀가 실질적으로 생계의 책임을 지고 그들의 수입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기구를 국가의 생활보호가 필요한 세대로 정하고 생활과 학업에 필요한 비용 및 물품, 의료보호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 어린이재단에서도 후원자를 물색, 결연을 맺도록 주선해 재정 지원을 받도록 하고있어 경제적인 어려움은 따라도 최저생활 만큼은 보장되는 셈이다. "도움은 받고 있지만 도움을 주는 분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고 있다."는 어느 소년가장의 말처럼 각급 기관단체장이나 후원자들의 정기적이고 의례적인 도움은 경제적으로는 보템이 될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고마움을 모르고 이를 당연히 받아들게 된다는 문제가 따른다. 한그릇의 밥을 주는 것보다는 쌀을 갖고 밥을 지을 수 있는 배려나 관심이 더 필요하다.
이것은 소년소녀가장들이 후원자 중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눠주는 사람을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구연술 BBS 보은군 지부장은 "극기훈련이나 야외수련회 등 함께 모이는 행사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처지와 같은 친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보고 용기와 희망을 갖고, 단체생활을 통해 협동심, 단결심, 성취감 등을 배우게 된다." 며 "물질적인 도움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BBS가 추구하는 것처럼 결연자간에 상호 정감이 오고가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이끌어 주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고 강조한다.
도움만 받는 생활에 익숙해지다보면 자주력보다는 타인에게 기대려하는 의존심만 부추길 뿐임을 인식하여, 주어진 생활역경을 끝까지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격려와 관심으로 이끌어줘 자립 능력을 배양, 건전한 가정으로 육성시켜야 할 것이다. 소년소녀가장들의 부모역할을 해주고 정신적 의지가 될 수 있는 건전사회로부터의 도움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는 것에 우리 모두는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움의 기회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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